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 '미드나잇' 김수·노희찬, "고결하지만 하찮은, 암울한 이야기"
[더 인터뷰] '미드나잇' 김수·노희찬, "고결하지만 하찮은, 암울한 이야기"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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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가 돌아왔다.

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이하 '미드나잇')은 1930년대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사라지는 공포 시대를 배경으로 한 부부에게 불길한 손님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시즌 아내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애처가인 맨 역을 맡은 노희찬 배우와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내 우먼 역을 맡은 김수 배우를 만났다.

다음은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빨래> 등 다양한 작품에 캐릭터를 맡아 뛰어난 해석력과 흔들림 없는 실력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배우 노희찬, 뮤지컬 <삼총사> <잭 더 리퍼> <팬텀> 등 대극장 무대를 오가며 특유의 청아한 음색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이끌었던 배우 김수와의 인터뷰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는 지난 1월 31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4월 23일까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된다.

 

Q.  반갑다. 일단 김수 배우는 본지와 첫 인터뷰니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  수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배우 김수입니다. 데뷔한지는 만으로 2년이 아직 안 된 어린이 뮤지컬 배우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 달 남았거든요. 3월에 2년 차 배우가 됩니다.(웃음)

Q.  이어서 희찬 배우는 지난 1년 그래도 여러 작업을 하면서 바쁘게 보낸 것 같은데 어떤가.

노희찬  작년에 딱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뭐가 됐든 간에 이것저것 정말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은 최대한 가리지 않고 했었던 한 해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작년에 말했던 주식이 지금 너무 파란 하늘이 되었거든요. 주식을 하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 적금 든다고 넣어둔 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거 빼고는 너무 좋습니다. 다행인 건 많이 안 널었거든요. 그것 빼고는 아주 좋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광장시장 가서 떡볶이도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갔었나.

노희찬  네, 이뤘잖아요.(웃음) 경욱 형이랑 진우랑 하루 날 잡아서 갔었어요. 그날 밤새도록 먹은 것 같아요. 한창 12시 제한이 풀렸을 때였었는데 거의 6시간? 아니죠. 7시간은 먹었던 것 같아요. 일단 1차로 제가 가는 떡볶이집이 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전집으로 가서 전을 먹었어요. 2차로 제가 가는 떡볶이집에 가서 먹었죠. 그리고 3차로 횟집을 가서 먹고 4차로 다시 떡볶이집으로 갔었고 5차로 매운탕집에 가서 해물을 먹었어요. 6차로는 그 낚지 탕탕이를 시켜서 먹고 마차로 다시 떡볶이집에 갔어요. 술은 적당히 먹었고 거의 광장시장 투어를 갔었어요. 

김  수  그렇게 많아요? 떡볶이 맛집 추천 좀 해주세요.

노희찬  일단 그 알려주면 안 되는데 알려줄게 그 광장시장 가면 사거리가 있어요. 거기 딱 한가운데 떡볶이집이 있어요. 누가 봐도 여기가 딱 정중앙인데 하는 그 자리에 떡볶이집이 있는데 거기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여러 군데 가봤는데 맛이 다 달랐는데 거기가 제일 맛있어요. 

김  수  우리 시작하고 4분 동안 떡볶이 이야기했어요. 

 

Q.  그럼 본격적으로 작품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공연 이전에 봤었던 작품이었나.

김  수  알고는 있었는데 보진 못했어요. 이 작품이 결정되고 나서 찾아보니 <미드나이트:액터 뮤지션>공연이 하고 있어서 그 작품을 먼저 찾아봤었습니다. 되게 재밌더라고요. 

