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른잿빛밤' 최호승·정우연·류찬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건"
[인터뷰] '푸른잿빛밤' 최호승·정우연·류찬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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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윤동주'라 불리는 전후 폐허 문학을 대표하는 독일 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언어를 빌려 창작한 뮤지컬 <푸른 잿빛 밤>이 마지막 공연을 향해 순항 중이다.

뮤지컬 <푸른 잿빛 밤>은 전쟁이 끝난 독일의 함부르크를 배경으로, 홀로 살아남아 전우들의 유품을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자 '볼프'와 전쟁으로 동생을 잃었지만 상처를 애써 감추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우며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여자 '라이자' 그리고 끝내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소년 '라디', 세 사람의 잿빛 고통이 서로를 통해 푸른 희망으로 물들어가는 치유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모든 것이 무너진 것 같은 순간에도, 깜빡이는 가로등처럼, 흔들리지만 밝게 빛나는 희망을 붙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삶에 새로운 희망을 찾아갈 용기를 전하는 이번 작품은 평단과 관객의 호응 속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는 이번 초연 무대에 볼프 역을 맡은 배우 최호승, 라이자 역의 정우연, 라디 역의 류찬열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뮤지컬 <푸른 잿빛 밤>은 오는 1월 29일 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좌측부터 최호승, 정우연, 류찬열 배우

 

Q.  반갑다. 우선 최호승 배우는 지난 인터뷰 때 감사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꾸준하게 일을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어떤가. 그래도 지난해 쉴 틈 없이 일을 해왔던 것 같다.

최호승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배우 최호승입니다. 정말 후회 없이 일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감사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몸은 전보다 더 힘들어졌는데 정신이 너무 건강해졌어요. 그래서 훨씬 좋았습니다. 몸이 힘들 걸 선택하겠냐 아니면 정신이 힘든 걸 선택하겠냐고 물어본다는 저는 몸이 힘든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행복했어요. 지금도 정말 행복하고요.

Q.  이어서 우연 배우 같은 경우에 적금을 잘 넣고 있냐고 물어보고 싶어 했는데, 적금은 어떻게 됐을까?

정우연  아, 하나 들었어요.(웃음) 지난 인터뷰 때 들었던 적금은 깼었고 그다음에 새로 들어가서 지금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들어간 건 만기가 1년 1개월 남아있네요. 

Q.  마지막으로 찬열 배우는 본지와 첫 인터뷰다.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류찬열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대학로에서 뮤지컬 배우로 살고 있고 스물다섯이 된 배우 류찬열이하고 합니다. 

Q.  첫 인터뷰가 부담스럽거나 떨리진 않나.

류찬열  선배님들도 다 저처럼 이렇게 긴장하고 떨면서 처음 인터뷰를 했겠죠?

정우연  안 떨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긴장 안 했잖아요.

류찬열  아뇨, 긴장했어요.

최호승  맞아요?

Q.  맞는 것 같다. 이어가보자.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최호승  저는 일단 홍컴퍼니의 작품이라서 참여했습니다. 홍컴퍼니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있고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회사거든요. 

Q.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작품 참여이지 않나.

최호승  맞아요. 이렇게 새로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 즐거웠습니다. 연습 과정도 즐거웠고 극장에서도 즐거웠어요. 

류찬열  저는 은영 연출님이 이 작품의 연출을 맡는다는 걸 알게 됐었어요. 이전에 같이 작업을 했었는데 너무 좋아서 은영 연출님을 믿고 이 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정우연  전 이제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뭔가 저를 되게 울리게 했던 말들이 있었어요. 대본을 다 읽고 나서 뭔가 입안에 대사들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 말들을 내 입으로 내뱉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알려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대본을 처음 받아서 봤을 때 다른 두 배우는 어떤 느낌을 받았나.

최호승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우연 배우가 말을 했던 것처럼 극 중에서 인물들이 하는 말들? 대사들이 되게 좋게 다가왔었던 것 같아요. 그걸로 인한 울림이 컸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우리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인 대사들이 좋게 다가왔었고 그래서 정말 이 시대에 관객들을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류찬열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뭔가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작품이 되겠구나 했었고, 극 중에 나오는 인물들이 각자 다른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마음 깊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최호승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Q.  대본을 보고 어떻게 작품을 준비하는 편일까.

