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가 3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왔다.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이하 '미드나잇')은 1937년 스탈린 치하 소련을 배경으로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사라지는 공포의 시대에 사랑과 믿음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고 있는 한 부부에게 12월 31일 자정 직전 불길한 손님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본지는 이번 시즌 한 부부에 집에 찾아온 불길한 손님 '비지터' 역을 맡은 배우 김려원을 만났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비지터 역할을 맡아 약 90여분간 탄탄한 하고 몰입도 높은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한편, 뮤지컬 <미드나잇>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지난 1월 31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4월 23일까지 공연된다. 

Q.  반갑다.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려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뮤지컬 <미드나잇>에서 비지터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김려원입니다. 

Q.  지난 인터뷰 때 코로나 초창기였다. 그때 공연을 사랑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는데 어떤가 공연을 많이 사랑한다는 걸 지금도 느끼고 있을까.

김려원  네, 너무 사랑하고 있어요.(웃음) 그런데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하면 할수록 부담감이 커진다고 해야 할까요? 책임감도 느끼고 힘든 것도 전과 다르게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인가 오히려 더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공연을 하고 있다는 걸 너무 좋아하고 있나 보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Q.  그래서 그런가 지금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이지 않나. 작년에도 거의 쉴 틈 없이 무대에 올라간 걸 봤다.

김려원  모르겠어요.(웃음) 그냥 부끄러워요. 가장 바쁜 배우인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제가 앙상블로 공연을 올라갈 때 구준모 배우랑 같이 집에 걸어갔던 적이 있어요. LG아트센터에서 저희 집은 방배동 쪽이었고 준모는 사당역 쪽이어서 같이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우리 1년에 작품 두 개만 해도 좋겠다"라고요. 최근에 만나서 예전 이야기를 했었어요. "우리 지금 공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옛날에 했던 말 기억이 나냐"라면서 말하면서 서로 엄청 신기하기도 하고 우리 대단하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좋습니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려원  제가 오래전에 우먼 역으로 제안을 받기는 했었거든요. 그때 대본을 봤을 때 사실 우먼보다는 비지터 역할이 너무 하고 싶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당시에는 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제의가 들어와서 너무 좋다고 당장 하겠다고 했었습니다. 

Q.  우먼 역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김려원  그런데 저는 비지터가 되게 해보고 싶었어요. 어쨌든 지난번엔 스케줄이 안돼서 못했었는데 만약 그때 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의 비지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그럼 당시 공연을 봤었을까.

김려원  대본을 앤틀러스로 받았었는데 본 공연은 못 챙겨 봤었고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으로 세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Q.  액터 뮤지션은 어땠나.

김려원  너무 재미있었죠. 잘 만든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용도 너무 좋고 음악도 너무 좋았죠. 

Q.  액터 뮤지션에서 비지터 역할은 욕심이 안 났나.

김려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있었는데 극 중에 악기를 연주하잖아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접었습니다.(웃음) 기타를 치거든요. 제가 19년도에 <432헤르츠>라는 공연을 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공연을 하고 다시는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기타를 칠 줄 전혀 몰랐었는데 그때 제작사 대표님께서 두 달만 배우면 할 수 있다면서 거짓말을 하셨었거든요. 피아노는 대충 칠 줄 알아서 그냥 배우면 되겠구나 하고 시작을 했는데, 시스템 자체가 피아노는 누르면 소리가 나는데 기타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극 중에서 그걸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도 잘 쳐야 되다 보니까 그걸 마스터하는데 정말 쉽지 않았어요. 그 공연 이후로 다시는 나는 악기를 연주하지 않겠다 다짐했죠.(웃음) 아니면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이다 하면 정말 오랜 기간, 연습을 할 수 있고 트레이닝을 받아서 공연에 올라가는 게 아니면 안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오랜 기간 텀을 두고 연습 과정을 거쳐서 연주하길 바라는 걸까.

김려원  아주 완벽하게요. 왜냐하면 이걸 제가 그냥 무대 위에서 악기를 배우는 역할이면 상관없는데 이걸 능숙하게 해야 되는 역할이 대부분이잖아요. 배우로서도 그렇고 저 스스로로서도 제가 생각하는 만큼 연주 실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액터 뮤지션에서 기타를 치고 있길래 나는 저건 안되겠다 생각해서 생각을 접었죠.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 합류하기 전에 유리아 배우한테 비지터 역할이 기타를 치냐고 물어봤었거든요. 그랬는데 기타 안친다고 하길래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Q.  대본 리딩 분위기는 어땠나. 아무래도 이번 시즌 합류한 배우들이 다 현역에서 공연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배우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김려원  맞아요. 사실 연습 기간이 길었던 편은 아니어서 혼자 마음이 급해졌었을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리딩 이후에 연습에 들어가고 나서 보니까 상호 배우님이나 성민 배우님이 이미 이 작품을 오래 했었다 보니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도움을 받아서 빠르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고 캐릭터에 빠르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연습 과정에서 어려웠던 건 뭐가 있었을까.