Q.  공연을 보고 나서 연습에 들어왔을 때 어땠나. 두 작품이 같으면서 완전히 다르지 않았나.

김  수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영화나 공연을 볼 때 되게 나도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해보면 잘 안되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생각보다 어렵겠다 싶었는데 더 어렵더라고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게 블랙 코미디고 텍스트로만 봤을 때는 너무 어둡고 무섭겠다 했었거든요. 거기다가 이번에 대학로 공연을 처음 참여했는데 분량이 엄청 많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노희찬  저는 사실 공연을 보진 못했었고 영상으로 찾아봤었거든요.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제가 조금 마이너 한 기운이 있다 보니 잘 스며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마이너 한 기운이 있고 그래서 뽕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변에선 아니라고 하는데 저는 그래요. 있거든요. 이 작품 자체도 시대상이 잘 반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게 저의 마이너 한 기운에 잘 나올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배역을 어떻게 준비하는 편일까. 

김  수  일단 나라면 어떤 반응이나 감정, 기분이 들까를 대입해 보는 것 같아요. 그게 캐릭터랑 어울리면 그걸 쓰고 아닌 것 같으면 이제 그다음을 생각해 보죠. 중요한 건 최대한 텍스트를 많이 읽고 그 텍스트 안에서 인물을 꺼내려고 하는 거예요.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 맞으면 쓰고 안 맞으면 새로운 걸 찾거나 맞는 부분들을 연결해나갔어요.

노희찬  저도 비슷해요. 일단 대본을 봤을 때 전체를 먼저 이해하고 그 안에서 주어지는 상황에서 이 캐릭터가 뭘 하고 있고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번 다 읽어보고 생각해 보죠. 그리고 저한테 대입을 해보고 만약 이 캐릭터가 맞으면 가져가는 거고 안 맞거나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찾아나갔죠.

Q.  각자 맡은 배역을 소개해 보자.

김  수  우먼은 불안한 시대, 어둡고 힘들고 또 억압받고 있는 시대에서 살고 있는 인물이에요. 항상 긴장하고 있고 일을 하려고 집을 나간 남편이 언제 돌아오나 생각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불쌍한 한 사람입니다.

노희찬  말 그대로에요. 평범한 사람이죠. 그냥 옆집에 살고 있는 혹은 윗집이나 아랫집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족이자 가장이에요. 그리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이에요. 다만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가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내 가족일 수도, 친한 지인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김  수  사실 그 시대는 그 시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모두가 적의를 갖게 되는 것 같았어요.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어떤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변해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이런 시대가 아니었다면 다른 시대, 지금이라면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하거나 생각을 했을까라고 봤을 때아니었을 거라고 봤거든요. 오히려 지금의 저보다 더 착하고 무해하게 살 수도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맨이나 우먼은 그 시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변해갔던 사람이라고 봤어요. 그냥 그 시대 속에 끼어맞춰진 그런 사람들인 거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에요.

Q.  두 사람이 극 중에서 부부인데, 두 사람은 서로의 어떤 점에 끌려서 결혼을 했을까.

김  수  희찬 배우님의 맨을 한정해서 생각해 볼까요? 

노희찬  오늘의 저를 반영해 주세요.

김  수  어떤 점에 서 반했을까요? 저는 우먼이 아빠와 맨의 존재를 동일시한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맨한테 의지했다고 봤어요. 맨의 어떤 점에서 끌렸냐고 한다면 당연히 아빠와 닮았던 점이 있었을 거예요. 아빠의 모습을 맨한테서 발견했기 때문에 그한테 매력을 느끼고 사랑을 느꼈을 거예요. 우먼에겐 아빠는 항상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우먼에게 줬었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자 의지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었고 다정했었죠. 희찬 배우님이 같이 공연할 때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맨을 연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되게 다정하고 사랑이 가득합니다.

노희찬  저도 뭔가 앞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데 특별하게 이 사람하고 뭔가 특별한 만남으로 결혼까지 이어갔던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만난 거예요. 우연히 만나서 말 한마디 걸어보고 싶었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가 통하는 게 있었고, 서로가 좋은 부분들 어떤 취미생활 등등에서 교집합이 되는 게 맞아가고 조금씩 나눠가다가 사랑을 하게 된 거죠. 또 시대적으로 생각을 해봤을 때 어떤 억압을 받고 있다 보면 그 속에 또 어떤 순간순간들이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게 있다고 봤어요. 찌릿찌릿한 순간들이 더 크게 다가온 거죠.

