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의 더 인터뷰] '우는 방' 펴낸 작가 정선모 "책은 절망의 시대 사는 현대인을 위로한다"
[조나단의 더 인터뷰] '우는 방' 펴낸 작가 정선모 "책은 절망의 시대 사는 현대인을 위로한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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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눈물 나는 날이면 실컷 울다 지쳐 잠들었던 다락방 같은 '우는 방' 통해 현대인 위로
정선모 "장미든 들꽃이든 한송이 꽃을 피위기 위해선 힘든 시기 견디고 이겨나가야 해"

세상이 절망적이다. 인류는 길고 어두운 절망의 터널을 향하고 있다. 절망의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선모 작가는 에세이집<우는 방>을 통해 희망을 말한다. 힘든 시기를 견뎌온 사람들에게 울고 싶을 땐 언제든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방 하나를 담아냈다. 독자의 감성을 부드럽게 두드리는 아름다운 문장이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절제된 문장으로 써 내려간 작품 편편마다 풍부한 감성이 한껏 응축돼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아름답고 유정한 수필의 맛에 흠뻑 취해 자신도 모르게 위로 받게 된다. 다음은 <우는 방>을 펴낸 정선모 작가와의 인터뷰이다.

정선모 작가
정선모 작가

-힘든 시기를 견뎌온 사람들에게 울고 싶을 땐 언제든 마음 놓고 울수 있는 방 하나의 공간을 담아낸 에세이 <우는 방>을 펴낸 의미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은 사람들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어 쓴 책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는 방>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울고 싶을 때면 아무도 몰래 다락방에 올라가 베개에 얼굴 묻고 마음껏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실컷 울고 나면 개운해져서 언제 울었냐는 듯 말짱한 얼굴로 내려왔지요. 혼자 꿈꾸고, 절망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던 다락방을 잊지 못합니다. 울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있다면 힘든 시기를 조금은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세이 <우는 방>의 서문 “꽃들이 눈물 흘리는 순간을 알아채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적고 있다. 작가가 책을 펴낸 의미는 무엇인가.

▶장미처럼 화려한 꽃이든 발에 밟히는 들꽃이든 그냥 저절로 피어나는 꽃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크든 작은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얼어 죽을 만큼 추위도 견뎌야 하고, 타죽을 만큼 땡볕도 이겨내야 합니다. 그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피워내는 꽃 한 송이의 의미를 아는 분들은 자신의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면, 지금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찬란하게 빛나는 내일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걸 알아채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서문을 썻던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가.

▶ 사람들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어쩌다 만나도 악수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지요. 코로나 전에는 장례식이나 결혼식 등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그러한 형식상의 예절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더욱 가까워진 관계도 생겨났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같고, 추구하는 방향이 같은 사람들과는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인류 문명의 불평등을 담아 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가 괸심을 끌었다.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 문명을 바꿔 왔는데, 변하지 않는 것이 인류애인 같다. 정 작가님의 저서에는 이 같은 인류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권력이 아니라 결국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연민이 없다면 지금까지 인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마음은 결국 자신을 구원할 것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모른 척하면, 자신도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받지 못할 것은 자명합니다.

‘남 일 같지 않아서’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줍니다. 그러한 마음들이 모여 지금까지 세상을 지탱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나이팅게일이나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들은 그러한 마음의 표상이지요.

- '우는 방'에는 절제된 문장에 작가의 풍부한 감성이 한껏 응축됐다는 평가이다.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 절망감에 빠진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책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희망은 어떤 것이 있는가.

▶'1부 눈부신 날'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랑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연인, 부부, 친구, 자연 등 사랑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는데, 소재는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큰 주제에 대한 작품들입니다.

 2부 '문이 열린 날'에는 사랑의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희생, 헌신, 친절, 봉사 등 살아가면서 서로 주고받는 이러한 마음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3부 꿈꾸는 날'에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마음의 자세를 담았습니다. 함부로 말하지 않기, 무조건 손 내밀어주기. 불의에 타협하지 않기, 표절하지 않기 등을 작품 속에 은근히 녹여내어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 끄덕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강요가 아니라 기분 좋게 설득당하는 작품을 쓰고 싶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우는 방>에는 우는 인간을 위로하고 있다. 우는 방은 옛날 다락방과 같다. 눈물 나는 날이면 다락방에 처박혀 실컷 울고 싶다. 울다 지쳐 잠이 든다. 날이 어둑해지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깬다. 언제 울었나 싶다. 엄마의 마음처럼 우는 방은 절망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공간이다. 작가가 '우는 방'을 주제로 책을 펴낸 것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진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숱하게 힘든 일을 겪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고, 철석같이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도 당합니다. 사업하다 실패하기도 하고, 입시나 승진 시험에서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한 일들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겪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놓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는 사랑의 힘을 믿습니다. 내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주위에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만드는 일은. 책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이신 정선모 님의 철학은.

▶저는 책 만드는 일을 인류의 문화 발달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기록을 통해 문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기록이 없다면 지금처럼 문명이 발달했을까요?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아있지요. 내가 살아온 흔적은 책으로밖에 남길 수 없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저는 ‘전 국민 1인 1책 갖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우리나라는 문화강국으로 우뚝할 것이고, 우리 후손은 그 열매를 마음껏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종이의 시대가 끝나고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종이 책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이라고 보는가.

▶디지털 시대로 인해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이 차츰 종이책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지만, 종이책만의 매력은 어느 디지털 매체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은 휘발성이 강해 읽을 때는 다 아는 듯해도 로그아웃을 하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을 읽으며 좋은 구절에 밑줄 치고 메모하며 다시 읽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뇌 속에, 마음속에 내용이 저장되곤 합니다.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전에 메모했던 것을 발견하면서 읽는 느낌은 새롭지요. 손으로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작을 통해 글의 호흡도 한 템포 쉬어가는 그 느낌은 디지털 매체로는 도저히 따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의 경영노하우는.

▶저는 책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저자가 쓰지만, 책은 출판사가 만들어내기 때문에 저자의 마음으로 책을 만든다면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지요. 얼마 전에 출판한 저자가 “그동안 책을 많이 펴냈지만, 이번처럼 즐겁고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더군요.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들은 가장 큰 찬사였지요. 좋은 작가를 찾아내고, 저자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만들다 보면 독자들은 금세 눈치챕니다. 그러면 출판사는 잘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10년 후 미래에 작가 정선모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작년에 한국디지털문인협회를 창립하는 데 동참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문학의 미래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분들이 모여 학술심포지엄도 열고, 공동 주제로 책도 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올 5월에는 ‘챗gpt와 문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고, 젊은 작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챗gpt를 활용한 글쓰기 아카데미’ 과정도 개설할 예정입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들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의미 있는 책을 계속 펴낼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정선모 작가 1989년 월간 한국시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수필문우회 회원, 한강문학작가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 도서출판SUN 대표이다. 저서로는 <빛으로 여는 길>(1995), <지휘자의 왼손>(1999), <바람의 선물>(2003),<아버지의 기둥>(2011),<너를 위한 노래>(2018), <우는 방>(2023) 등이 있다. 한국수필문학상(2003년), 신곡문학상(2013년), 한국산문문학상(2014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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