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 '루드윅' 유소리, "연기 어렵지만 잘하고픈 욕심 생겼어"
[더 인터뷰] '루드윅' 유소리, "연기 어렵지만 잘하고픈 욕심 생겼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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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이 지난해 25일 성공적인 프리뷰를 마쳤다. 

뮤지컬 <루드윅>은 앞서 세 번의 시즌 동안 디벨롭을 거듭하며 관객과 관계자들에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시즌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들을 비롯해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예들까지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극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추정화 연출과 허수현 음악감독의 대표작인 <루드윅>은 전설적인 작곡가 베토벤의 삶과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고통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감동적인 서사, 베토벤의 불후의 명곡을 차용한 웅장한 선율의 음악과, 강렬하고 세밀한 연출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본지는 라스트 시즌을 알린 이번 시즌에 참여한 신예 유소리 배우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뮤지컬 <루드윅>은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오는 3월 1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본지와 첫 인터뷰다. 반갑다. 간단하게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유소리  안녕하세요. 이제 데뷔 2년 차 그리고 대학로에 입성하게 된 뮤지컬 배우 새내기 배우 유소리 입니다. 반갑습니다. 

Q.  전 작품 이후 4개월 만에 차기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보냈나.

유소리  학교를 열심히 다녔어요. 아직 졸업을 못했거든요. 학업에 열심히 집중했었고 이 작품을 만나게 돼서 병행하면서 준비했었습니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만났을까.

유소리  학업에 집중하고 있던 가운데 이번 작품 오디션이 있었어요. 오디션을 보기 전에 사실 제가 잘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었는데 열심히 준비했고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Q.  지정곡은 뭐였고, 준비했던 넘버는 뭐가 있었나.

유소리  지정곡으로는 마리 역할의 대표 넘버 '나의 옷'이라는 넘버랑 지정 연기가 있었어요. 준비를 해서 오디션을 봤었는데 지정 연기를 보시다가 연출님께서 다른 연기를 혹시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그때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는게 자유연기를 하나 만들어 놨어야 했었는데 준비된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 작품인 <웃는 남자>에서 보여준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맡은 '데아' 라는 역할이 대사보다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더 많이 있어서 세 마디 정도 있는 장면을 연기해서 보여드렸어요. 그리고 다짐했죠. 자유연기랑 노래는 하나 준비해야겠다고요.(웃음) 

Q.  어떤 곡들을 좋아하는 편일까.

유소리  저는 아름답고 뭔가 부드럽고 차분한 곡들을 좋아해요. 우리 작품에 나오는 곡들이 사실 제가 좋아하고 평소에 즐겨 부르고 자주 부르는 곡들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고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던 것 같아요. 

Q.  그럼 혹시 올 때 마지막으로 들었던 곡이 뭔지 알려줄 수 있나.

유소리  아, 오늘 들었던 곡은 태연의 '불티'란 곡이었네요.(웃음) 알고리즘이 저를 이 곡으로 이끌었어요. 원래 조용한 노래를 좋아합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첫 공연 때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 

유소리  사실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있었어요. 우선 역시 관객들이 있어야지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는구나라는 걸 이번 공연을 하면서 확실하게 느꼈죠. 연습을 하고 드레스 리허설을 하면서 무대를 밟을 때도 사실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제 자체의 어떤 문제일 수도 있지만 계속 뭔가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첫 공연을 하고 나니까 뭔가 이런 부재 혹은 부족했던 부분들이 채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관객분들이 되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었고, 박수를 쳐주시는 그 모든게 너무 감사하게 다가왔어요. 이어서 큰 실수 없이 무사히 공연이 끝났고, 아무도 안 다치고 첫 공연을 무사히 끝냈다는게 저에게 큰 안도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무사히 공연을 올렸다는 점에서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Q.  공연에 올라가기 전에 긴장이 됐거나 부담감이 있었나.

유소리  저는 그냥 긴장 덩어리예요. 그냥 너무 많이 긴장을 해서 공연을 시작하기 한 15분 전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대기실에 절대 못 들어간 달까요. 계속 소대에 있어요. 소대에서 공연을 봐야 하고 그래야 뭔가 긴장감이 풀리고 공연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루틴이요? 사실 저 스스로를 차분하게 하려고 공연 전에 어두운데 가서 정리를 하거나 긴장을 풀려고 하는 편인데 첫 공연 때만큼은 책을 읽기 보다 대본을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긴장해서 대본만 계속 봤었어요. 그리고 올라가기 전에 항상 기도를 하는데 이게 저한테 큰 힘이 되지 않나 싶어요. 