김  수  아주 작은 것에도 큰 공감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노희찬  맞아요. 그런 게 있었던 거죠. 어쩌면 그 자리에 우먼이 있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있었어도 그 사람과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면 그 사람과 이어졌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요.

김  수  저희가 연습 때 이야기가 나왔던 건데 당시 결혼이라는 게 그렇게 로맨틱한게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식이라는 문화 자체도 없었고, 그냥 시청 가서 줄 서서 도장 한 번 찍으면 결혼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혼도 되게 많았었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들의 결혼이 그 과정들이 엄청 운명적이거나 로맨틱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노희찬  지금 우리들이 결혼을 떠올리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게 있잖아요. 비슷하게 생각하는 게 있는데 그 시대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 당연한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봐요.  평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그게 오히려 평범한 그들의 시대에서 평범한 사랑 혹은 평범한 생활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비지터가 그들이 살고 있는 장소, 집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어떤 존재로 그를 바라보나.

김  수  비지터라는 존재에 대한 해석이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이슈잖아요. 그래서 의견이나 해석이 많아요.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는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연기하고 있어요. 전체를 바라봤을 때 비지터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는 누구라고 뭔가 다른 대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극에 있는 인물로서 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두려워하는 사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나를 혹은 가족을 죽일 수도 있는 죽음에 가까운 절대적인 공포의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노희찬  존재라고 한다면 극 중에도 나오지만 악마로 명시가 돼있어요. 그런데 저는 악마나 어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인간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던져놓은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보는 여러분은 이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요. 저는 악마나 천사라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았어요. 관객의 입장에서 이 캐릭터는 직장에서 나를 괴롭히는 상사일 수도 있고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는 친구가 될 수도, 선생님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김  수  사실 극 중에서 '악마야'라고 말을 하는 것도 맨이 악마라고 말을 하는 거지 비지터가 스스로를 악마라고 말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과연 비지터가 무엇일까, 누구인가를 결론 내릴 필요도 없고 결론을 내리지도 않아도 되는 거예요. 각자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할 수 있는게 우리 작품인 것 같습니다. 제가 떠올린 것들 중에 하나는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을 유혹하는 뱀 같은 존재요. 대본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게 비지터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거짓말일 수도 있다고 봤거든요.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서부터 이미 극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수십 갈래로 갈라져나가요. 그런 재미죠. 예를 들어 비지터가 프로텍션 그딴건 없어라고 말하는게 진짜 없는 건지, 있는데 그 순간 우먼과 맨이 정신없게 만들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지 답을 주진 않거든요. 그래서 너무 재밌었어요. 어떻게 보면 극 중에서 보이는 제3자의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양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들게 만든달까요. 그들 속에 있는 어떤 죄책감일 수도 있고요. 원래 자기 자신을 가장 아프게 하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하잖아요. 

노희찬  해석이 다양하다 보니 궁금하시면 공연장을 찾아주셔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매번 새로운 공연이고 긴장감이 있거든요. 배우들이 바뀌면 또 다른 느낌이 들거든요. 극이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심심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배우들은 다 긴장하고 공연에 임하기도 하고요. 

Q.  긴장하게 되는데 극 중 티키타카가 큰 영향을 줄 것 같은데

김  수  맞아요. 처음 리딩하고 연습할 때 대본을 진짜 다 외워야 했어요. 내가 말하가도 누가 들어와서 탁 치면 멈췄다가 이어가야 하고, 다음 사람이 말할 때 내가 끊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노희찬  한 일주일간은 그랬던 것 같아요. "나야?" "너야" 하는 이제 들어가야 되나, 이때 들어가면 되겠다 하는 부분들이요. 그리고 사실 배우들이 컨디션에 따라서 격해지는 날이 있을 수도 있고 하다 보니 스파크가 한쪽에 튈 때가 있거든요. 그때는 물릴 때도 있고 해서 그걸 다 외우고 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Q.  그래도 연습 때 많이 틀려야 본 공연에선 안 틀리지 않나.

