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 '실비아,살다' 고은영·주다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자"
[더 인터뷰] '실비아,살다' 고은영·주다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자"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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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을 올렸던 뮤지컬 <실비아, 살다>가 재연 공연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실비아, 살다>는 앞서 아르코-한예종 뮤지컬 아카데미와 예스24 스테이지 쇼케이스를 통해 작품 개발을 거치고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초연 무대를 올린 작품이다.

10년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끝끝내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과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본지는 이번 시즌 초연부터 재연에 참여한 배우 주다온을 비롯해 이번 시즌 빅토리아 역할로 극에 참여한 배우 고은영을 만났다.

고은영 배우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금악> <블루레인> <킹키부츠> <또! 오해영> 등 작품과 배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배우다. 이어 이번 시즌 다시 합류한 주다온 배우는 <히드클리프> <태양의 노래> <아가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등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배우다.

다음은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며, 공연제작소 작작의 뮤지컬 <실비아, 살다>는 이달 11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4월 16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Q.  반갑다.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주다온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배우 주다온이라고 합니다. 올해 28살이 되었고 데뷔한지는 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활약하는 모습 많이 보여드릴 테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Q.  충분히 활약 중이지 않나?

주다온  아뇨, 아직 부족합니다. 갈 길이 멀어요.(웃음) 정말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저력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 테니 기대해 주세요!

Q.  이어서 인사를 부탁한다.

고은영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작품 <실비아, 살다>에서 빅토리아 역을 맡은 배우 고은영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노코멘트하겠습니다.(웃음)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주다온  저는 초연이 끝날 때부터 다시 돌아오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재연 공연이 준비되고 있을 때 또 이렇게 연락을 해주셔서 참여하게 됐어요.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초연 때와는 다르게 다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되면서 인물에 대해서 전보다는 더 깊고 다양하게 볼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초연보다 더 깊어진 인물을 그려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더 깊어진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에는 두 역할을 다 맡게 됐는데, 대본을 다 외워야 했을 것 같다.

주다온  맞아요. 되게 신기한 게 익숙했던 대사들이라서 그런지 금방 입에 붙었던 것 같아요. 저도 잘 몰랐는데 제가 잘 안 잊어먹더라고요? 대본을 딱 들고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한번 싹 읽어봤는데 다 읊어졌었어요. 외우는 거에 있어서는 힘든 게 특별하게 없었고 다만 재연 공연에 올라오면서 수정된 부분들이 있는데 이미 몸에 배어버린 것들이 있다 보니 그걸 고치는 게 많이 신경 쓰였던 것 같아요. 

고은영  저 같은 경우에는 이 작품의 쇼케이스도 보고 초연 본 공연도 봤었어요. 초연 공연이요. 쇼케이스를 보고 나서 작품이 너무 좋길래 빨리 본 공연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바로 초연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때 다온 배우 캐스팅으로 봤었거든요. 작품이 너무 좋고 음악도 좋아서 팬으로서 진짜 "와~" 하면서 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재연 공연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렸고 오디션을 봐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다온이랑 같이 무대에 올라가다니 저는 성덕이에요.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Q.  무대 밑에서 봤던 관객의 입장과 이제 무대 위에 오를 플레이어의 입장이 다를 것 같다. 연습을 시작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고은영  사실 너무 좋은 작품인데 처음 대본을 받고 연습을 시작했을 때 조금 어렵다고 해야 할까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연출님이 연출을 되게 디테일하게 하시면서 많이 도움을 주시고 같이 참여한 배우들도 다들 많이 도와줘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작품이던 플레이어, 배우로서의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힘들죠. 객석에서 마냥 행복하게 웃으면서 '다들 정말 대단하다'하면서 공연을 봤었는데 무대에 오르면 언제나 힘든 것 같아요.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Q.  두 배우, 서로 알고있던 사이였나.

