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 '웨이스티드' 김수연, "나만의 에밀리 브론테 보여주고 싶어"
[더 인터뷰] '웨이스티드' 김수연, "나만의 에밀리 브론테 보여주고 싶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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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9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 뮤지컬 <웨이스티드(Wasted)>가 관객과 평단의 호응 속에서 공연 중이다.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제인 에어'의 샬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 그리고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했던 브랜웰 브론테까지 19세기 초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한 브론테 남매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이다. 작품은 ‘샬롯 브론테의 인터뷰’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네 인물의 삶을 독립적인 동시에 유기적으로, 무엇보다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영국 문학의 3대 비극으로 잘 알려진 '폭풍의 언덕'을 쓴 작가 에밀리 브론테 역을 맡은 김수연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앞서 지난 21년 이후 2년만에 만난 그는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이번에 올라온 공연을 봤을 때 뭔가 여유 아닌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어떻게 지난 1년 잘 보냈을까.

김수연  사실 작년에 조금 힘들었거든요. 해가 바뀌고 힘든 걸 겪고 나니 어떤 확신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이제는 웃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언니들이 들으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저 나름대로 성장통을 겪게 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20대 때 저를 보고 30대가 된 저를 만나게 되셨네요.(웃음)

Q.  많이 힘들었나.

김수연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도 다녀보고, 부모님이 해외에 계신데 부모님을 보러 가기도 했었죠. 조금 방황하는 시기가 계속됐던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저를 보는 누군가는 저를 그렇게 보셨을 수도 있고, 저도 어느 한순간에는 뭔가 확신 없이 무대에도 올랐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어서 위로를 받았고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흔들렸지만 덕분에 뿌리를 깊게 그리고 여러 방향으로 뻗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올해는 그 힘을 받아 굳건하게 성장해야겠죠.

Q.  원래 진수라고 바다에 배를 처음 띄우는데 크게 출렁인다. 무사히 배를 띄웠으니 이제 잘 나아갈 일만 남았다. 

김수연  감사합니다. 저도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웃음)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알게 됐을까.

김수연  이번 작품은 아는 선배 배우님이 연극열전 작품을 하고 있을 때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저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을 해줘서 알게됐어요. 선배님이 대표님에게 이번 작품 이야기를 듣고 저를 추천해 주셨었고 대표님이 전 작품들을 보러 오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나온 작품이랑 연기를 보시고 연락해 주셨죠. 사실 이번 작품을 참여하기 전에 걱정이 많았어요. 처음 대본을 받고 읽어봤을 때 뭔가 한 번에 읽히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대본을 보다 보면 잘 읽히는 작품이 있고 아닌 작품이 있는데 이건 읽어봤을 때 뭔가 바로 읽히지는 않았던 작품이었거든요. 연출님을 만나고 말씀드렸을 때 연출님도 처음에 잘 안 읽혔던 작품이었다고 하시기도 했고요. 연출님이 "대부분 대본이 안 읽혔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해 준 배우들한테 고맙다"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처음에 쉽지는 않았죠. 왜 그랬냐고 물어보시면 뭔가 이 작품 속에 담겨있는 인물들의 삶이 별거 없는 것 같으면서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이가 있었거든요. 이들이 살아갔던 시대를 알면 알수록 이들이 정말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작품에 참여를 결정하고 정리를 해나가면서 어려웠지만 재미있기도 했고 저 나름대로 도전을 해나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연극열전의 작품을 해보고 싶기도 했었고 제가 맡을 역할이 그전까지 제가 해봤던 역할이라거나 뮤지컬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Q.  프레스콜 전날 공연을 봤는데, 확실히 전작들에서 보지 못했던 역할이었다. 확실한 건 지난번에 봤던 김수연과 지금의 김수연은 뭔가 전혀 다른 성장한 배우로 보였다는 거다. 

김수연  감사합니다. 저도 성공한 것 같고, 우리 작품을 준비한 연극열전도 성공한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Q.  앞서 조금 이야기도 했지만 그럼 준비 과정에서 참고한 작품이나 매체가 있을까. 아니면 공부를 했다거나?

