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②] '미드나잇' 김려원 "한 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을걸요?"
[더 인터뷰②] '미드나잇' 김려원 "한 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을걸요?"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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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대를 온전히 즐기고 내려올 수 있는 공연 많이 하고파"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가 3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왔다.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이하 '미드나잇')은 1937년 스탈린 치하 소련을 배경으로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사라지는 공포의 시대에 사랑과 믿음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고 있는 한 부부에게 12월 31일 자정 직전 불길한 손님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본지는 이번 시즌 한 부부에 집에 찾아온 불길한 손님 '비지터' 역을 맡은 배우 김려원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앞서 진행된 [더 인터뷰] '미드나잇' 김려원, "긴장되나 즐겁고 매력 있어"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한편, 뮤지컬 <미드나잇>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지난 1월 31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4월 23일까지 공연된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김지호 연출의 스타일은 어땠나.

김려원  배우들이 사실 대본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대본이 너무 괜찮았었고 이미 여러 차례 공연을 해오면서 잘 짜여 왔기 때문에 대본에 충실했죠. 이미 너무 많은 배우들이 이 작품 속 배역들을 연기해왔기 때문에 안되면 그냥 연기하는 플레이어가 부족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품과 대본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뭘 바꾸거나 하지 않았고 오류가 있던 부분만 이야기해서 조금씩 변형을 준 부분 빼곤 대본에서 벗어나거나 연출님의 방식에서 벗어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상호 배우님도 그렇고 초반에 말했지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사실 여러 차례 같은 공연을 하거나 하면 바뀌는 것에 거부감이 들거나 할 때가 있거든요. 내가 이걸로 공연을 잘 했는데 다음에 그걸 바꾸는 게 더 좋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사실 조금 귀찮기도 하고 내가 잘 해왔던 거니까 내가 해왔던 것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해서 뭔가 바꿔서 잘해야겠다는 건 거부감이 안 들 수 없는데 상호 배우님은 되게 열려있더라고요. 새로 참여하는 배우들이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면 보통 배우들은 자기 노선이나 디테일을 공유하기 꺼려 하기도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 다 열려있어요. 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내가 이걸 가져가도 되냐고 했는데 그냥 편한거 있으면 다 가져다 쓰라고 하고 오히려 조명을 맞추거나 할 때 자기는 이 장면에서 이 부분에 포인트가 맞는데 저는 포인트가 달라진다고 그걸 신경 써서 잡아주고 챙겨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게 쉽지 않거든요. 많이 배웠죠. 그리고 연습도 진짜 많이 나오시고 제일 열심히 해서 보고 배웠습니다. 성민 언니가 연습할 때 "너 처음 하는 것 같지 않아"라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말다 했죠. 그래서 그때 너무 고마워서 고맙다면서 커피도 보냈어요.(웃음) 

Q.  재연 공연은 그래도 좀 하지 않았나.

김려원  제가 삼연은 한 번도 없었고 재연도 <리지> 정도 한 것 같아요. <이블 데드>도 두 번 올라갔었는데 그때 연출님이 바뀌셨었거든요. <젊음의 행진>도 두 번 했었는데 그땐 역할이 바뀌었어요. 똑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른 건 <리지> 한 편뿐입니다. 