김려원  일단 대본을 외우는 과정이 어려웠죠. 비지터라는 역할이 극 중에 다른 역할들의 대화 속에 끼어들어서 말하는 장면들이 많거든요. 남의 대사를 잘라먹으면서 들어가서 내 대사를 해야 되다 보니까 그냥 대본을 다 외워야 했어요. 남의 대사를 대충이라도 알아들어야지 제가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연습하면서 계속 "나 여기 들어가야 돼"라고 하거나 "나 들어가야 되는데?" 하면서 들어가고 나가는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았죠. 이걸 빠르게 숙지하고 그 타이밍을 잘 맞춰야 티키타카가 되고 무대에서 재밌는 부분으로 만들 수 있잖아요. 나는 재밌지 않더라도 이걸 보는 이들은 재밌어야 하니까 그걸 연습하는 동안 계속 체크하고 외우는 게 어려웠죠. 마음이 급하니까 더 빨리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안돼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확실히 누가 말을 시작하면 끝까지 다 듣고 다음 말을 이어하는 여타 작품들 속 인물들의 대사와는 다르다.

김려원  맞아요. 이게 주고받는 대사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사이에 또 비지터도 끼어들어요. 누가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면 그 질문을 들은 사람은 밥을 먹었으면 먹었다고 안 먹었으면 안 먹었다고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비지터는 '어떤 걸 그렇게 먹었대'하면서 끼어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연습할 때 헷갈려 죽었어요. 보는 사람은 재밌는데 플레이어로서는 계속 끼어들고 끊고 들어가고 하다 보니까 여기는 뭐였더라 하면서 계속 헷갈리고 어려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내가 바라본 비지터란 존재는?

김려원  관념적인 존재인 것 같은데 극 중에선 악마처럼 악마라고 표현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저는 뭔가 그냥 악마라고 하기엔 조금 더 복합적인 존재인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저에게 악마는 악한 일을 칭찬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도 아닌 인물도 아닌 어떤 존재는 뭔가 악한 일을 드러나게 하고 어느 정도 심판을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까 악마의 탈을 쓴 천사인가란 생각도 들었어요. 어떤 영화나 매체에선 천사가 포동포동한 아기 천사가 날개 달리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 반대로 날개는 달렸지만 되게 무섭게 그려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존재일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었어요. 정의를 할 수는 없지만 초월자적인 모습도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연을 시작했을 때도 날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의 비지터로 보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Q.  본지는 악마에 가깝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지고 장난치고, 그 인물들의 밑바닥을 보게 하는 것 같았다.

김려원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한 번 더 나아가는 게 악마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더 나쁜 짓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되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거죠. 뭔가 사실이 밝혀지면 그 순간부터는 똑같은 일을 하기에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했어요. 

Q.  비지터와 맨과 우먼의 관계는? 그의 스탠스에 따라서 두 사람의 입장이나 관계가 바뀌는데. 그들을 무너뜨리는 계기는 또 뭐가 있을까.

김려원  저는 극 중에서 군인이나 경찰로 등장하는데 사실 그 직업이나 관계는 상관없다고 봤어요. 비지터에겐 이런 모든게 이 두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수단일 뿐이거든요. 두 사람이 서로의 민낯을 보게 만들고 두 사람의 관계를 헤집어놓고 두 사람이 숨기고,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까놓고 말해보라고 강요하고 그래서 두 사람은 다 밝혀진 마당에도 사랑하고 있냐고 물어보거든요. 극 중에서 맨이 남들을 고발해서 프로텍션이란 걸 받았는데 사실 그게 없다고 말을 하거나, 그걸 얻는 과정에 대해서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그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고 우먼한테는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 혹은 생각을 꺼내들게 만들죠. 자기가 믿었던 존재인 아빠, 어떻게 보면 우먼에게 신 같은 존재이자 우상인 사람인데 그를 건들면서 우먼의 민낯을 드러내게 만들거든요. 너는 정말 티끌 없이 깨끗한 사람이냐 말을 걸면서 그들이 말하는 가족에 대한 사랑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하죠.

