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본색'이복현 vs '자본본색'손태승...진검승부 시작됐다
'검사본색'이복현 vs '자본본색'손태승...진검승부 시작됐다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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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銀 직원 700억 횡령 전·현 임직원 제재 절차 개시
우리銀, 내부통제 기준 없는 지배구조법 내세운 방패 전략 예상
이복현 금감원장(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 간의 갈등 상황을 이미지화한 표현 @한국증권

[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 칼을 빼들었다.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 횡령 사고와 관련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의 이복현 금감원장이 '검사본색'을 드러냈다. 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패 전략에 나선 우리은행은 내부통제에 대한 기준 없는 지배구조법을 내세워 금감원에 승리했던 DLF소송 때와 같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의 칼과 손태승의 방패 전략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금융당국과 업계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와 관련 제재심을 내년 상반기에 본격 개최를 앞두고 징계 수위가 담긴 제재 사전통지서를 우리은행에 전달한 사실이 29일 알려졌다.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심은 내년 상반에 개최될 전망. 구체적인 제재 일정과 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지지 않고 있다.

통상 금감원의 제재 절차는 '금융사 제재 사전 통보→제재심 개최→대심제 운영→제재 수위 결정→최종 제재 통보' 순으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그간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가 7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중대 사안으로 인식하고 제재 관련 법리를 면밀하게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제재 대상 범위를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담당 팀장, 부행장급, 행장 등 전방위에 걸쳐 적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은행법, 지배구조법, 일반 검사제재 규정 등을 적용해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우리은행 전직 직원 전모(43)씨의 707억원 횡령 범죄는 2012년 3월부터 9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범행됐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12월부터 2020년 3월에도 전 씨의 범죄는 진행됐다.  이 점에서 손 회장도 전씨의 횡령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날선 칼날이 손 회장에게까지 미칠지는 의문.  금감원은 손 회장이 제기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1패를 했다. 금감원이 중징계 근거로 제시한 '내부통제 기준 미마련(지배구조법 위반)'이 사실상 법원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기준 '준수'의무 위반에 대하여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과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위반은 구별되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법리를 내세워 금감원이 다시 꺼내 손 회장을 제재하기에는 부담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횡령 등 중대금융사고에 대해 CEO의 책임을 명확히 묻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횡령 사고에 소급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상황.

금감원은 지배구조법이 새로 개정되기까지 제재를 연기하기보다, 기존 법안을 토대로 다시 우리은행을 제재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

실제 금감원 내부에서는 기존의 지배구조법으로도 우리은행의 경영진을 중징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비록 DLF 판결에서 최종 패소했으나, 법원이 일정 부분 금감원의 입장을 받아들인 만큼 법리를 더 치밀하게 다루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李ㆍ孫, 태생과 환경 달라 

이 원장과 손 회장은 태생과 환경이 다르다.

이 원장은 경제를 전공한 뒤, 법조인 길을 간 케이스인 반면, 손 회장은 법학을 전공한 뒤, 금융인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원장은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91학번)으로 졸업해 공인회계사(1998년), 사법시험(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2010년)합격했다. 금융ㆍ조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금융범죄 전문가이다.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각, 국정원ㆍ국방부 여론조사 조작사건, 삼성그룹 승계문제(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이병박 다스 실소유주 논란 등을 수사했다. 

손 회장은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전주고(78)와 성균관대 법학과(83), 서울대학원 법학대학원(86), 핀란드 헬싱키대학 경제경영대학원(석사,2000)를 나와 우리금융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사해 금융기관에서만 근무한 금융 전문가이다.  우리은행 우리은행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점장, 글로벌부문장을 지내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밝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에 선임됐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파생결합펀드(DLF)손실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을 통해 정당성을 다퉈 승소했다. 침착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법학을 전공했던 만큼, 해박한 법률 지식이 DLF 소송 때 빛을 발휘했다.

손 회장에게 먼저 칼을 빼든 건 이 원장. 금융위 중징계가 확정된 손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금융기관 CEO들의 의사 결정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들어 지배구조 책임을 따져 물은 것.

이같은 발언이 '외압'이라는 시각에 대해 이 원장은 금융권 이사회가 자체적 결론에 개입할 명문과 의도, 정책적 수단은 없다며 압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이 '금융기관 CEO의 의사결정이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키워드로 지배구조 책임을 강조한 것은 DLF 당시 지배구조가 명학하지 않다는 점에서 빠져 나왔던 것을 간적접으로 지적한 것이다. 실제 DLF에 대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 중 불안전판매 인정비율이 50%를 넘는 피해자들에게 최소 20%에서 최대 80%까지 보상했다.  문제는 보상에 들어간 비용 역시 주주들의 돈이라는 점이다. 보상 만큼 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칼과 방패'전략으로 불릴 이 원장과 손 회장 간의 법리 다툼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사 출신의 이원장이 금감원장을 맡은 뒤, 첫 대형 금융사고 관련한 제재 사례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 이미 배수진을 친 상태이다. 

이 원장이 스스로 송사를 20년간 다뤄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만큼 새로운 법리를 강구해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손 회장 역시 마찬가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연임이 점쳐졌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스스로 물러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벌써 차기 회장으로 이명박 정부 때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손 회장은 연임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서 금감원의 날선 칼날에 맞설 법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법원 판결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은 제도 개선하겠지만, 일부 인용된 부분은 면밀하게 정리해서 다시 우리은행 제재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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