주다온  아뇨, 지금은 아는데 사실 초연 공연 때 보러 왔을 때까지만 해도 정말 모르는 사이였었어요. 사실 저는 언니가 저의 첫 공연을 보러 왔을 때 언니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거든요. 언니를 그때 처음 봤었는데 진짜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얼굴에서 하트가 흘러나오면서 '팬이에요~' 이랬거든요. 아니 처음 보는데 뭔가 너무 익숙하게 하트가 뿅뿅해서 말해주는게 너무 사랑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실 그 뒤로 같이 공연을 하거나 하진 않고 이번에 다시 만난 건데 그때 기억 때문인지 불편한 게 하나도 없었고 빠르게 친해진 것 같아요.

고은영  맞아요. 불편한 게 별로 없었고 정말 너무 반가웠고 너무 웃겼던 것 같아요.

주다온  너무 행복하게 웃으면서 저를 바라봐 줘서 행복했어요. 뭔가 엄청 친하진 않았는데도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 웃으면서 다가와 주니까 힘이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더 반가웠기도 했고요.

Q.  대본을 받아서 봤을 때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고은영  저는 너무 좋았어요. 정말 너무 잘 쓰인 작품이거든요. 대본을 보다가 뭔가 물음표가 생겼을 때 작가님이나 연출님이 바로바로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해주시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됐죠. 

주다온  저 같은 경우에는 초연 때 분명 열심히 대본을 분석하고 인물을 준비해왔었는데 그때는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봤지만 다시 보니 또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었어요. 물론 재연으로 돌아오면서 수정되거나 없어진 장면도 있고 대사도 있지만 그 부분들을 제외하고서라도 배우로서 혹은 인물은 연기하는 연기자로서 그 사이에 여러 작품들을 거치면서 배운 게 있었고 재연 대본을 보면서 그 뭔가 전과는 다른 부분들이 보이기도 했고 제가 어떤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이유,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빨리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재연 공연에선 개인적으로 디테일한 부분들을 많이 찾았었고 전과는 다른,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부담감은 없었나.

주다온  부담감이 없었는데, 지금 생겼어요.(웃음) 런을 돌 때도 떨려서 죽을 것 같아요. 이런 적이 없는데 말이죠. 공연 전에도 사실 엄청 긴장을 많이 하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진짜 막 바들바들 떨어요. 이걸 어떻게 청심환을 먹어야 하나, 늘 생각하는데 아니야 안 먹던 거니까 먹지 말자 하는 생각을 하고 공연에 올라가고 있어요. 많이 긴장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고은영  저는 청심환을 먹습니다. 

주다온  그럼 같이 먹으면 되겠다. 사람마다 조금 다르게 졸리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서 먹을까 말까 고민이 많이 됐었거든요.

고은영  확실히 심장이 좀 느려지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먹는 게 뭔가 마음이 편해서 그냥 먹습니다.

주다온  제가 첫 공 때 진짜 이러다가 기절하겠다 싶을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실비아, 살다> 초연 첫 공 때는 긴장을 하나도 안 하고 그냥 편하게 했었거든요. 너무 신기한데, 이번 시즌에는 아닐 것 같아요. 오히려 작품을 너무 많이 알게 돼서 그런지 뭔가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겼어요. 잘 시작하고, 끝내고 싶습니다.

Q.  각자 맡은 배역을 소개해 보자.

주다온  제가 본 실비아란 인물은 자기가 원하는 예술을 하고 싶었던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은 외부의 억압이나 압력을 받을 때 흔들리기 마련인데 의지를 굳게 지켜나가는 사람이었거든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멋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실비아란 인물은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 작품 속에선 다시 살아나요. 본인이 꿈꿔왔던 예술을 헤쳐나가는 실비아의 모습을 통해 주변 인물들 혹은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 큰 힘을 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은영  빅토리아는 큰 사람인 것 같아요. 정말 큰 사람이고 멋있는 인물이죠.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너무 멋있어서 이런 언니나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겠다 생각했을 정도로요. 뭐라고 딱 정의할 순 없는 캐릭터였고 배우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인물로 그려낼 수 있을 만큼 뭔가 큰 인물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연기하는 빅토리아가 정말 다 달라요. 여러 번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Q.  은영 배우가 바라본 세 명의 실비아는 어떤 느낌인가.