Q.  같은 배역 '비지터' 역할에 고상호 배우와 박민성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앞서 도움도 받았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고 두 사람이 연기하는 비지터는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김려원  일단 고상호 배우님이 연기하는 비지터는 뭐라 그래야 할까요? 정말 인간적인 비지터인 것 같아요. 어쨌든 그 존재가 인간처럼 행동을 하려고 해서 그런 거겠지만 뭔가 되게 위압적인 걸 풍기려고 하지 않고 되게 편하게 말을 하고, 장난스럽게 다가가는 스탠스가 있어요. 되게 살짝살짝 우먼이나 맨을 건드는데 뭔가 여러 친구들이 모여있을 때 옆에서 깐죽거리는 친구가 있으면 되게 신경이 쓰이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더 뇌리에 깊이 박히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여러 매체에서 악역이 '나 나쁜 사람이야'이렇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그게 아닌 것처럼 나오다가 마지막에 보니까 그 사람이 연쇄살인마였어라는 식으로 저 사람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닐 거야 했는데 아닌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들어요. 오랜 기간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러움이 갖춰진 연기를 하는 비지터인 것 같았습니다. 이어서 민성 배우님이 연기하는 비지터는 극장에 와서 처음 제대로 봤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뭔가 만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화에서 나오는 악역 같은 느낌이랄까요? 만화에서 나오는 악역들이 너무 무겁지 않잖아요. 민성 배우님도 뭔가 되게 심각하게 하지는 않거든요. 무겁지는 않은데 중간중간 딱 분출하는 타이밍들이 있어요. 그래서 뭔가 만화 속 악역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저요? 저는 아무래도 두 배우님들에 비해서 무게감이 없거든요. 신체적으로 크지 않다 보니까 거기에서 오는 위압감이 없어서 그걸 다른 부분들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할 때부터 배우님들이 연기하는 걸 보고 저 부분이 좋고 저런 부분에서 저런 표현도 좋다고 말을 하면서 써도 되겠냐고 물어봤었는데 정말 너무 흔쾌히 허락해 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의 비지터는 두 배우님이 연기하는 비지터에 비해서 뭔가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지만 저만의 호흡으로 허를 찌르는 걸 준비했죠. 배우님들이 뭔가 룰루랄라 하면서 재밌게 장난을 친다면 저는 흐물흐물 스며들어서 한번 콕 찌른다랄까요? 저만의 비지터의 색을 주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Q.  비지터를 연기하는데 체력적으로 어려움은 없었나.

김려원  사실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웃음) 오히려 되게 편한 편이랄까요? 처음 무대에 오르고 나서부터는 계속 무대 위에서 왔다 갔다 해야 되는 게 조금 어렵긴 한데 계단을 오갈 때 잡을 것도 있고 하다 보니 막상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막 뛰어가야 되는 씬이 없어요.(웃음)

Q.  액션은 어떤가.

김려원  너무 재미있어요. 그런데 너무 잘 짜인 작품이라서 있는 어려움이 있달까요?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긴 해요. 뭔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이상해질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공연이다 보니 임의대로 오늘은 이렇게 해야 되겠다 하는 게 없는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처음 공연할 때까지 삐끗하면 안 되는데 괜찮으려나 하는 불안감이 들긴 했습니다.

Q.  긴장되진 않았나.

김려원  아뇨, 엄청 긴장돼요. 사실 지금도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Q.  첫 공연 때도 긴장했었을까.

김려원  저는 첫 공연 때는 사실 연습을 첫 공 페어로 많이 하다 보니까 걱정되는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둘공이 더 긴장됐어요. 첫 공 페어로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이 장면에선 손이 어떻게 날아올지 알고 있어서 편하게 했었는데 둘공은 맞춰볼 시간이 너무 없어서 더 긴장하고 공연했어요. 만약에 희찬 배우가 정확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주먹을 휘두른다면 제윤 배우님은 약간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 사선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거예요. 연습 때 가운데로 올 줄 알고 손을 뻗었는데 대각선으로 주먹이 날라와서 당황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이랑 공연할 땐 뒷박을 타기로 했었는데 성민 언니는 또 압박을 타서 조금씩 틀려지고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러다 보니 세 번째 공연은 또 너무 떨리더라고요. 다행히 우연 배우가 다시 같이 무대에 올라서 다행이다 싶었죠. 그래서 긴장하고 무대를 준비합니다.(웃음)

 

 