최호승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 대본을 보고 나선 아무래도 제가 하는 역할을 위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하는 인물은 극 중에서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너져가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그 모습과 포인트들에 신경을 썼었어요. 처음 시작은 제 역할을 중심적으로 본다면, 연습에 들어가서부터는 전체적인 걸 많이 보거든요. 특히 저는 소극장 뮤지컬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 캐릭터가 다 살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춰나가는데 초점을 두고 연습을 하고 고민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류찬열  전체적인걸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은 그런 눈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일단 제가 맡은 역할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라디를 어떻게 하면 무대 위에서 사랑스럽고 인물들 간에 부조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이 인물이 가진 특성을 잘 보여주고 표현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잘 해내려는 걸 첫 목표로 세우고 시작했었어요.

정우연  잘했어, 역시 내 동생. 

최호승  그렇게 계속하시면 됩니다.

정우연  저는 이번 작품을 볼 때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이 있거든요. 특히 요즘 꿈이 있는데 세계 평화예요. 진짜로 너무 슬픈 일들이 계속되고 있더라고요. 대본에서 중점을 두고 봤던 건 그런 거였어요. 어떠한 상황, 이해하지 못할 만큼 큰 사건 속에서 받은 아픔과 상처들을 어떻게 서로 나누고 치유해가는지 이별없는 세대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어떤 극박한 상황, 이해하지 못할 만큼 큰 사건 속에서 가해자를 찾고 싶어 하고 누구를 탓하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하게 되는데 그 형체 없는 상처가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게 또 회복될 수 있다는 게 우리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런 아픔을 말하고 싶었고 누군가 혹은 제가 그걸 이야기하고 위로가 되길 바라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었습니다.

Q.  그럼 연습 중에 가장 어려웠거나 신경 쓰였던 장면이나 대사들이 있었나.

최호승  저는 사실 어려웠던 장면은 없었어요. 작품 속 내용 자체가 꼬이고 꼬인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보시는 관객분들이 내용 자체로서 쉽게 이해될 거라고 봤거든요. 오히려 그래서 장면 장면을 나눠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극 속에 인물들에 집중하고 이입하게 될까, 어떻게 관객들과 공감을 해서 같이 울고 웃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해왔고, 고민하고 있었죠.

정우연  저는 그런 부분들이 되게 어려웠어요. 라이자라는 캐릭터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일관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그 이상으로 이 인물이 너무 많은 레이어의 슬픔이 쌓인, 마치 페이스트리 같은 사람이었더라고요. 연습을 하면서 피디님한테 "제가 이렇게 고급 연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라며 이야기를 되게 많이 했었어요. 왜냐하면 정답을 못 찾겠더라고요. 뭐가 답인지도 모르겠도 한 겹을 벗겨내면 그 안에 또 다른 레이어가 있었어요. 그냥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되게 담담하고 당당하게 나서는 인물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것 이상으로 또 다른 모습이 계속 쌓여 있더라고요. 처음엔 쉽게 대사를 했던 것도 깊이 빠져들고 나니까 내가 어떻게 대사를 내뱉어야 이 인물들 간의 시너지 혹은 호흡이 맞을까란 고민을 하게 되는 것도 되게 많아졌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정답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고, 그만큼 주위 배우들이나 연출님과 정답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정우연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Q.  라이자 역할 자체가 여러 작품에서 나온듯한 캐릭터처럼 보였지만 본 공연 속 모습은 또 달랐던 것 같았다.