Q.  무사히 첫 공연을 끝내면 안도감이나 성취감이 크게 다가올 것 같다.

유소리  정말 크죠. 그런데 사실 어떤 안도감이라기보다는 게임을 할 때 장비를 하나씩 얻어나가잖아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첫 공연이 무사히 끝났을 때 뭔가 더 업그레이드된 총이나 방탄조끼를 얻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공연을 하면 할수록 성장해 나가는 것 같고 그런 과정인 것 같습니다.(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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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연부터 마리 역할을 맡아온 김소향 배우가 이번 시즌 빠지게 됐다. 도움을 받지 못해 아쉬울 것 같은데 어떤가.

유소리  저는 소향 언니한테 거의 빚을 졌다고 해야 할까요? 언니가 초연부터 삼연까지 '마리'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그 캐릭터가 언니 그 자체이기도 했고 삼연을 하면서 쌓아온 내공을 저에게 정말 많이 알려주셨어요. 연습 중에 연출님이 원하시는 방향성을 두고 제가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소향 언니가 연습을 보러 오시고는 바로 그걸 짚어 주셨었어요. 여기서부터는 이런게 있고 저 부분은 어떤 상황 속에서 이 인물이 이런 것 같다면서 뭔가 포인트를 알려주셔서 제가 더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고, 정리를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지금의 마리를 만들어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리게 됐죠. 

Q.  처음 바라봤던 마리는 어땠나.

유소리  강한 아이였어요. 사실 처음 볼 때는 저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고 싶은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당당하게 해 나갈 수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었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하면 할수록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인물조차 강직한 모습 이외에도 섬세한 부분들이 있었고 그게 본 공연에 들어와서, 무대를 해나가면서 더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비슷한 질문인 것 같은데,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기억이 날까.

유소리  대본을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뭔가 장면이나 인물들이 극적이었고, 그래서 뭔가 강약의 느낌보다 '강, 강, 강'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보고 나서 정말 힘들고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서 조금 이야기했지만 저라는 사람과 극 중에 마리라는 인물이 닮은 부분이 많이 없거든요. 오히려 소향 언니가 정말 극 중에 마리라는 인물 그 자체예요. 저는 닮은 부분들이 많이 없어서 대본에 충실했을 때 대본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부하고 언니의 도움이나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님들과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지금의 마리를 만든 것 같아요. 대본에 충실하되 최대한 저만의 결을 가져갈 수 있게 됐죠. 그렇게 준비했습니다.

Q.  연습 중에 제일 어려웠던 장면이 있다면?

유소리  극 중에 제가 맡은 역할의 20대부터 30대 중반, 50대의 마리의 모습이 나와요. 그런데 제가 아무래도 지금 24살이다 보니 50대의 마리를 연기한다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50대가 된 마리가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그의 깊이를 연기에 담아내는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엔 외적으로 이걸 표현하려고 했었어요. 예를 들면 목소리를 천천히 하거나 낮게 한다던가 그런 외적인 표현에 신경 썼었죠. 너무 심해서 연출님이 저한테 "네가 연기하는 마리한테는 지팡이를 줘야 할 것 같다"라며 어머니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셔서 생각해 보니까 우리 엄마도 그렇게 말을 안하더라고요. 그런 오류를 잡아 나가는 시간들이 처음 연습할 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연출님이 이후에 "네가 나이든 연기를 하지 말고 그냥 마리가 50여 년 동안 살아온 삶을 담아내려고 해봐"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걸 생각하면서 이 부분들을 고쳐나가고 수정해나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나둘 풀어나갔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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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같은 역을 맡은 두 배우와도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 같다.

유소리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게 사람들인 것 같아요. 특히 같이 연기를 하고 있는 언니들이 정말 너무너무 좋았어요. 은율 언니 같은 경우에는 이미 한 시즌을 하셨었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고, 지연 언니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됐는데 그래서 또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어요. 여기에 제가 또 동생이다 보니까 언니들이 저를 되게 예뻐해 주셔서 정말 즐겁게 이번 작품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낯을 정말 많이 가리거든요. 이전 작품들을 할 때에도 사실 되게 소극적이었어요.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항상 대기실에서 책만 읽었죠. 사실 그래서 예전에는 계속 어른인척하려고 했었던 게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참여했을 때엔 제가 그냥 24살의 유소리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전에도 계속 막내였었는데 막내로서 차분한 모습을 좋게 봐주셨었다면 지금은 그냥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더 친해지기도 하고 작품에 더 빠져들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Q.  사실 앙상블에서 한 작품의 주연이던 조연이던 배역을 맡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연기나 노래를 소화하는 스펙트럼 자체도 넓어져야 하고 집중도도 다르기 때문에, 메인 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힘들거나 어려웠던게 있었을까.