고은영  일단 다온 실비아는 작가의 향기가 많이 나는 실비아인 것 같아요. 실비아라는 인물, 그 자체인 어떤 작가의 향기가 나오는 실비아인 것 같고 다음으로 수정 배우님의 실비아는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실비아인 것 같았어요. 그냥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귀여워~'가 자동으로 나오는 실비아에요. 마지막으로 란주 배우님의 실비아는 되게 섬세한 실비아인 것 같았어요. 셋이 정말 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연습하면서도 정말 신기했었어요. 

Q.  이어서 다온 배우가 바라본 빅토리아는?

주다온  우선 은영 언니는 진짜 실제로 보면 전혀 안 그렇게 생겼는데 무대에 올라가면 이상한 걸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궁금한 빅토리아인 것 같았어요. 뭔가 다른 건 아니고 어떤 포인트들이 있는데 그걸 기가 막히게 잘 살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너무 이쁘고 전혀 이런 걸 안 할 것처럼 생겼는데 그래서 뭔가 더 다가오는 느낌들도 있던 것 같아요. 이어서 지숙 배우님의 빅토리아는 포근함이 있어요. 언니만 뿜어낼 수 있는 포근함이 있기 때문에 그가 다가올 때 어떤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빅토리아였던 것 같습니다.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Q.  옆에서 바라본 다온 배우의 빅토리아는 어떤가.

고은영  아주 컬퍼풀하고 재밌는 빅토리아랄까요? 저나 지숙 배우님의 빅토리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시고 공연 보러 와주셔서 확인해 주세요.

Q.  연습 과정에서 꽂힌 대사나 가사 혹은 울림 있게 다가온 게 있다면?

주다온  "내가 너의 글을 알아"

고은영  아! 저도 이거 하려고 했는데.

주다온  이 대사가 위로도 주고 있지만, 받기도 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 그 자체가 울림이 있습니다.

고은영  저도 정말 너무 좋았고 정말 너무 추천해요. 이게 단순하게 극에서는 글이라고 말을 하지만 작품을 떠나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가족이,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건 큰 힘이 되는 부분이잖아요. 나를 알아준다는 것 그 말이 큰 힘이 되고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내가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을까?

주다온  저는 윤지 연출님이요. 이번 재연 공연을 참여하고 나서 이야기를 해주신 게 있어요. "초연 때 연습 중반까지 되게 불안했다. 네가 어렸었고 연습도 혼자 해야 되는 시간들이 많아서 이게 맞는 걸까 고민을 했었다"라며 "그런데 첫 공연 무대에 올라간 걸 보고 나서 그냥 관객이 돼서 공연을 봤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씀을 해주신 거예요. 사실 그전까지 연출님이 '잘했다'라는 이야기를 정말 잘 안 하시고 표현 안 하시거든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이번에 듣게 됐었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저를 알아봐 준 것 같고, 앞서 말한 '내가 너를 알아'라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더 짜릿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너는, 넌 정말 한계가 없어. 좋아질 거고, 더 잘할 거다"라고 말해주셨는데 그게 정말 최고의 칭찬이지 않나 싶었어요. 저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마법의 말인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은영  저 같은 경우에는 작업을 한다는 것,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내가 인정받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배우란 직업이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나를 증명하고 인정받고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사실 공연을 하고 있을 때에도 다음 작품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늘 살얼음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에 기쁨을 얻고, 인정받는 것 같더라고요. 

Q.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은영  그거죠?

주다온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저는 늘 이 작품 마지막에 글을 완성하고 노트를 덮고 끝나는데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진짜 힘들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진짜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만나고 나서는 그래도 살자는 생각을 갖게 됐었거든요. 정말 고마운 작품인 거죠. 

고은영  자기야 되게 잘한다.

주다온  이제 자기 차례야.

