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재벌가ㆍ연예가의 삶은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재벌ㆍ연예를 충족시킨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호사가들에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 콘텐츠 공룡인 CJENM의 꼭대기 층에 리모텔링 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파티 룸이라는 설과 함께 공간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CJENM이 서울 상암동 소재 CJENM사옥 맨 꼭대기 층인 19층에 114억원을 들여 집무실을 리모텔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9층은 집무실은 내부 직원들에는 VIP룸으로 통한다. 이미경 부회장을 비롯한 CJ 오너 일가만이 사용하는 개인 라운지로 알려져 있다.  

CJ ENM센터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산로 1606에 대지면적 5,588 m², 연면적 64,562 m²으로 2010년 완공됐다. 2011년 서울시 건축우수상을 수상한 건축물이다.  CJ CGV, CJ ENM 등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기업의 경영 필요성에 따른 리모델링이 문제될 것은 없다. 회사 내부에서는 실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칼 바람이 불고 있다. 긴축경영 기조에 국장ㆍ팀장이 면직되고 사원급도 구조조정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VIP룸 공사에 직원들에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CJ ENM에서 발생한 구조조정과 직원들에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실적악화의 원인→구조조정→오너의 모럴헤저드 등이 지적됐다. 오너 일가의 경영 실책에서 발생한 실적 악화에 책임을 직원들에 전가시켜 구조 조정을 하고 있다. 경영 책임을 외면하고 개인 파티룸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CJ ENM 직원)는 CJ ENM의 적자 원인이 2022년 1월 헐리우드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츠(현 피프스 시즌)'의 지분 80%를 7억8538만 달러(9300억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 엔데버 콘텐츠 인수는 이미경 부회장이 추진한 대형 M&A. 이를 위해 CJENM은 9000억원을 단기 차입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1조 5941억원. 부채비율은 127%이다.  인수 전인 2021년 3분기 부채비율은 65%에 불과했다. 1년만에 단기부채가 급증했다. 1월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하기 위한 수요 예측에 760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단기 차입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개별 민평금리에 -30~+50bp를 가산한 금리밴드를 제시한 CJ ENM은 2년물 -15bp, 3년물 -25bp에서 모집 물량을 모두 채웠다.

A씨는 이 부회장이 헐리우드 드림을 꿈꾼다며 인수했지만 적자가 발생해 결국 구조 조정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구조조정을 위해 '칼잡이'로 알려진 구창근 대표를 지난해 10월 투입시킨다. 구 대표는 재무통이자 구조조정 전문가이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CJ에 합류한 뒤 CJ푸드빌 대표 시절 투썸플레이스를 물적분할해 매각했다. CJ올리브영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엔 수년째 적자를 거듭한 중국사업을 구조조정했다. 구 대표가 취임한지 불과 2개월 만에 CJENM에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A씨는 구조조정에 문제점도 지적한다.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팀장이 고과 성과 기준 없이 자신과 친하지 않는 사람을 써낸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받지 않고, 기준을 제시하고 거부하면 일 안주기, 괴롭히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꼬투리를 잡아 자른다는 것. 

A씨는 자신이 경험한 구조조정 과정을 고백했다.

A씨는 "팀장(기존 국장)과 개발 면담을 한다. 전 팀장(현재 사원)이 나를 (구조조정 대상으로)이름을 적어낸듯 싶다. 팀장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딸랑이 무리에는 나는 없었다. 팀장은 내게 제안한다. 근속년수x0.6개월 위로금을 주고, 이번 달에 퇴사하면 3개월 추가로 준다. 퇴사처리가 빨리되면 일시불로 준다.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거나 소속이 필요하면 3개월 소속을 유지하게 하고 월급은 지급한다. 물론 이직을 성공하면 지급은 중단한다고 말한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이유를 물어봤다. 명확한 답이 없었다. (나에 대한) 성과, 업무, 직무에 딱히 흠이 없다는 걸 본인도 안다. 작년엔 A를 받았다. 그전 고과는 다른 딸랑이들에 비해 월등히 우수했다"고 말했다.

B씨(CJENM직원 추정)도 블라인드에 CJ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작년 연말부터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개편과 인사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 19층 리모텔링이 시작되면서 위화감이 조정됐다는 지적이다.

B씨는“(19층)VIP룸은 CJ ENM 부회장의 개인 파티룸 라운지로 연예인, 정재계인사를 불러다가 파티를 여는 공간”이라며 “경영위기에 비상경영이라며 사원들 자르는 상황에서 부회장이란 사람이 개인 파티룸 리뉴얼하고 놀 궁리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JENM측은 입장은 달랐다. 

회사 관계자는 “건물의 개보수는 2022년 6월 결정됐다. 가을부터 대대적인 개보수가 진행됐다. 방송국 건물 특성상 매일 작업을 할 수 없어 프로그램 녹화를 피해 공사를 하다보니 지연됐다. 구조조정과 맞물린 것은 아니다. 사옥 자체가 2010년 준공돼 군데군데 노후된 곳이 있어 해당 공간을 다목적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VIP용'이라는 블라인드에 지적된 내용에 대해서는 "다목적홀이다. 심포지엄, 간담회, 워크샵 등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된다. 제작발표회를 비롯한 회사 간 양해각서(MOU)체결할 때 이용됐다. VIP용으로 사용됐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CJENM의 지분현황은 CJ(40.07%), 이재현(1.82%), 이선호(0.50%), 이경후(0.20%), 이미경(0.11%), 손경식(0.01%), 자기주식(5.47%)이다.  네이버가 5%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미등기 상근 회장과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강호성과 윤상현이 맡고 있다. 또한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브랜드전략실장이 미등기 상근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CJENM은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과 맞물린 19층 리모텔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층이 주인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영향력이 높다. 이 부회장의 영향력은 영화<기생충>이 칸느영화제, 아케데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에 전 세계 110여개 갤러리를 참여시키면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국내 연예인 뿐만 아니라 미국의 스티븐스필버그 감독, 조지 루카스 감독 등과도 인맥이 연결돼 있다.

이 부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 에미상 공로상 수상했다. 국제 에미상은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우수 프로그램을 미국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1973년 설립한 국제 티브이 프로그램 시상식이다. 

국내외 재계ㆍ정계ㆍ연예계를 섭렵한 이 부회장의 활동을 위해서는 19층과 같은 VIP룸이 필요하다는 게 정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앞두고 100억원 이상을 들인 리모텔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벌의 모럴해저드,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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