유소리  연기가 제일 어려웠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노래 같은 경우에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서 계속 해왔고, 그만큼 오래 해왔었던 거기 때문에 다를게 크게 없었거든요. 항상 무대 위에서 제가 노래하고 있고, 노래를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었고 그렇게 준비를 했었어요. 그리고 춤 같은 경우에도 앙상블을 하면서 많이 늘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죠. 그런데 연기는 정말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앙상블로서 무대에 오를 때 필요하고 해야 하는 액션이나 연기, 노래는 정해져있고 극히 적기 때문에 다른 씬이나 합을 맞추는데 집중했다고 한다면 이젠 제가 메인으로 나서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그게 조금 힘들었어요. 연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더라고요. 정말 많이 자문을 구하고 책도 찾아봤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추정화 연출님께 정말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말 너무 많은 걸 배웠거든요. 연출님 덕분에 연기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어떤 틀이 깨졌어요. 어떤 지점들인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연습을 하던 과정 중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들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들을 지적해 주시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저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해주셨어요. 

Q.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을 것 같다.

유소리  정말 옛날부터 욕심이 많았었거든요. 영화나 공연이나 진짜 많이 보고 연기 서적이나 논문도 열심히 찾아보고 수업도 들으면서 저 스스로 되게 많이 보고 듣고 배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배우로서 정말 부족했다고 느껴졌었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Q.  연극은 어떤가.

유소리  연극도 정말 너무 좋아요. 최근까지도 많은 연극을 봐왔거든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까 연극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Q.  나중에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유소리  멀지 않은 시기에 꼭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은데 우리 작품처럼 서사가 탄탄하고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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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 중에 젊은 루드윅부터 나이 든 루드윅을 다 만나게 되는데, 청년 루드윅은 어떤 인물이었나.

유소리  마리랑 다르면서 비슷한 인물이었죠. 마리가 겉으로는 되게 강하고, 물론 속도 강한 아이지만 표현이 되게 솔직하고 당당한 친구예요. 저는 그 속에 굉장히 여린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청년 루드윅 같은 경우에는 마리와 같지만 그게 극단적으로 보였달까요. 겉으로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많은 인물이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많은 상처를 받았고, 여린 사람이었죠. 그래서 청년 루드윅을 만났을 때 그가 어떤 말을 하던 그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를 쉽게 대할 수 없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가 아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던가 자신의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신선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알게 되는데 그게 또 저에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되는 것 같았어요.

Q.  이어 성인이 된 루드윅, 베토벤은 어떤가.

유소리  처음 만난 청년 루드윅은 뭐랄까요? 물은 물인데 산속에 있는 계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이후에 베토벤으로 더 많이 알려진 그를 만났을 때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아니 같지만 그 물들이 더 흘러 내려가 바다가 됐다랄까요. 그래서 오히려 젊은 루드윅 보다 더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함부로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뭔가 그전보다는 저를 더 포용해 줄 수 있는 그릇이 넓어진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물론 그만큼 마리도 성장했지만 그걸 뛰어넘은 사람이었어요. 

Q.  이어서 루드윅, 베토벤 역의 네 명의 배우들을 이미지화해볼 수 있을까.

유소리  백인태배우님은 인태 배우님만의 쾌활함이 마리로써 어쩌면 다가가기 힘들었을 베토벤 선생님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찾아갈 수 있게 해준 친근함을 만들어주었어요. 민성 배우님은 굉장히 열정적인 베토벤이에요. 실제로도 열정적이고 민성 배우님이 표현하는 베토벤은 음악, 그리고 베토벤의 조카, 베토벤이 사랑하는 모든것이 진실되게 느껴지는 열정이 있거든요. 테이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할아버지 같아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무슨 느낌이냐면 손자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랄까요? 뭔가 넓은 마음? 모두를 감싸 안아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넓은 느낌의 베토벤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주호 선배님은 사실 저희끼리 연습실에서 부르는 별명이 있었거든요. '주호신'이라고요. 아무래도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계속 참여하고 계시다 보니까 그 내공이 있어요. 절대 무시할 수 없죠. 모든 순간, 모든 연기가 그냥 다 루드윅이고 베토벤이었던 것 같아요.