정우연  앞서 말했던것과 이어지는 것 같은데 연습 과정에서 이 인물이 어떤 감정에 흔들리고 있는지, 이 사람이 어떤 상황 속에서 뭘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감정 자체가 상상이 안되서 시작이 정말 어려웠어요. 제가 상상할 수 없는 흐름이고 슬픔이었기 때문에 답을 찾기 어려웠죠. 그런데 답은 멀리 있지 않더라고요. 제가 실제로 남동생이 있거든요. 6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이 있는데 되게 듬직한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남동생을 되게 많이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인가 라디와 내 동생이 딱 겹쳐서 보이기 시작했던 때가 있는데, 뭔가 라이자가 가지고 있는 어떤 아픔이랄까요? 미쳐버릴 것 같은 쓰라림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이 인물, 라이자가 하는 말들이 되게 깊게 스며들어왔어요. 제가 절대 내뱉지 않았을 것 같은, 못할 것만 같은 말을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 뒤로 이 인물이 가진 단단함을 깨달았고 멋진 여성이란 걸 알게 됐죠. 저라고 생각하면 사실 저는 끝, 결말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거든요. 저는 절대로 작품 속 마지막처럼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해요. 정말 단단하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마음과 생각,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가능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깨달았을 때부터 이 인물을 이해하고 작품을 이해하기 시작했었던 것 같아요.

Q.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최호승  저는 처음에도 힘든 전쟁 속에 홀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온 군인입니다. 과거에 글을 써왔던 인물이기도 하고요.

류찬열  저는 극중 라이자의 동생이고 볼프의 후임인 라디 역할을 맡았습니다.

정우연  라디의 누나이자 동생을 먼 곳으로 보낸 누나 라이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라이자는 전쟁이 끝난 후 그 스스로 살아가고자 했던 건지, 주변 사람들을 살아가게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살아가게 하는 것에 그 스스로 힘을 얻고, 힘을 얻어 가는 인물입니다. 그냥 되게 인간적인 사람이에요. 

Q.  작품 속 인물과 본인 간에 닮은 점이나 닮은 성격이나 지점들이 있었을까. 준비과정에서 혹을 본 공연에 들어와서 더 살리고 싶었던 부분들도 있었는지.

류찬열  여기 다정하신 분이 계시거든요.

최호승  사실 저는 이런 거 말하기가 민망해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연기에 그 사람이 무조건 투영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그 인물에 연기를 하는 배우의 성격과 성향이 나오는 것 같고, 저 또한 제가 연기하는 인물들에 저만의 성향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 다정하다고들 이야기했는데 이걸 보여주려고 했다기보다는 그냥 제 성향이 묻어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칼을 들고 누군가를 쫓아가거나 그런 악역이나 빌런이 아닌 이상 모든 역할에 그런 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이번 작품에서 나오는 볼프랑 저랑은 크게 닮은 부분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저는 라이자 같은 성향을 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려는 밝음을 가진 라이자가 사실 실제 저와 성격이 맞는 것 같습니다.

류찬열  저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냥 저랑 많은 부분에서 겹치는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평소에 형들한테 장난을 치는 것처럼 하면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그걸 무대 위에서 잘 살려야지 하면 오히려 잘 안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 뒤로는 그냥 제 모습, 저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했죠. 그러니까 더 살아나게 되더라고요.

Q.  막내 포지션이지 않나. 주변에 누나, 형들이 잘 케어를 해주고 있을까.

최호승  이렇게 잘해줄 수 없지 않나 싶은데요?

정우연  저희는 금쪽이라고 하거든요. "우리 금쪽이~" 하면서요.

류찬열  어떤 거라고는 딱 말을 하지 못하겠는데 제가 까불던 실수를 하던 상관 안 하고 형들이 다 우쭈주해주셔서 정말 너무 행복하게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왜 주변을 쳐다보지 못하나.(인터뷰 당시 가운데 자리에 앉아있었다.)

류찬열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닙니다.

최호승  여기 보면 제가 또 생일 선물로 준 선물을 가지고 있네요.

