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대표 폐쇄적 경영에 공격 나선 행동주의 펀드...국민연금 "주인없는 회사 황제경영"비판 기류
백복인 KT&G 대표 폐쇄적 경영에 공격 나선 행동주의 펀드...국민연금 "주인없는 회사 황제경영"비판 기류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3.0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CP"인삼공사 분리상장" 요구vsKT&G "주주친화정책'강화
차석용 전LG생활건강 대표-황우진 前 푸르덴셜 대표 이사 추천
시가총액 12조 6446억원 KT&G에 공격나선 1%지분 FCP
백복인 KT&G대표(좌) 이상현 FCP 대표(우)
백복인 KT&G대표(좌) 이상현 FCP 대표(우)

[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백복인 KT&G대표의 연임이 적신호가 켜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ㆍ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이어 용퇴하면서 '관치(官治)'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백 대표의 거취가 불안하다. 2015년 10월 취임한 이후 2021년 3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임기가 마무리된다. 국민연금 등이 소유분산기업의 CEO 연임에 부정적이다. 설상가상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을 앞두고 '메가톤급 사외이사 카드'로 백 대표의 경영권을 뒤흔들고 있다.

19일 칼라일그룹 한국지사 대표 출신인 이상현 대표가 이끄는 싱가포르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lashlight Partners,이하 FCP)는 주주제안서를 KT&G 이사회에 발송했다.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메가톤급 인물이다. 

차는 18년간 LG생활건강 대표로 재직하면서 주가를 22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8배와 17배로 성장시킨 전문경영인이다. 황 은 8년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를 역임하면서, ADT캡스 이사회 멤버로서 임직원 스톡옵션 등을 도입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FCP의 주주제안서는 26일로 예정된 KT&G의 기업설명회(IR)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했다. 1%지분으로 시총 12조6446억원(18일 종가 기준) KT&G에 지배구조에 선제 공격에 나선 것이다. 

KT&G 2023. 1. 19. 현재 주가
KT&G 2023. 1. 19. 현재 주가

FCP는 KT&G에 한국인삼공사(KGC)인적분할과 분리상장을 요구했다. 글로벌 동종 기업 대비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고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일 2시 22분 현재 KT&G의 주가는 전일대비 1800원(+1.95%)오른 93,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20년 1월 27일 3년 최저가(63000원)대비 67.09%올랐다. 다만 2015년 7월 1일 10년 최고가(139,500원)대비 -67.55%하락했다. 현재 KT&G의 시가총액에는 KGC의 지분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FCP는 KGC 분리 상장을 포함해 △HNB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 요청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청했다.

건강을 상징하는 인삼이 담배회사와 묶여 투자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것. KT&G남서울본부장 등을 지낸 허철호 대표가 맡고 있다. 전임 김재수 대표 역시 KT&G국내사업본부장 출신이다.  FCP는 담배회사 임원이 KGC 대표이사로 부임하는 폐쇄적 경영 형태를 지적했다. 독립된 경영체제를 갖춰야 인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실적을 고려하면 KGC는 상장 시 4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독립경영을 실시해 현재 20%가 채 안 되는 수출 비율을 대폭 늘리면 상장된 KGC의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수년 내 4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FCP가 KT&G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라며 “거물급 기업인 2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영입한 것도 본격적인 공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FCP가 매가톤급 인물을 사외이사로 내세운 것은 KT&G의 거버넌스(지배구조)부각하기 위한 전략.  BYC, 태광산업,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등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FCP처럼 거물급 인물을 전장 전면에 내세운 예는 최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T&G 주주의 절반가량이 해외 공모펀드 등 외국인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주인 없는 회사의 황제경영’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기관투자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 거물급 영입에 성공한 배경일 것”이라고 했다.

백복인 사장 체제는 최대 위기. 백 사장은 2015년부터 KT&G를 이끌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것도 백 사장 체제로선 위협적이다. 금융 당국의 압박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났다. KT&G 역시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국민연금이 7.44%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다.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7.12%), 기업은행(6.93%) 등이다.  

백 사장의 연임이 쉽지 않을 전망. 2018년 백 사장의 첫 연임 때 당시 KT&G 2대 주주였던 IBK기업은행이 이례적으로 반대했다. 기업은행 최대주주가 기획재정부라는 점에서 정부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영권 침해 논란을 의식해 중립 입장을 취하면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21년에도 중립 의견을 내면서 3연임을 할 수 있었다. 정권이 바뀐 이상 백 사장의 연임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KT&G경영진 현황(2022.11.14.)
KT&G경영진 현황(2022.11.14.)

현재 KT&G는 사내이사 백복인(대표)ㆍ박경만(수석 부사장) 2명, 사외이사 김명철(이사회의장ㆍ전 신한아메리카 은행장)ㆍ백종수(지배구조위원장ㆍ변호사)ㆍ고윤성(감사위원회 위원장ㆍ외국어대 교수)ㆍ임민규(ESG위원장ㆍSK머티리얼즈 대표)ㆍ손관수(ESG위원회 위원ㆍ국방수송협회장)ㆍ이지희(지배구조위원회 위원ㆍ더블유캠프 대표) 6명을 두고 있다.

의결권을 가진 주주 비율은 외국인 주주와 내국인 주주 비율이 비등하다. 5 대 5여서 표 대결로 갈 경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KT&G의 심장부를 향해 칼을 빼든 FCP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해외 인맥을 활용해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서울대, 하버드 경영대를 나와 싱가포르투자청(GIC), 맥킨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거쳐 칼라일 한국대표를 맡은바 있다.

반면 방패전략에 나선 백 대표는 경영성과를 내세워 주총에서 지배구조를 방어하고 내년 연임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백 사장은 2016년 매출 4조5032억원이던 KT&G를 2021년 5조2283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KT&G는 필립모리스의 공세 속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애연가들 사이에서 ‘K슬라’(KT&G와 테슬라의 합성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 시장에서 KT&G의 ‘릴’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와 백의 '칼과 방패 전략'이 오는 3월 주총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재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권교체 이후 처음 맞는 KT&G의 주총에서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도 관심에 백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