Q.  청년 루드윅들은?

유소리  일단 세준 배우님은 너무 안타까운? 안타까워서 바라보고 있으면 도와주고 싶고, 그 사람이 왜 주변 사람들에게 까칠한 모습을 보이는지가 한눈에 다 보이는 루드윅 같았어요. 재환 배우님은 다른 루드윅들보다 자기를 보호하고 있는 벽이 정말 두꺼운 루드윅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게 보였던 것 같아요. 이어서 준영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그의 루드윅 만의 어떤 허세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정이 떨어지거나 빗나간 느낌이 아니라 너무 그 역할과 잘 맞는, 허세가 너무 잘 어울리는 루드윅인 것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조훈 배우님은 되게 복잡 미묘하달까요? 다른 청년 루드윅들에 비해서 속을 제일 모르겠는 루드윅인 것 같았어요. 복잡하기도 하고 미묘하기도 하고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루드윅인 거죠.

Q.  피아니스트에 양찬영, 조재철, 크리스영 세 배우들은 어떤가.

유소리  다들 피아노를 정말 잘 연주하시죠. 너무 재미있는 건 세 분 모두 연기 욕심이 다른 배우들 못지않으세요.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는데 다들 피아노를 어떻게 해야 잘 치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연기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었어요. 피아노는 정말 기본인 거고 연기에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으시더라고요. 연습할 때 제일 재밌었던 날은 손가락을 푸는게 아니라 몸을 풀고 있으셨던 날들도 있었어요. 입을 푸시고 목을 푸시고, 몸을 하나둘 푸시나 봐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정말 피아노부터 연기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관객분들이 공연장을 찾아주셔서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Q.  마지막으로 어린 두 배우들에 대해서도 듣고싶다.

유소리  정말 두 친구가 너무 다른데 또 너무 잘해서 눈길이 갔던 것 같아요. 우선 시훈이 같은 경우에는 정말 너무 곧고, 바른 친구였어요. 어렸을 때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사실 시훈이나 이든이나 똑같이 정말 너무 착하고 귀엽고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멋있었던 것 같아요. 이든이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개구쟁이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보인달까요. 시훈이는 되게 애어른 같거든요. 다 너무 잘하고 귀여운 배우들입니다.

Q.  공연을 하면서 울림 있게 다가왔던 대사나 가사는?

유소리  루드윅이 마지막에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서있으면서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여태까지 만났던 사람들과 인사를 하거든요. 루드윅이 무대 위에 다른 사람들을 다 만나고 제일 마지막에 제 앞에 딱 와요. 주호 선배님이 오셨는데 서로 인사를 하고 루드윅은 퇴장을 해요. 죽음을 만나러 가는 장면인 거죠. 그런데 그때 딱 주호 선배님의 눈을 바라봤었는데 이 앞에서 시작해서 쌓아왔던 모든 서사와 감정들이 정말 딱 그 장면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자 터지더라고요. 항상 진심으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루드윅이었는데, 그의 "알겠습니다" 단 한 마디의 마지막 인사가 모든 영감을 주고 작품의 끝을 알리는 것 같아서 깊게 다가왔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유소리  연출님이 단톡방에 올리신게 있거든요. '놈놈놈'이라고 세 건이 있어요.(웃음) 드레스 리허설 때 오른쪽에서 등장해야 되는 사람이 왼쪽에서 등장해서 모두가 놀랐던 적이 있고, 또 다른 사건도 들어와야 할 타이밍에 못 들어왔던 건이 있었죠. 마지막으로는 제가 첫 공연 때 나가야 되는 타이밍에 못 나갔었어요. 연출님이 많이 놀라셨던 것 같더라고요. 제가 공연이 끝나고 바로 카톡을 드렸었습니다. 제가 마지막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마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더니 "그래, 소리야. 일단 퇴장부터 잘하자"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Q.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해 보자.

유소리  제가 주변 지인들에게도 항상 말하는 게 있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참 귀한 공연이라고요. 우리 작품은 바쁜 현대인들이 잃어가고 있는 '꿈'에 대해 큰 메세지와 힘을 주기도 하고,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모든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백 퍼센트의 노력이 아니라 정말 이 백 퍼센트의 노력을 쏟아내고 연기하고 노래 부르고 있어요. 너무 좋은 작품이고 귀한 작품이니까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와서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유소리  제가 정말 자신 있는 넘버가 있거든요. '세상을 넘어 꿈을 향해'라는 넘버인데 제가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넘버이기도 하고 이 넘버 속 장면이 마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 20대의 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게 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장면이 가장 자신 있고 제가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연 언니의 마리는 언니만의 당찬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고 은율 언니가 연기하는 마리는 마지막에 정말 모든걸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그릇을 가진 마리거든요. 다 다른 강점이 있다보니 볼때마다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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