정우연  안 그래도 찬열 배우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독립을 했거든요. 같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이 이런저런 선물을 건네줬어요.(웃음)

류찬열  정말 너무 감사하죠. 모든 형 누나들이 다 의지가 되고 힘이 되었는데 그중에서 같은 역할을 맡은 진우 형한테  가장 많이 의지했었어요. 아무래도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고 저는 앞서 조금 이야기했지만 작품의 전체를 보기보다는 제가 연기해야 하는 라디라는 역할에 집중해서 연습하고 공부하고 있으면 진우 형은 대본 전체를 보고 그 안에서 라디도 보고 제가 하는 연기도 보시더라고요. 다른 역할의 형, 누나들과는 다르게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까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조언을 해주는 부분, 제가 놓치는 부분들에 대해서 많이 알려줬어요. 그래서 연습 과정에서부터 정말 많이 의지했었습니다.

류찬열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Q.  극의 제목이 <푸른 잿빛 밤>인데, 각자 최근 밤하늘을 바라봤던 적이 있을까? 아니면 좋아하는 밤하늘의 색 혹은 하늘, 노을의 색이 있나.

최호승  생각해 보니 저는 밤하늘을 진짜 안 보는 쪽이에요. 낮에 하늘은 정말 많이 보는데, 공연을 하고 있다 보니 밤에 나와서 하늘을 쳐다보지는 않는 경우가 많아서 딱 최근에 어떤 밤하늘을 보았냐고 하시면 답을 못하겠어요. 다만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밤하늘은 언제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밤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깨끗한 검은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이 정말 많이 보이는 그런 밤하늘이었어요. 서울은 아니었던 것 같고 시골 쪽에 내려가면 그런 하늘이 있잖아요. 그런 하늘이 기억나요. 좋기도 하고요.

류찬열  저는 하늘을 되게 많이 보거든요. 핸드폰을 잘 하지 않다 보니 하늘을 많이 보기도 했고, 본가가 화성인데 최근에 본가를 가서 밤하늘을 보고 왔죠. 본가에 가면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말고 주변이 다 논이나 밭, 산이거든요. 그래서 하늘을 보면 별이 정말 많이 보여요. 그래서 본가에 가면 밤에 산책을 하면서 하늘을 보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형과는 다르게 아침 하늘은 잘 못 봅니다. 잠이 많아서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거든요. 

정우연  저는 그 해가 지기 전 황혼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둑어둑해지고 있는 가운데 빛나는 그 하늘이요. 어떨 때는 보라색으로 물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빨갛게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황금빛으로 물들기도 하는 그 하늘을 좋아해요. 그래서 여행 같은 걸 가게 되면 중요한 스케줄은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려고 하거든요. 해가 지기 전 시간을 찾아보고 해가 지고 나면 숙소에 들어가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죠. 

Q.  우리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최호승  다 다르지 않을까요. 생각하는 게 다르고 느끼는 게 다 다른 것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경우에는 살아간다는 게 누구에게나 다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그 고통의 크기나 힘듦의 크기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 살아나가잖아요. 우리 작품은 그런 말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살아가고 있고, 너도 살아갈 수 있을 거다라고요. 

류찬열  정말 호승이 형이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가 크게 뭐다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호승이 형이 말을 했던 것처럼 그냥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게 정답이고 그걸 전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정우연  저는 전쟁이라는 건 누구도, 누군가 일으켜서도 일어나서도 안된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이 이야기를 연습 때부터 정말 많이 말을 했었어요. 우리 작품 혹은 제가 이런 사건에 대해서 단어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어떡할 수 없고, 어떤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한스러웠고 그래서 더 눈물이 났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우리 작품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 관객분들의 공감을 일으키고 싶고 알아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류찬열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Q.  우리 작품에서 꼭 봐야 하는 장면이 있다면?