김  수  더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 같아요.

노희찬  그런 게 좀 있긴 하죠.

 

Q.  두 사람이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거나 깨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노희찬  사실 우먼하고 맨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고, 사람은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저 노희찬이라는 사람이 친한 구에게도 드러내지 않는 부분이 무언가 하나라도 있는 것처럼 뭔가 특별하지 않더라도 말하지 않거나 숨기거나, 아니면 그냥 드러내지 않은 비밀이나 무언가가 다 있는 거죠. 맨도 그렇고 우먼도 그렇고 이쁘게 잘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 들키고 싶지 않은 무언가 숨기는 건 있을 거라고 봤어요. 그런데 그게 비지터가 들어오고 굳이 그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는 이들을 풍비박산 내려고 하지만 그걸 드러냄으로써 이들 스스로 어떤 대처를 하게 만들어요. 누군가는 공감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반대로 그래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라면서 되레 화를 낼 수도 있고 그건 선택인 것 같았어요. 관객분들도 어떤 상황을 보면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게 포인트로 보입니다. 

김  수  대본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건 우먼이 비지터를 처음으로 공격하는 타이밍이 아빠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빠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했을 때 공격을 하거든요. 우먼의 약점은 그의 약점이 아니에요. 우먼이 고발을 했다는 사실이 들켜서 우먼의 수치를 드러내서 그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그가 나의 아빠, 아빠를 공격해서 그를 공격하죠. 되게 흥미로웠어요. 왜 우먼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났을 때 화를 내지 않고 아빠의 이미지가 훼손됐을 때 화를 냈을까 생각해 보니 그의 중심, 우먼의 정체성은 맨과 아빠에 있었던 거였죠. 아빠가 있었을 땐 그의 정체성이자 중심은 아빠였었고, 맨을 만나고 아빠에서 맨이나 남편으로 옮겨갔어요. 자기의 수치이자 자신의 죄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유일한 사람인 남편 혹은 아빠. 그들이 가진 그 고귀함을 침범한, 그걸 훼손했다는 게 우먼에게 더 크리티컬하게 왔던 거예요. 거기에 돌아버렸죠. 남편도 이미 휘청거리고 있어서 화가 나는데 아빠까지 건드려버리니까 터졌다고 봤어요. 

Q.  비지터는 그럼 왜 그들의 집을 방문한 걸까.

노희찬  그래야 이 이야기가 진행이 돼서?

Q.  아니면 그들의 집만이 아니라 모든 집에 갔던 걸 수도 있지 않나.

김  수  실제로 극 중에 이야기하거든요. 비단 우먼과 맨의 집에서만 그런 일이 있던 게 아니고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집에서 그런 갈등이 있었고, 아픔이 있었고, 비극이 존재했을 거라고요. 

노희찬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품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장소로 칭해졌는데 그 시대를 살아갔던 모든 이들, 모든 장소에서 그게 반복되고 있지 않았나. 그래서 왜 찾아왔을까가 아니라 그냥 찾아온 재해인 거죠. 그냥 맨과 우먼이 지내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 누군가가 있던 거죠. 무슨 큰 목적과 이유가 있던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사니까 온 거예요. 

Q.  그래서 본지는 어떤 악마가 인간의 영혼을 장난감처럼 집에 가둬두고 장난을 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작품을 해석해 보기도 했다.

김  수  재밌네요. 연출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었거든요. 고결하지만 하찮은, 암울한 이야기라고요. 

노희찬  이게 매력이 있는 게, 이 작품 속에서 희극적인 부분들이 극대화돼서 표현하는 것에 따라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다르게 보일 수도 있더라고요. 암울한 이야기를 계속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보는 입장이나 연기하는 배우들도요.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풀어놓은 게 오히려 이 작품의 시그니처가 돼서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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