김수연  일단 브론테 일가의 평전을 읽었죠. 평전을 다 읽고 나서 에밀리라는 사람에 대해서 깊게 조사했었어요. 저는 항상 어떤 작품을 맡고 그 작품 속에서 제가 맡은 연기해야 되는 인물, 캐릭터를 알아나가는 데 있어서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라고 생각하고 이 인물에 대해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어떤 상황에서 얘는 이런 선택을 하고 이런 말을 하겠지, 이런 반응을 할 거야 하면서 친구의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부분들을 체크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평전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본인 스스로가 쓰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이 에밀리 브론테가 어떤 사람이었다 혹은 이런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던걸 모아두거나 쓰인 거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준비할 때 그냥 참고만 하는 정도에서 더 이상 나아가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남아있는 게 많지 않다 보니까 원작 속 작가와 작곡가가 만들어간 에밀리의 모습과 평전 속에서 에밀리의 모습들 중에서 연결된 부분들을 채용하려고 했고 남은건 대본과 음악에 맞춰서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극 중에 모든 인물들이 원하는 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의 목표가 뭐였을까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극 중에서도 이야기하고 평전에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에밀리 브론테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된다'라는 거죠. 이 사람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정말 이상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여성적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했고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이 친구를 그려나갔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여자는 우산을 들고 다녔고 벨트를 차고 다니지 않았다고 하는데 에밀리는 괴상한 벨트를 찬다던가 지팡이를 짚고 황야를 돌아다니곤 했다더라고요.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화원을 벗어나 황야로 떠나는 이 인물, 그가 원하는 게 뭘까 계속 생각해 봤는데 대본 속에서 어떤 답이 찾아지더라고요. 에밀리는 배척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어 하거든요. 자기를 감추고 싶어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인정받고 싶어 하죠. 그런 마음이 느껴졌어요. 이런 지점들이 보이니까 어떤 면에서 되게 귀엽기도 했고 이해가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꼭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같은 역할을 맡은 서영 배우랑 많이 대화를 나누면서 이 인물을 구체화해 나갔어요. 그렇게 준비한 게 지금의 제가 연기하는 에밀리가 된 거죠. 지금 이 작품을 통해서 혹은 다른 연극이나 뮤지컬 작품들을 통해서 브론테를 표현하고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지만 저는 저만의 에밀리 브론테를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Q.  브론테가 남매들 중에 한 명이 내 친구였다면?

김수연  진짜 찐친 이였다고 한다면 제일 무난한 건 샬롯 브론테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에밀리같은 경우에는 쉽게 친구를 안 해줄 것 같아요. 에밀리의 가장 큰 친구는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 키퍼였고, 평소에 키퍼랑만 놀다보니 사람보다 강아지가 최고라고 생각했을 거거든요. 앤 브론테 같은 경우는 남매들 중에 가장 현실적이지만 그만큼 생각이 깊어서 오히려 제일 나을 것 같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브랜웰 같은 경우에는 '지겨워', '왜저래'라고 불평불만을 해서 친해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웃음) 

Q.  극 중에서 모든 인물들, 브론테가 인물들 모두가 어떤 인정이나 답을 받고자 하는데 샬롯만이 그 답을 찾지 않았나 싶었다.

김수연  샬롯 브론테가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죠. 물론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또 젊은 나이에 떠나갔지만요. 그래서 평전을 읽고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샬롯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가족들이 죽었고 그걸 지켜보면서 살아남았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란 이야기를 참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아버지는 80세까지 사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면 정말 오래 사신 건데 말이죠. 질문하셨던걸 다시 생각해 보면 에밀리 같은 경우에 세상은 날 절대 이해 못 해라고 생각했던 아이였고 그걸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하려고 하죠. 그러다가 죽기 전에 '역시 맞구나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라면서 답을 찾기는 해요.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몇 세대가 지나고 나서야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작품이 된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천재 작가였다.

김수연  맞아요. 그래서 더 신기한 것 같아요. 그가 천재였다는게 사실 어떻게 보면 연애라는 감정을 직접 했다기보다는 책 같은 매체를 통해서 읽었던 것뿐이고 간접적인 경험만을 했을 텐데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 이 시대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인간에 대해서 파고들었던 거잖아요. 사람이나 사랑이나 이런 걸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깊게 이해하고 파고든 게 그였거든요. 그래서 그 시대 전문가나 작가들도 다 안 믿었었다고 하더라고요. 시골에서 몸이 아픈 여자애가 어떻게 이렇게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냐고요. 천재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어요.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Q.  연극으로 많이 봤었는데, 개인적으로 <폭풍의 언덕>은 참 처절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김수연  지독하고 처절하죠. 그의 천재성? 재능인 거죠. 또 신기한 건 그의 아버지가 성직자였던 거예요. 그리고 되게 어렸을 때 어머니도 떠나고 언니들도 어린 나이에 떠나갔어요. 뭔가 평범하지 않았던 환경 속에서 브론테가 남매들은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위로하고 사랑했던 것 같아요. 이건 조금  사적인 이야기인데 제 동생이 중국에서 혼자 유학 생활을 했었거든요. 이번 작품을 맡았을 때 우연히 중국 유학 당시 동생이 쓴 다이어리를 보게 됐거든요. 원래 이런 걸 잘 하거나 많이 쓰는 편이 아닌데 동생이 정말 촘촘하고 뭔가 영혼이 다 담겨있는 것처럼 글을 쓰고 다이어리를 엄청 꾸며놨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뭔가 외로운데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글을 쓴다는 게 어떻게 보면 그걸 해결하고 혹은 감정을 풀어내고 정리하면서 어떤 행복함을 얻을 수 있구나라는 걸 조금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 작품의 초반부랑 연결이 됐죠. 브론테가의 남매들은 글을 쓰는 게 그들만의 놀이고 삶이었던 거죠. 어떤 맛이나 향기, 바라보고 생각하는 모든 게 이들에게 영감이었고 그걸 다 동원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그들의 영혼이고 삶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본인은 일기나 글을 쓰는 편일까.