류찬열  저는 극 중에서 "소위님이 그러셨는데 우린 지금 그냥 겨울을, 밤의 나날을 견디고 있는 거래. 고독한 밤, 폭풍의 밤, 냉기의 밤. 그 모든 밤을 견뎌내고 나면 내일이 올 거라고 그러시는 거야"라고 말을 하는 게 있거든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좋아서 관객분들이 꼭 보고 가셨으면 좋은 장면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최호승  저도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 말이 작품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제 스스로는 관객분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라디의 대사인데 제가 그에게 써줬던 거고 그걸 라디가 입으로 내뱉어주는 부분인데 꼭 여기 옆에 있는 찬열이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웃음)

류찬열  이런 질문을 들으면 매번 하는 말인데 제가 해서는 아니고요. 우리 작품 속 넘버들의 가사들을 들으면 정말 하나하나 주옥같거든요.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도 그렇고 대사나 가사 속에 담긴 메시지들도 정말 좋습니다. 그래서 만약 잠에 들더라도 꼭 이 장면엔 깨주시길 바랍니다!(웃음)

정우연  저는 '밤비' 넘버 씬을 되게 좋아해요. 특히 '밤비' 넘버가 들어가기 전에 볼프가 하는 말들을 좋아하거든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볼프가 전쟁이 나버려서 라고 말하는 대사를 듣는데 강력한 유대감이 느껴졌어요. 라이자로서 강력한 유대감이 들고 이 사람이 쓴 글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다가오죠.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 이 사람이 쓴 그 글과 단어들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이 글을 쓰는 그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이 사람이 새롭게 다가오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볼프와의 첫 만남은 좋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이 장면으로 인해서 그 뒤까지 끌고 가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좋아하고 추천합니다.

최호승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Q.  볼프는 라이자 역할을 맡은 세 배우를, 라이자는 라디 역할을 맡은 두 배우, 라디는 볼프 역할에 세 배우가 어떤 느낌이 나는지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연  일단 제가 먼저 이야기를 할게요. 일단 진우는 진짜 찐 제 동생 같달까요? 실제로 제 동생이랑 되게 비슷하거든요. 내뱉는 말이나 눈빛이 비슷해서 연습할 때부터 되게 이입이 많이 됐었어요. 사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랑 동생은 일반적인 남매 관계가 아니거든요. 제 친구들도 항상 "네 동생은 진짜 특이한 거다"라면서 동생 같은 애가 어딨냐며 이야기를 할 정도죠.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 친구들이 저한테 말하는 일반적인 동생의 관계는 반대로 찬열이에 가까워요. 그래서 공연을 하고 있을 때 진우랑 무대에 오르면 우리가 함께했던, 그가 나에게 위안을 줬던 순간들이 생각이 나고, 반대로 찬열이랑 공연을 할 때면 내가 얘한테 못해준 게 생각이 많이 나는 거죠. 그래서 하면 할수록 저 스스로 되게 많이 자극이 되더라고요. 

최호승  저 같은 경우에는 우선 하은 배우를 생각해 봤을 때 뭔가 특유의 밝음과 에너지가 톡톡 쏘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제가 케어를 해줘야 할 것만 같은 라이자인 것 같았어요. 이후 배우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뭔가 되게 명확하게 서있는 인물이라서 제가 거기에 휘둘리게 되는 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엉뚱한 곳으로 휘둘리는 게 아니라서 그냥 저도 모르게 그가 이끌어가는 데로 가게 되는 라이자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우연 배우 같은 경우에는 제가 생각했을 때 제가 표현하는 볼프와 가장 많이 닮아있는 라이자라고 생각합니다. 다 너무 달라서 공연을 할 때 정말 즐겁고 새로운 기분을 받곤 해요.

류찬열  저는 일단 유동 배우님은 진짜 선임 같았어요. 정말 무대 위에서 같이 연기를 하고 있다 보면 상사님이랑 같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강하게 들게 만들고, 현석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조금만 더 친해지면 형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친근한 상사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옆에 있는 호승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최호승  아빠 같니?

류찬열  네, 저 진짜 저희 아빠 같아요. 그냥 제가 뭘 하든 간에 다 예뻐해 줄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저를 잘 알아주고 받아주는 상사 혹은 아빠 같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사건사고가 있을까? 웃픈 에피소드도 좋다.

정우연  저 딱 하나 기억에 남는 거 있는데... 말하기가 조금...

최호승  예, 제가 공연 중에 바지가 터졌던 적이 있습니다.