Q.  다시 무대에 올라갔을때 전과 다른게 느껴졌을까.

김려원  진짜 여유가 생겼었어요. 훨씬 떨림도 적었고요. 여유라는 게 생기니까 뭔가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재연 공연이 좋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사실 예전엔 재연 공연에 대한 제의가 들어오면 거절하거나 다른 작품에 참여하고 있어서 못하겠다고 했었는데 이 공연 이후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해야겠다 싶었죠. 저는 경험에 많이 의존하는 편인 것 같더라고요. 하기 전까지는 너무 무섭고 못하겠다 싶었고, 걱정이 많았는데 시작하면 의외로 쉬운 게 많은 것처럼요. 그런데 그걸 경험하기 전까진 모르는 거죠. 매체 촬영들도 그랬어요. 처음에 엄청 떨렸는데 오히려 무대보다 쉽더라고요. 카메라를 여기서 이렇게 찍을 거니까 이만큼만 움직이세요. 이런 걸 디렉팅 해주니까 그냥 정해주는 대로 하다 보니까 긴장도 풀리고 편하더라고요. 무대에선 제가 동선도 연습하고 짜고, 연출님과 맞춰보고 테크도 하면서 맞춰야 되고 많거든요. 그런 게 딱 줄어드니까 더 편한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누군가 억지로 시켜봐야 그다음엔 안 시켜도 잘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뮤지컬 <미드나잇>의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김려원  글쎄요. 말하고자 하는 게 한 가지인 것 같지는 않은데, 이게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데 그냥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에요. 뭐냐 하면 "너는 깨끗하니?, 아니 너는 결백하니?"라는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랄까요. 나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죄를 지은 사람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고 가져가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았어요. 저는 비지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맨과 우먼이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나라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거든요. 나는 과연 내 가족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봤을 때 정답은 못할 것 같다는 거였죠. 그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인 것 같아요.

Q.  울림 있게 다가왔던 대사나 가사가 있을까?

김려원  방금 말했던 것에 연장인 것 같은데 "가려진 진실을 알리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게 와닿았어요. 가려진 진실이 모두 드러났을 때 떳떳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과연 떳떳할 수 있을 것인가까지 이어지는 그 대사가 많이 와닿았죠.

Q.  자다가도 일어나서 꼭 봐야 하는 장면이 있다면?

김려원  저는 <미드나잇: 앤틀러스>에서 맨 노래를 진짜 좋아해요. 그중에서 '너와 함께'라는 곡이 있는데 맨과 우먼이 같이 부르는데 그중에서 맨이 혼자 부르는 앞부분을 제일 좋아합니다. 제가 <프랑켄슈타인>이란 뮤지컬에서 '너의 꿈속에서'를 좋아하거든요.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제가 부르거나 누가 불러줬으면 하는 곡일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것만큼 '너와 함께'가 좋더라고요. 은율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노래를 진짜 좋아합니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김려원  너무 부끄러운 게 많은데요?(웃음) 지난 공연 때 제가 무대 위에 있는 꽃을 잡으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꽃은 못 잡고 잎사귀만 3개가 뜯겨져 손에 들렸던 적이 있어요. 그 뒤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뿅뿅뿅 하면서 이어나갔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되게 창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한 번은 제가 뭔가 조금 멋있게 의자에 걸터 앉으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이게 뒤를 보고 앉으면 멋이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있겠거니 하고 앉았는데 포인트가 잘못 맞아서 삐끗했죠. 그냥 일부러 그랬던 것처럼 이어갔습니다. 계속 말하니 너무 부끄럽네요.(웃음)

Q.  실수가 아닌 것처럼 연기하면 실수가 아닌 거다.

김려원  그렇죠.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면 괜찮은 건데 사실 그거 누가 눈치챘을까 했었는데 아무로 몰랐어요. 그래서 다행이었죠.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려원  관객분들이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공연이고 한 번 보고 나면 또 보고 싶은 공연입니다. 저도 세 번이나 봤었고요. 물론 시즌마다 한 번씩 보긴 했었지만 정말 잘 만들어진 생각이 드는 공연이니까 안 보셨던 분이라면 공연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공연이라고 자신합니다. 당연히 제가 나오는 공연을 봐주시면 좋겠지만 너 말고도 정말 다른 부 비지터 분들이 매력적이고 너무 연기도 노래도 잘하시거든요. 그냥 이 작품을 한 번 봐주시려면 매력에 빠져들 거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배우들 조합을 잘해서 세 번은 보셔야 할 겁니다. 일정이 안되시면 제 걸 두 번 정도 봐주셔도 되고요?(웃음) 

Q.  지난해를 되돌아보자면? 10점 만점 중에 몇 점짜리 한 해를 보냈나.

김려원  저는 7점이요.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 살려고 했었는거든요. 그런데 그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란 프로그램에 아이유 님이 나오셔서 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뭔가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어요. 되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은 소홀했던 것 같다는 이야기였었는데 그게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은 나의 삶을 위해서 이기적인 부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거든요. 지난해 연말쯤부터요. 그래서 뭔가 일에 너무 끌려다니거나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 마냥 전처럼 끌려다니지 말고 거절도 조금 해보고 나 자신을 찾아보고자,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 적정량을 잘 판단하고 찾아보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3점을 뺐습니다. 