Q.  긴장을 푸는 나만의 방법.

김려원  긴장 푸는 거요? 그냥 약을 먹어요. 너무 떨릴 때는 그냥 약을 먹는 게 최고입니다. 그리고 웨이브를 하면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릴 때가 있어서 뒤에서 웨이브를 탈 때도 있어요. 계속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긴장을 푸는 노력이요. 어떨 때는 "나는 아무 생각 없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하면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가사나 대사를 계속 되뇌기도 하고요. 저는 날마다 먹히는 방법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이걸 하니까 괜찮네 하면 그걸 하고, 오늘은 안 먹히네 다른 걸 해야겠다 하고 하다가 조금 풀리는 거 같으면 오늘은 이거 해야겠네 하면서 매일매일 찾고 있어요. 다른 공연을 할 때에도 똑같고요.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봅니다.(웃음)

Q.  누군가는 루틴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김려원  틀리면 어떡해요? 다시 한다고요? 그냥 운동을 할게요... (웃음) 배우들이 긴장을 푸는 방법이 사실 다 다르거든요. 저는 그냥 편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하는 게 편합니다. 아 그리고 요즘엔 그냥 조금 일찍 와서 무대를 좀 밟아보고 한번 쭉 리딩을 해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냥 조금 이르게 극장을 찾는 편이에요. 다들 이건 공통적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Q.  우먼 역의 세 배우는 어떤가.

김려원  아직 수 배우랑은 못했고, 우연 배우랑 성민 배우님이랑은 했었는데 성민 언니는 물론 다 그렇겠지만 고민을 되게 많이 하고 딱 잘 짜인 느낌과 어떤 높낮이와 계산이 잘 정리되어 있는 우먼이었어요. 우연 배우는 그거에 비해서는 조금 더 즉흥적이고 동물적으로 움직이는 우먼인 것 같았고요. 그래서 너무 매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수는 이번에 작은 공연장에서 처음 하는 공연이다 보니까 되게 재밌게 준비하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사실 극 중에서 액션 씬들을 되게 어려워하더라고요. 이번 설에 집에 가서 아빠한테 특훈을 배워왔다고 "제가 설에 배워왔어요. 저 액션 잘해요"라고 말을 했는데 너무 귀여웠다랄까요. 맨날 다 달려들어서 '수야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면 '그만하세요. 저 잘할 거거든요.'라고 말하는데 너무 잘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Q.  이어서 맨 역할에 세 배우는?

김려원  일단 제윤 배우님은 좀 천재인 것 같았어요. 연습실에서 상호 배우님이 저랑 제윤 배우가 연기하는 맨이 붙는 장면을 봤던 적이 있는데 제윤 배우님한테 가서 "맨 밖에 안 보인다"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비지터였는데 아는 안 보였나 생각했지만 저도 가서 "맞아, 오빠 잘한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어쨌든 제윤 배우님이 되게 똑똑하고 정말 뭔가 동물적인 부분도 있고 계산적인 부분도 되게 잘 되어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평소에 영화나 매체도 많이 보고 연구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재밌을 땐 너무 웃기게 잘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다재다능하다고 느꼈었죠. 희찬 배우가 연기하는 맨은 뭔가 어리버리한 면들이 잘 살았어요. 캐릭터로서 제윤 배우님이 연기하는 맨과는 정반대로 되게 귀엽고 뭔가 어리버리한 면들이 보이는데 또 노래랑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정말 매력적인 맨을 연기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욱진 배우는 평소에 엄청 사랑스럽거든요. 그런데 공연에선 뭔가 약간 날라리처럼 연기하더라고요. 뭔가 약간 날라리 같았어요. 그래서 되게 신선했죠. 왜냐하면 욱진이는 조금 어리숙할 것 같은 느낌인데 오히려 이 친구가 되게 날라리처럼 연기하다 보니까 평소에 생각하던 이미지를 다 깨버리고 마지막에서도 그 모습이 더 빛을 바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까불까불하고 까칠하게 잡아왔다 싶었죠. 셋 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맨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너무 열심히 하고 너무 좋거든요. 앙상블 배우들도 사실 빼놓을 수 없거든요. 다 너무 좋고 연출님도 엄청 좋습니다. 맨날 맛있는 빵을 엄청 사다 주세요. 저렇게 하면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싸고 맛있는 빵을 사다 주시더라고요. 

Q.  최근에 가장 맛있게 먹은 빵이 있나.

김려원  무슨 케이크였는데 정말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케이크를 사 왔던 적도 있고, 카레도 만들어오셨던 적이 있어요.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나 카레 싸갈 건데 먹을 사람 있냐고 하면서 다들 김밥이랑 햇반 같은 거 사 와서 연출님이 싸오신 카레를 다 같이 먹었던 적도 있죠. 되게 가족적이었고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