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18] 양녕의 칼끝이..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18] 양녕의 칼끝이..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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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평도 사간원의 김 의정이 올린 상소와 같은 말을 하시는구려. 그러나 고래부터 종친의 일은 왕이 관용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이 상례가 아니오?”

“당률에 정한 바를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국문하여 군신의 예를 어긴 것은 밝혀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궐 밖으로 내보내셔야 합니다. 한성에서 백 리 밖으로 부처하셔서 다시는 도성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세종 임금의 용안이 몹시 어두워졌다. 세종 임금이 다시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하면 좋겠소?”

“남자는 모두 참하고 여자는 사약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뭐라고요?”

세종 임금이 놀라 용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황공하옵니다. 의금부나 형조에 맡겨도 그렇게 상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종서는 어전에서 물러나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임금과 대군, 피를 나눈 형제간의 정을 매몰스럽게 짓밟은 것 같은 자책감이 들었다.

 

그날 저녁 김종서가 사헌부에서 퇴근하는 길에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말을 타고 집으로 가기 위해 서대문 밖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말 두 필이 나타나서 김종서의 앞뒤를 막아섰다.

김종서는 자기를 해치러 나타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누구냐?”

김종서가 어깨로 손을 올려 전통에서 화살 하나를 재빨리 뽑아 들었다. 여차하면 그것으로라도 방어를 할 태세였다. 가까이 있어 항상 메고 다니는 활이지만 쏠 수는 없었다. 

“조용히 우리를 따라 오시오.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황천으로 갈 수도 있소!”

앞에 선 사나이가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뒤를 돌아보자 환도를 빼어 든 사나이가 노려보고 있었다. 

“조용히 우리를 따라오면 목숨은 부지할 것이오.”

어두워서 얼굴을 분간할 수는 없었으나 군졸의 복장은 아니었다.

김종서는 저항했다가는 정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순순히 따라 가기로 했다. 

그들은 서대문으로 가더니 연화방으로 갔다. 김종서도 낯익은 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연화방 기생 기매의 집이었다. 양녕대군 애첩의 집이자 마음에 든 여인들을 데려다 색정질 하는 근거지이기도 했다.

“그대가 김종서요?”

뜻밖에도 마당에서는 양녕대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군 마마, 어인 일이십니까?”

김종서가 말에서 황급히 내려 부복했다.

“그대가 감히 내 목과 윤이 모녀의 목을 따라고 주상에게 대들었다고?”

“마마 그것은 ...”

갑자기 당한 김종서는 얼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알고 이런 일을 벌이는지 놀랍기만 했다.

김종서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양녕대군이 갑자기 옆에 있는 근수의 칼을 낚아채서 김종서한테 달려들었다. 김종서는 날렵하게 몸을 피했다. 그러나 양녕의 칼이 겨냥한 것은 김종서가 아니었다. 김종서가 타고 온 말의 목을 깊숙이 찔러버렸다. 말이 비명을 지르며 하늘 높이 뛰어 올랐다.

“그대가 다시 나와 윤이 일에 나서면 그땐 목에 칼이 들어갈 것이다.”

양녕 대군은 피 묻은 칼을 마당에 던지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봉변을 당한 김종서는 가까스로 기매의 집에서 살아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로 허리를 굽힐 김종서가 아니었다. 윤이 사건은 결국 김종서의 주장이 많이 반영되었다. 

임금은 양녕대군이 대궐 밖으로 나가 살도록 조치하였다.

윤이 모녀는 목숨은 건졌지만 태형을 맞고 한양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오랫 동안 양녕 대군의 손발 노릇을 하면서 상전을 여색의 구렁텅이로 안내한 악공 이오방과 구중수, 이귀수, 진포는 참형에 처해졌다.

양녕의 외도를 은근히 부추긴 장인 김한로도 원지로 귀양을 갔다. 대호군 최정은 면직되고 상호군 임상양은 곤장 이백 대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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