정우연  저는 진짜 제가 애드리브가 많이 허용된 정말 자유로운 작품들을 많이 해봤고 봐왔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무대 위에서 당황했던 적이 처음이었는데 정말 머리가 새하얗게 되더라고요. 절 보는데 저는 이미 머리가 새하얗게 떠버려서 속으로 아니 나보고 어쩌라고요?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죠.

최호승  제가 변명을 하자면... 그 앞서 이야기를 했던 '밤비' 장면에서 피날레가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사이에 바지가 터진 걸 알게 됐어요. 이걸 빨리 이 친구한테 말하거나 알려줘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모르고 있다가 서로 마주 봤을 때 우연이가 이 장면을 보게 된다면 그 장면이 가지고 있는 모든 몰입했던 장면이 다 깨지고 무너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당당하게 그전에 미리 오픈을 하고 이런 상황이라고 말을 하면서 무대 뒤에 소대에 있는 스태프들한테 이런 상황이다 어떻게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두라고 말을 해주려고 그 상황을 말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바지가 터졌던 적은 없는데 평생 기억에 남는 공연이자 실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해결했냐고요? 극 중에 겉옷 속에서 떨고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거기서 겉옷을 줘야 해서 그전에 벗거나 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바지 속에 넣어둔 티를 뺐죠. 사실 불안하긴 했었는데 셔츠를 빼고 가렸어요. 

정우연  저는 진짜 천재인 줄 알았어요. 그걸 보면서 와 나는 절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몰랐을 텐데 했었죠.

최호승  바지를 잡고 부르는데도 한계가 있더라고요.(웃음)

류찬열  저 같은 경우에는 앞에서 찢어진 이야기를 하니까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라디 의상이 무릎이 엄청 많이 찢어졌었거든요. 과거 전쟁 장면이나 오가는 장면들이 많아서 무릎이 많이 찢어지는 건 진우 형이나 저나 둘 다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 진우 형이 카톡으로 사진을 하나 보내더라고요. 겨드랑이 쪽이 찢어진 걸 사진으로 찍어서 보낸 거죠.(웃음) 그게 너무 웃겨서 카톡을 보고 진짜 한 30분은 웃었던 것 같아요. 계속 생각나서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어요. 사실 겨드랑이 쪽이 찢어질 일이 딱히 없는데 들어보니까 '고칠 수 있어'라는 넘버에서 라디가 망치를 들어서 계단을 수리하고 그러는 장면이 있는데 망치를 들다가 찢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으니까 또 더 웃긴 거예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정우연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Q.  이번 작품을 다섯 글자로 소개하자면?

최호승  저는 딱 생각났어요. '따뜻한 작품'이요.

정우연  저는 '민들레 홀씨'요. 어떤 이런 작은 씨앗이 널리 널리 퍼지면 어딘가에선,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가 말하고 싶은 걸 이야기하지 않을까. 

류찬열  저도 멋있는 말을 하고 싶은데 딱히 생각이 안 나요.(웃음) 뭐가 있을까요? 

정우연  누나 사랑해? 형아 사랑해?

류찬열  아뇨, 저는 '고칠 수 있어' 이거요. 이걸로 할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호승  추운 날씨 우리 작품을 보고 따뜻함을 꼭 안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누군가에겐 이 메시지가 닿아서 따듯함을 안고 가시겠지만 또 다른 분은 이게 뭐지라면서 의문을 표하실 수 있는데 그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런 분들에게도 최대한 닿을 수 있게끔 노력을 하는 게 제가 해야 하는 일이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할 거고요.

류찬열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행복한 작품이고 작품이길 바랍니다. 관객분들께서도 제가 받은 행복함을 얻고 가실수 있도록, 제가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끝까지 열심히 작품을 준비할 예정이니 꼭 보러 와주시길 바랍니다. 

정우연  독일의 윤동주라고 불리는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이 언어들과 그가 주는 울림들이 되게 좋아요. 이별 없는 세대라는 문화 자체가 처음엔 이해가 안 됐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그 단어 자체가 주는 힘이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이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거기서 오는 그 울림은 무엇인지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런 울림을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작품을 보시면서 좋은 경험을 하고 가시길 바라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공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찬열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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