김수연  제가 어떻게 보면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있는데 평소에 뭘 잘 까먹기도 하고 잊어버려서 재작년부터 핸드폰 스케줄러를 사용해서 무슨 일이나 일정들을 정리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또 아날로그 감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매년 다이어리를 사기는 해요. 그런데 막상 사고 글을 쓰다 보면 두 달을 넘기지 못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올해 목표 중 하나가 기록하는 걸 생활화해서 거창하진 않더라도 꾸준하게 기록하는 걸 해보려고요. 

Q.  올해 다이어리를 샀을까?

김수연  아뇨.(웃음) 아직 안 샀습니다. 

Q.  다이어리를 그래도 꾸준하게 쓰려면, 길게 혹은 깊은 이야기를 안 쓰더라도 그냥 단 한 줄 '오늘 좋았다, 안 좋았다'부터 시작해도 좋다. 그렇게 쓰고 나가다가 뭔가 컨디션이 좋으면 또 그날 하루의 일이나 그날 느낀 감정들을 깊게 써가는 게 꾸준하게 이어가는 방법 중 하나다.

김수연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볼게요. 기자님은 어떠세요? 꾸준히 쓰실 것 같아요.

Q.  스케줄은 관리하는 편인데 다이어리는 따로 사진 않고, 하나의 다이어리를 다 채울 때까지 쓰는 편이다. 

김수연  꼭 해보겠습니다. 안 그래도 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이 배우 일기를 써내는 과제를 주시기도 했었거든요. 쉬운 게 아닌데 그래도 하면 좋으니까 과제를 내주신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목표로 꼭 이뤄내고 싶어요.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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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로서 다 좋은 장면이고 넘버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다가도 꼭 깨서 이 장면만큼은 봐야 된다 하는 게 있다면?

김수연  만약... 잠에 드시지 않으시겠지만 정말 피곤하셔서 잠에 드셨다고 한다면 꼭 봐야 하는, 놓치면 안 되는 장면은 1막 엔딩 넘버인 '5년 후에는'이라는 넘버의 장면이요. 뭔가 바로 전장면에서 거창하게 성공할 것처럼 이러고 끝냈다가 바로 꺾이는 장면이거든요. 이 넘버가 시작되기 전에 샬롯이 하는 대사가 있어요. '달걀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운명은 손바닥에 전갈을 올려놓는다. 그래도 그걸 꽉 쥐어 그리고 그건 죽여. 그럼 알게 될 거야 인생의 큰 교훈을... 인내란 무엇인가'라고 말을 하거든요. 저는 이게 큐기도하고 딱하고 뭔가 울리면 신문을 가지고 들어가는데, 그 대사가 시작되고 나서 보고 듣고 있다 보면 이 인물이 인내하고, 인내하고, 인내하다가 뭔가 빛을 보고 결실을 딱 보는 어떤 지점이 있는데 그게 참 좋더라고요. 샬롯 브론테라는 인물이 가장 빛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저한테나 공연을 보는 관객들한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뭔가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우리의 인생은 늘 빛나지 않잖아요. 어느 날은 좋았다가도 고통스러운 날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들을 그냥 똑같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날은 그간 해왔던 일들 중에서 빛이 나는 일들이 있기도 하잖아요. 이 장면이 저에게 그 순간과 같이 다가와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고 꼭 추천드리는 장면이자 넘버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좋은 상황 혹은 힘든 상황 속에서, 기쁠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는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분들, 다 너무 존경하고 존경합니다. 

