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C이테크건설 노동자 사망 산재 재판...사업주는 면죄부, 일용직만 구속
SGC이테크건설 노동자 사망 산재 재판...사업주는 면죄부, 일용직만 구속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3.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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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하청 관리자 출근하지 않은 일요일 무리한 작업 중 30대 사망
원청사 및 하청사는 벌금형 그쳐…"건설현장 구조적 문제" 지적
SGC이테크건설 이복형 회장 @이테크건설
SGC이테크건설 이복형 회장 @이테크건설

[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건설 노동자가 사망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공사 현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가 구속된다. 원청과 관리자, 하청사와 관리자가 법망을 피하고 애먼 일용직 노동자가 현장 팀장이라는 이유로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돼 구속된 것. 이 같은 황당한 재판은 대기업 SGC이테크건설(이복형 회장, 이우형ㆍ안찬규 대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일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경건설지부가 27일 대구지법 앞에서 SGC이테크건설의 죽전역 코아루 더리브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 사업주와 안전 관리자 대신 일용직 노동자를 법정구속시킨 판결에 분노한 사업주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대구지법은 11일 SGC이테크건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 재판에서 원청과 하청회사에 대해 벌금과 낮은 형량을 선고해 면죄부 내린다. 반면, 일용직 노동자인 팀장인 C(47)씨에게 물어  법정 구속 시킨다.

재판부는 SGS이테크건설 법인과 현장소장(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 씩을, 하청사인 철근콘크리트 시공 전문 공산건설에는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B사의 현장소장(안전보건관리책임자)과 현장소장대행(안전관리자 업무대행, 관리감독자)에 각각 징역 10월과 금고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틀팀 팀장 C씨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다.

사업자 구속을 촉구하는 건설노조의 기자회견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경건설지부
사업자 구속을 촉구하는 건설노조의 기자회견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경건설지부

재판부는 "근로자의 작업을 지휘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 C씨가 사고 당시 개인용무를 이유로 임의로 현장을 이탈했던 점을 고려하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공산건설에 건설일용직으로 고용되어 근무하는 형틀 팀장 C씨를 '거푸집의 설치ㆍ해체를 담당하는 형틀팀의 팀장으로서 형틀팀 소속 작업자들에 대한 지시ㆍ관리감독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으로 해석한 것.

하청사인 공산건설의 현장소장, 전문업체 현장소장 대행, 일용직 형틀 팀장 3명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 진행 상, 버팀목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지 관리ㆍ감독을 수행하는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3명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됐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 건설일용 노동자인 C씨을 법정 구속시킨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인 2021년 4월 발생했던 사건인 만큼, 산업 안전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 치사만을 적용했다. 

◇노조"산업재해 예방 못한...사업주 구속"주장

건설노조는 사업주와 원청에 면죄부를 주고, 하청회사와 일용직 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재판부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산업재해를 예방하지 못한 사업주에 책임이 있다는 것.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해 건설노동자를 구속시킨 재판부를 규탄한다"면서 "구속된 C씨는 건설일용직노동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9조에 따른 중량물 취급 등을 다루는 작업 지휘자라는 감투를 쓰고 감옥에 가게 됐다. 일용직 노동자는 작업 지휘자, 관리감독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직종별 팀장은 건설현장 근무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전문업체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업체가 준 도면을 가지고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뿐이다.  안전한 작업 방법과 유의사항에 대해서는 건설사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다. 일용직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어긋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인 2021년 4월 18일에 발생한다. 이 날은 일요일이다. 이테크건설의 소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출근하지 않았다. 전문업체 소장과 관리자도 없었다. 공기 단축을 이유로 하청 노동자와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대행을 임시로 새워놓고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된다. 사고를 낸 크레인 기사 역시 안전교육을 받은 기사가 아닌 크레인 사장이 기사 대신 핸들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무리한 공사진행은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 사고로 1990년생 청년 형틀목공 노동자 A(당시 30) 씨가 콘크리트 구조물에 깔려 사망한다. 벽체폼(합벽)을 크레인으로 해체하던 중, 지지대에 받쳐지지 않은 폼이 넘어지면서 작업 중인 건설노동자를 덮쳐 참사를 불렀다.  거푸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이를 고정 및 지지하는 장치를 임의로 너무 빨리 제거한 것이 원인이었다. 

노조는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원청사인 SGC이테크건설과 전문업체 공산건설에 있다. 무리한 속도전과 안전을 도외시한 공사 진행으로 사고를 발생하게 했다. 사업주를 구속하라.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킨 사건이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27일에 시행된다. 사업주처벌에 방점을 두고 있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서 사업주가 면죄부 판결로 중대재해처벌법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지금과 같은 수사와 재판이 반복될 경우, 노동자 안전은 확보되지 않고, 대형 로펌만 돈을 벌고,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법 시행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사업주 형사 처벌과 더불어 강력한 경제벌을 내리거나, 중대재해 발생시 즉시 작업중지를 명령해 영업을 정지하는 등의 행정처분을 병행해 법 취지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국건설노동조합

한편, SGC이테크건설은 시공능력 상위 100대 건설사 중 지난해 4분기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난 것으로 국토교통부가 26일 공개했다. SGC이테크건설은 지난해 10월 21일 KY로지스 안성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에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삼성물산 DL이앤씨 GS건설 DL건설 중흥토건 제일건설 대보건설 극동건설에서 각각 1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SGC이테크 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31개 현장을 감독한 결과, 29곳 142건의 위반 사항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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