Q.  그럼 올해 목표는 어떻게 되나. 목표가 아니라면 해보고 싶은 게 있을까.

김려원  해보고 싶다는 건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계속 계속 노력하고 있고, 공연을, 무대를 온전히 다 즐기고 내려올 수 있는 공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죠. 그리고 뭔가 쪼들리지 않고 마무리까지 잘 끝내고 잘 놀았다 하는 공연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며칠 전에 <스위니 토드> 미도 언니 공연을 봤던 적이 있는데 언니가 정말 거기서 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어요. 뭔가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도 그렇고 배우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도 그냥 저 큰 무대가 하나의 놀이터처럼 정말 승리자라고 해야 할까요? 막 뛰어다니는 게 정말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고 그게 어떻게 보면 제가 원하는 목표인 것 같아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그러고 보니 작품이랑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이블 데드> 작품 이후에도 공연할 때가 즐거워서 배우들끼리 모인다고 들었다. 다들 애틋함? 애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다시 올라간다면 참여하고 싶나.

김려원  얼마 전에 안 그래도 들었거든요. 그래, 자기들은 놀았나 보지 저는 진짜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재밌긴 했어요. 재미있긴 했는데 저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민이 됩니다. 왜냐하면 영화나 외국에선 제가 연기해야 하는 애니랑 셀리가 두 명이서 하는 역할인데 한국 공연에선 1인 2역을 해야 했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극에 중심이자 주인공인 애쉬보다 더 많이 등장해요. 다른 배우들은 나와서 죽으면 쓰러져있거나 그냥 무대 뒤에서 조금 쉬면서 할 수 있는데 저는 나왔다가 잠깐 이야기가 진행될 때 무대 뒤로 가서 퀵 체인지하고 가발 쓰고 나와서 연기하다가 다시 들어가고 또 캐릭터가 바뀌고, 왔다 갔다 하면서 공연을 해야 해서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그 뒤로 지금까지를 바라봤을 때 지금 가장 힘들게 공연한 게 <해적>이고 두 번째가 <젊음의 행진>이었어요. 무대 위에 계속 올라오는 것도 있었고, 무대가 너무 커서 계속 뛰어다녀야 하고 옷 갈아입고 다시 등장하고 했어야 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그걸 하고 나니까 <이블 데드>는 또 할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블 데드>란 작품은 확실히 관객분들도 즐기고 웃으러 오시는 작품이다 보니 실수가 나거나 제가 무대 위에서 갑자기 배역이 아니라 김려원으로 올라와도 재밌게 봐주셨었기 때문에 지금은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놀자는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하겠죠. 그만큼 내공도 쌓였고요.(웃음)

Q.  그때 무대 위에서 고군분투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김려원  보셨었군요? 그때 칭찬을 참 많이 받았었죠.(웃음) 그런데 그때는 사실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너무 웃긴 캐릭터를 연기했다 보니까 계속 뭔가 대학생이나 퀸카 역할, 웃긴 캐릭터들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미지를 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웃긴 연기를 하는 건 좋지만, 너무 웃겨버리면 이미지가 깨질까 그런 걱정이 조금 있습니다. 

Q.  오히려 지금은 더 자유로워지지 않았나.

김려원  그럴 수 있죠. 아무래도 알려지기 전이다 보니까 한 역할이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버리거나 너무 센 이미지가 있으면 그걸 깨고,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제가 아무리 진지하게 해도 적응이 안 된다는 반응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쟤는 저런 것도 잘하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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