Q.  앞서 민제 배우는 '앤의 독백'을 추천한다고 했다.

김수연  자기 넘버를 추천했네요?

Q.  본인 넘버 중에 추천하고 싶은 게 있을까.

김수연  저는 진짜 안 보셔도 됩니다.(웃음) 에밀리는 별로 보는 걸 원하지 않을 거거든요? 그래서 안 보셔도 됩니다. 물론 다 보시겠지만 안 보셔도 돼요!

Q.  배우로서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 연기하면서도 재밌는 일들이 많았을 것 같다.

김수연  확실히요. 그런데 지금의 저라서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과거의 저였다면 하지 않았거나 못했을 수도 있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리고 사실 지금 공연을 하면서 전과는 다른 어떤 자유로움이 있어요. 우리 작품이 약속도 참 많고 넘버도 쉽지 않고, 대사도 되게 많은데 예전의 저였다면 뭔가 이 작품 혹은 캐릭터에 쫓겨가거나 따라가는 편이였다면 지금은 진짜 저만의 호흡 그대로 가고 있구나라는 걸 느껴요. 그래서 재밌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이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더 재미있게 즐기면서 공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응원한다. 극 중 약속이 많다고 했는데, 공연 연습이나 본 공연 무대에 오르고 나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 같다.

김수연  정말 많아요. 제 공연 때는 아니고 첫 공 무대를 모니터링했을 때였었는데 은혜 언니랑 민제가 공연을 했었거든요. 2막에서 '런던'이란 넘버들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각자 캐리어에 앉아야 하는데 은혜 언니가 자기 캐리어가 아니라 민제 캐리어에 앉으신 거예요. 이게 사실 캐리어가 크지 않아서 한 명씩 앉을만한 사이즈인데, 언니가 캐리어에 앉고 민제도 같은 캐리어에 앉으니까 보면서 엄청 웃음을 참았던 기억이 있어요. 진짜 끝나고도 너무 웃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 배우들이 다 MBTI에서 유독 'N'이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연습 때부터 연출님이 뭔가 질문을 하나 던지면 다들 저기 어딘가에서 답을 찾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연출님도 상상력이 되게 풍부하신 분이어서 뭐 하나 이야기를 하면 다 같이 이끌고 어디 다른 세계로 갈 때도 있었죠. 언젠가부터 연출님이 '뭐 하나 이야기하면 다 안 듣고 10번은 이야기해야 된다'라면서 이야기를 할 정도랄까요?(웃음) 처음 어떤 질문이나 말을 하시면 우린 답을 찾아간다거나 질문을 하거든요. 그러고 있으면 옆에서 누가 거짓말처럼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어요. 진짜 배우들이 다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고 독특했어요. 사실 어떤 공연을 할 때엔 무대 밖에선 내향적인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너무 다 외향적인 사람들이고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산으로 갔다가 돌아오고 난리 났었죠. 

Q.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나.

김수연  아뇨. 사실 첫날 상견례 때 다들 눈치 보면서 진짜 아무도 말을 안 했었어요. 진짜 다들 너무 조용하다 보니까 정연 언니가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을 정도로 다들 인사만 하고 정말 아무 말도 안 하고 기다릴 정도였죠. 그래서 공연을 할 때에도 이러려나 했었는데 나중에 가서는 그냥 다들 다들 쿵작이 너무 잘 맞아서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어요. 어떻게 보면 다들 'I' 였다가 친해지면 'E'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니면 내가 나오는 공연을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김수연  일단 우리 공연,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진입 장벽이 조금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우리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스타일 자체가 다큐멘터리 형식이고 공연계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익숙하지 않는 뮤지컬의 문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처음 우리 작품을 볼 때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공연을 보고 나시면 처음 생각했던 게 잘못된 거라고 알 수 있으시거든요. 음악도 너무 좋고 이야기도 되게 멋있고 재밌어요. 그러니까 공연을 보시다가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1막 끝나고 2막까지 꼭 보셔야 되거든요. 끝까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공연을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은 보러 와주시고 공연을 재밌게 즐겨주시는 관객분들이라면 정말 좋은 작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배우들이 있고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작품이니까 끝까지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Q.  본지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양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김수연  그러니까요. 보러 오시면 되는데, 공연장에 앉기만 해주시면 분명 후회는 하지 않으실 거란 말이죠? 최소한 세 번은 봐주셔야...

Q.  그러고 보니 이번 작품이 극장 사이즈에 비해서 공연시간이 길다. 1막과 2막으로 나눠져있다 보니 1막 끝나고 도망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웃음)

김수연  그러면 안 됩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 2막도 꼭 보셔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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