고은영  제가 생각하는 어떤 키워드라고 한다면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요.  "내가 너의 글을 알아, 친구"라는 게 엄청 다가왔어요. 처음 이 공연을 봤을 때 관객의 입장에서 딱히 힘든 일이 있다거나 사정이 있던 것도 아니고, 우울하지도 않았는데 공연을 보고 나서 뭔가 치유가 되고 힐링 됐거든요. 누가 저의 등을 토닥토닥 두르려준 느낌이 들었는데, 진짜 힘든 일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받은 게 정말 색다르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저는 그런 따스한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어요.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Q.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주다온  정말 너무 많았는데 대사 실수가 웃긴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고은영  진짜 웃긴 게 있었는데 우선 4명의 남녀 앙상블이 있거든요. 연습 때 진짜 매일매일 짜오는 게 너무 달라서 새로운 공연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 그리고 다온이가 앞에 나오면 항상 물어보곤 했어요. "그래서 너는 지금 누구야?"라고요.(웃음) 

주다온  그럼 제가 이렇게 서서 말하죠. "지금은 누구입니다"라고요. 빅토리아랑 실비아 역할을 같이 맡고 있다 보니까 실비아도 연기하고 빅토리아도 연기하면서 준비했었거든요. 어떤 장면에선 실비아가 돼야 하고 다음 장면에선 빅토리아가 되어야 하다 보니까 지금 누굴 연기하고 있냐고 연습할 때 많이 들었죠.(웃음) 

Q.  두 사람은 혹시 글을 써봤던 적이 있을까.

주다온  저는 중학교 때 시 대회에 나가서 최우수상인가 대상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상을 받았었고 그 이후에 제가 아이돌을 잠깐 준비했었는데 그때 작사나 작곡을 배우면서 쓴 적이 있죠. 요즘 싱어송라이터가 기본이다 보니까 회사에서 가사를 할 번 써보라고 시켰었는데 진짜 되게 못 쓰고 못 쓰겠더라고요. 뭐라고 써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그때 글을 쓰는 일이 어렵고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웃음) 그 뒤로는 잘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고은영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한 걸 블로그에 정리해서 기록해두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공개하지는 않고 저 혼자 이렇게 여행 기록을 쓰고 보고 있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 글쓰기 대회가 있어서 했었는데 나갔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시를 쓰는 게 숙제였던 적이 있는데 엄청 열심히 글을 썼었거든요. 내가 봐도 좀 멋있는 시가 쓰였던 걸로 기억해요. 사람에 대한 글이었죠. 그때 집에서 가족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제 글이 너무 좋아서 아빠한테 가서 "내가 쓴 글인데 이것 좀 봐봐, 너무 잘 썼지? 아빠"라고 말을 했는데 정말 아무런 답이나 칭찬도 안 해주고 가시는 거예요. 그때 정말 열심히 글을 쓰고 저 스스로도 너무 잘 쓴 글이었었는데 안 봐주셔서 그때부터 열정이 식어버렸습니다.(웃음) 만약 아빠가 그때 너무 멋있다고 하면서 말을 해줬으면 "아 그래? 나 좀 글 쓰는데 소질이 있나 보다"이랬을 텐데 말이죠. 

Q.  어찌 보면 그때 그 일 덕분에 우리는 지금 배우로서 만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고은영  다행일 수도 있던 거죠? 만약 아버지가 보시고 좋아했더라면 시인이 될 수도 있었어요.(웃음) 그렇게 생각한다면 맞는 겁니다. 

Q.  추천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꼭 봐야 하는 장면도 괜찮다.

주다온  진짜 다 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한 넘버만 꼽자면 전 '10년에 한 번씩'이요. 이유요? 이 넘버가 앞서 말했던 나를 다시 살게 하는 방법으로서 나는 죽음을 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고, 하나 더 추천을 하자면 '새로운 기차여행을 위해'를 추천합니다. 빅토리아랑 실비아가 함께 무대 위에 올라오는 장면인데 정말 좋습니다. 두 곡은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고은영  저는 '그냥 그렇게 난 살고 싶어'라는 넘버요. 이 넘버도 실비아랑 빅토리아가 만나서 부르는 넘버인데 되게 유쾌하고 재밌어요. 그런데 가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실비아랑 빅토리아의 가사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귀 기울여서 들여다보면 되게 입체감 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쉽게 흘러갈 수 있는 노래인데 다시 한번 집중해서 들어보면 또 슬퍼지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알고 보면 되게 슬픈 노래예요.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있는 넘버인 것 같습니다. 

