'재벌집 막내아들' 정주영 창업정신 훼손...현대엠시스템즈, 협력사 기술 훔치다 공정위 제재
'재벌집 막내아들' 정주영 창업정신 훼손...현대엠시스템즈, 협력사 기술 훔치다 공정위 제재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3.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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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제품 개발 위해 하도급에 기술 유용...자체생산 후 공급 중단
공정위 "원사업자 제품개발 위해 수급 사업자 기술 유용은 위법"
세계적 경제학자 피터드레거도 존경한 정주영 배짱과 창업 정신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좌)의 막내아들인 현대미래로그룹 정몽일 회장(우). @한국증권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좌)의 막내아들인 현대미래로그룹 정몽일 회장(우). @한국증권

[한국증권 조경호 기자] '재벌집 막내아들' 현대미래로그룹 정몽일 회장이 부친인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정주영 명예회장의 창업 정신이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현대미래로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엠시스템즈(장태화 대표)이 협력사 기술을 유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한기정 위원장)으로부터 재제를 받고, 법인과 경영진까지 검찰 고발됐다. 이는 정주영의 창업 정신을 계승하지 않고 재산만 물려 받았다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현대시스템즈 협력사 기술유용

공정거래위원회(한기정 위원장)은 현대엠시스템즈가 중소협력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를 적발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및 당시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건설 중장비용 전장 제품을 제조·공급하는 사업자로 주요 거래처가 볼보건설기계, 현대건설기계 등이다. 

현대엠시스템즈는 2014년 1월부터 A 협력사로부터 중장비용 카메라를 납품받아 볼보건설기계에 납품한다. 현대엠시스템즈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2015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자사 카메라 개발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 A사의 카메라 케이블 도면, PCB 배치도, 회로도 등 기술자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기술자료 요구목적,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권리귀속 관계 등을 정한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A사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위법하게 이용한다. 자사 카메라 개발 과정에 A사 기술자료를 B사 등 타 사업자들에게 보낸 뒤 견적 의뢰 샘플 작업, 개발 회의 등을 진행하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것.

현대엠시스템즈는 2017년 1월부터 새로운 협력회사 B사로부터 카메라 모듈을 공급받아 자체 카메라를 생산한다.  A사 기술자료를 사용한 자체 카메라를 만든 것이다. 2017년 10월 경에 A사와의 거래를 중단한다. 

현대엠시스템즈는 "A사의 카메라와 자체 생산 카메라는 광학적 특성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유용한 것은 아니다"며  협력사 기술 탈취 의혹을 부인한다. 

공정위는 현대엠시스템즈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의 제품을 대체할 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 수급사업자의 이익에 반하여 기술자료를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기술자료 사용에 대해 수급사업자와 사전 협의를 하거나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없다. 결과적으로 대체 카메라 개발로 수급사업자의 납품이 중단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법성을 인정한다"고 판단한다. 

하도급법은 거래상 열위에 있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에 반하여 당초 제공된 목적 외로 기술자료를 사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기술자료를 활용하여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 또한 기술유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례이다.

현대엠시스템즈는 공정위 조사 이후 법 위반 재발을 막기 위해 기술자료 요구서 교부, 비밀 유지계약 의무화 등 사내 절차를 개선하고 내부 직원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고인혜 기업거래정책국 과장은 "이번 조치는 원사업자가 자사 제품 개발을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가 하도급법에 위반됨을 명확한 사건"이라며 "향후 업계의유사 법 위반행위를 예방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기술유용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업계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보급 등 법 위반행위 예방 활동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벌집 막내아들 창업정신 외면

최근 JTBC 드라마<재벌집 막내아들>이 공존의 히트를 기록했다. 삼성그룹과 현대그룹 오너일가의 실제 일화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미래로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일 회장은 맨손으로 현대그룹을 일군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아들.  <재벌집 막내아들>의 극중 주인공 진도준과 다른 행보를 보여 논란. 범현대가의 도움을 받아 기업을 성장시킨 현대미래로그룹이 힘없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용한 뒤 거래를 끊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을 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적수공권(赤手空拳·맨손과 맨주먹) 정신'으로 일제강점기·한국전쟁으로 패해가 된 국토를 일구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한국기업의 '퍼스트 팔로어(first follower)'를 이끌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해상, 성우, 현대산업개발, KCC등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들을 만들었다. 

정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이봐, 해보기나 했어?"이다. 입버릇 처럼 했던 말이다. 그는 안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비관에 빠져 시도조차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는 관습과 불확실성에 도전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정주영에 대해 "나는 정주영 회장이 지닌 배짱(gut)을 지니지 못해서 직접 사업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현대엠세스템즈의 중소기업 협력사에 기술유용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창업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 같으면 기술 개발을 위해 새로운 시도로 도전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 일각의 추측이다. 이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경영관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故 정주영 회장-故 변종석 여사의 슬하에 정몽영·정몽구(현대차)·정몽근(현대백)·정몽우(현대알리미늄)·정몽헌(현대)·정몽준(현대중공업)·정몽윤(현대해상)·정몽일(현대미래로)등과 정경희(선진종합)·정정인(헐리우드 배우)·정정임(광고회사) 등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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