Q.  내가 연기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고, 듣고 싶나.

주다온  저는 만약 만나게 된다면 "넌 잘될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과거의 저를 만나거나 미래의 제가 지금의 저한테도 해줬으면 좋겠는 말이 딱 그 말이거든요. 내가 언제 잘못될지 모르고 또 언제 잘 될지도 모르잖아요. 연기라는 것도, 작품이라는 것도 지금은 하고 있지만 언제 또 끊길지도 모르는 것처럼 언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일을 그만둬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것 같아요. 언제던 너는 잘 될 거라고요. 과거에 제가 포기하지 않은 게 지금의 저는 너무 기특해요.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싶고, 해주고 싶습니다.

고은영  저도 비슷해요. 그냥 "잘하고 있어, 잘 가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곳을 향해, 일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 길을 가던 중에 넘어지거나 지쳐서 앉아있다고 한다면 그런 이들 혹은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한 것 같거든요. 제가 하는 것도 좋고 누군가에게 듣는다면 참 좋을 것 같은 말인 것 같아요.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는거 맞아? 확실해. 맞아. 너는 잘하고 있어"라고요. 

Q.  우리 작품 <실비아, 살다>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고은영  다른 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너무 좋거든요. 보러 오세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캐스팅 상관없이 너무 좋은 작품이고 음악도 그렇고 글도 너무 좋아요. 꼭 보러 와주세요. 그리고 초연 때도 그렇고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이 다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까 꼭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다온  저는 관객분들이 우리 작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으면 좋겠냐 생각을 해봤는데 보면서 '나는 소중한 존재구나'라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더라고요. 이걸 관객분들이 보시면서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는 바람이 있어서 우리 작품을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혼자 혹은 연인과 와도 좋지만 가족과 와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동생이 친구랑 보러 오겠다는거 엄마나 아빠랑 같이 오라고 말을 했었거든요. 가족끼리 봐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공연입니다.

Q.  초연 때 가족분들이 보러 왔었나.

주다온  아뇨. 그때 부르지 못한 이유가 있어요. 제가 극 중에 키스신이 있는데 그걸 부모님에게 보여드리는 게 용기가 나지 않았었거든요. 

고은영  그럴 수 있죠.

주다온  왜냐하면 공연에 집중해야 되는데 그걸 보여준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면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부분에 신경이 쓰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발 보러 오지 말라고 말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또 이제 제가 28살이 되기도 했고 뭔가 한 겹 두꺼워졌나 봐요. 그래서 보러 오라고 말을 했습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덧붙여서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주다온  일단 저는 기회가 두 번씩 있습니다. 실비아랑 빅토리아 역으로 각각 한 번씩 봐주셔야 합니다.(웃음) 제가 얻고 가는 베네핏이라고 생각하는 게 다른 역할을 다 같이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고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모습이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공연 많이 사랑해 주시고 와서 감동과 위로를 받고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은영  저는 어떤 캐스팅으로 다 보셔도 좋습니다. 

주다온  아, 옆에 있는 은영 빅토리아의 매력이 있습니다. 은영 빅토리아는 미남이다.

고은영  일단 의상 신발을 신으면 키가 180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멋있고, 극장 뚜껑을 날려버릴 정도의 에너지로 승부하겠습니다. 

주다온  은영 빅토리아 회차 때 극장 지붕이 날아가니까 혹시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우산 쓰고 봐야 합니다.

고은영  그래서 우비 입으시라고 말을 하려고요.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Q.  지난해 나를 되돌아봤을 때 100점 만점 몇 점짜리 한 해를 보냈나.

주다온  저는 개인적으로 저 스스로에게 야박하다랄까요. 그래서 50점 정도 주고 싶어요. 

고은영  저도 50점 정도 생각이 들어요.

주다온  언니도 야박하네요.(웃음) 저 진짜 지난해 힘들고 바쁘게 한 해를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저는 지금 제 나날들 중에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지난해 저한테는 50점을 주고 올해는 100점이 될 때까지 혹은 그 이상이 될 때까지 더 많이 노력하고 싶거든요. 체력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고 아프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50점을 줬습니다.

고은영  저는 상반기에 세웠던 목표들이 딱 50퍼센트 정도 해낸 것 같아요. 그래서 50점을 줬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저희 배우 카톡 방에서 올해 1월 1일 배우들이 서로의 목표를 적어서 공유했던 적이 있어요. 스태프랑 창작진도 다 같이 적어서 이루도록 지켜보자 했었죠. 아, 그때 주온 배우가 목표를 안 썼어요.

주다온  저는 그게 뭔지 지금까지 몰랐어요. 제가 그날 연습을 안 갔었거든요. 그런데 막 목표가 올라와서 저는 그걸 보면서 '이게 뭘까?'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그럼 지금 해보자. 올해 목표는?

고은영  우주 대스타?

주다온  네, 진짜 우주 대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힘들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앞으로 좋은 작품과 배역들을 맡고 하나하나 제가 만족할 만큼 해내고 싶어요. 제시간을 투자해서 집중해서 한 작품, 한 작품 집중해서 하자는게 저의 올해 목표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저를 더 많이 알아봐 주지 않을까요? 

고은영  저는 직업과는 상관없는 여행을 가고 싶어요. 

주다온  저도요. 한 일주일 만이라도 여행에 시간을 투자하고 가보고 싶습니다.

고은영  저는 그래서 올해 제2 외국어 공부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Q.  관심 가는, 배우고 싶은 외국어가 있을까.

고은영  일단은 영어겠죠. 영어 공부를 해서 여행을 가는 게 어떻게 보면 올해의 가장 큰 목표고 그다음으로 몸짱이 되고 싶습니다. 그건 뭐 빅토리아 때부터 할 수 있지만 건강한 몸짱이 되고 싶습니다.

Q.  한 달간 유급 휴가를 갈 수 있다면, 어느 나라 혹은 도시로 가보고 싶나.

주다온  저는 스페인이요. 유럽도 안 가봐서 가보고 싶어요. 박물관도 되게 좋아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박물관도 많이 가보기도 하고 책으로 보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만약 유급 휴가를 떠나서라도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있는 유럽으로 가보고 싶어요.

고은영  저는 자연을 너무 좋아해서 위시리스트에 뉴질랜드가 있어요. 최근에 '두발로 티켓팅'이라고 영화배우님들이 나온 여행 프로그램을 봤었는데 뉴질랜드로 여행을 가셨더라고요. 너무 그 자유로움? 광활한 대자연을 너무 잘 담아냈더라고요. 사실 기대도 안 하고 뉴질랜드에 가고 싶어서 봤는데 모든 장면이 레전드랄까요. 꼭 가보고 싶습니다.

주다온  저랑 같이 가요. 저도 너무 가고 싶어요.

Q.  두 사람의 여행 스타일은?

고은영  저는 완전 체크체크해야 됩니다. 

주다온  제 친구들은 다 MBTI에서 J거든요. 그런데 저는 P에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어디 가서 딱 앉잖아요. 앉아서 밥을 먹고 있으면 다음에 커피숍을 어디 갈 건지 뭐를 먹을 건지 막 찾고 있어요. 저는 상관없는 편인데 막 신경 쓰고 있다 보니까 저도 정해줘야 할 것 같고 그런 느낌을 받고는 하죠.

Q.  재테크를 하는 게 있을까.

주다온  저는 관심은 있는데 하는 건 없어요. 저축은 하는데 이걸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보니까 따로 하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고은영  저도 저축하는 편입니다. 가끔 부모님이 어떤 주식을 사라고 하면 부모님의 말에 따라서 주식을 사는 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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