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후보심사위, 구 연임 적격 판단...복수 후보와 경쟁
美國 SEC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징계 받아 시민단체 연임 부정적
[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은 안개 속이다. 13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심사를 받았지만, 단독 후보로 추천 받는 대신 복수 후보와 경쟁을 선택했다. 이달 내로 추가 심사를 진행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정부는 친노ㆍ친문 인사가 포진한 KT에 심기가 불편한 상황. 구 대표의 연임 도전에 불편한 기류이다.
14일 KT이사회(강충구 의장)가 내일(15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 신청 절차와 일정 등에 논의에서 구현모 현 대표와 맞설 후보로 누가 나설지, 누가 최종 후보가 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 친노ㆍ친문 인맥에 둘러 쌓여 있는데다 구 대표가 과거 정권에서 쪼기기 후원, 특정업체 밀어주기 등으로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와 맞설 복수 후보로 이경수 전 KT네트웍스 네트워크엔지니어링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사장,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 등이 거론된다.
구 대표가 13일 대표이사 연임 적격 평가를 받고 차기 대표 우선심사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단독 후보 추천 대신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보이지 않는 힘의 압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행 KT이사회는 총 11명(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됐다. 이강철, 김대유, 유희열 등 진보정권 인사가 포진돼 있다. 이 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을 지냈다. 영남 친노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지역 유세를 도왔다. 지난 대선 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김 이사는 재경부 모피아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시절 통계청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사관을 지냈다. 유이사는 과학기술부 차관 출신으로 문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 정부는 구 대표의 연임에 부정적이다. 친노, 친문 인사들이 KT에 포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구 대표가 이강철, 김대유 이사에게 나가라고 했다. 구 대표가 현 정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 정권과 손절하고 있지만, 현 정권 입장에서는 구 대표가 스스로 퇴진하길 바라고 있다. 구 대표 역시 2020년 선임 당시 이들에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KT의 상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을 비유한다. 조용병 회장이 막판까지 회장 연임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날에 스스로 포기했다. 결국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회장에 선임됐다. 구 대표 역시 경쟁 과정에서 스스로 포기하도록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 대표의 연임에는 윤 정부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부정적.
미국 증권거래소(SEC)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국회의원들에게 부적절한 방법으로 정치 후원금을 제공했다. 베트남 정부사업 수주를 위해 대가성 금품을 제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11억원과 7억원을 출연했다. 대부분 구 대표가 대표 이사 취임 이전의 일이다. KT는 지난 2월 17일 SEC에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630만 달러(한화76억원) 지급과 함께 법을 준수하는 컴플라이언스 이행 및 개선사항을 2년간 정기적 보고하기로 했다.
당시 구 대표는 "SEC조사는 2009년 전에 발생한 일"이라며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합의했다"고 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구 대표의 해명이 궁색하다는 지적. 황창규 전 대표 시절 비서실장에 발탁된 뒤에 황창규-이석채 전 사장 재임시 주요 요직을 맡아 왔다. 경영에 관여한 위치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의 악재는 연속이다. 계열사 KT텔레캅에서 발생한 리스크도 구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KT텔레캅이 시설관리(FM) 사업을 외주 업체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KT고위직 출신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일감을 집중적으로 제공한 의혹을 받았다.
공정위의 조사는 KT텔레캅의 협력업체인 KFnS 소속 직원이 국회에 탄원서를 냈던 게 단초. 당시 KFnS직원은 "KT텔레캅의 일감이 KDFS로 몰리면서 일감을 줄여 해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KT텔레캅에서 시설관리 사업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는 KDFS(황옥정 대표), KS메이트(곽현구 대표), KFnS(박형렬 대표), KSNC(송상현 대표) 등 4개 업체이다. 이들 업체들은 수의계약을 통해 용역을 맡아 온 것으로 알려진다.
KT텔레캅이 지난해 말 KFnS의 물량을 약 20% 줄이겠다고 통보한다. 2016년 309억 원에서 2021년 277억 원으로 쪼그라 든다. KFnS에 줄어든 물량 대부분이 KDFS에 수의계약으로 맡겨졌다. 이 회사는 2016년 45억 원에서 2021년 494억 원으로 급증한다.
KDFS의 2021년 매출 625억1246만원, 영업이익 17억8859억원, 당기순이익 32억5787만원을 기록했다. 이중 KT텔레콤향 매출이 494억원으로 78.4%에 이른다.
KT그룹의 시설관리 물량은 800억원대(2016년)에서 2021년 1400억원대. KDFS가 10배 이상 급성장하는 지난 6년간 1.8배 정도 증가했을 뿐이다.
공정거래법(제45조)은 특수관계인은 물론 다른 회사에 용역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로 보고 이를 금하고 있다.
KT텔레캅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일부 업체의 의의 제기에 따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했다. 조사 결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DFS의 성장 배경에는 KT텔레캅의 특혜 의혹에서 비롯됐다는 것. 1997년 설립된 한국통신산업개발로 설립된 KDFS는 2001년 민영화된 이후 2010년 굿모닝에프로 분할된다. 2017년 KDFS로 사명이 변경된다.
KDFS는 2010년 분할된 이후에도 여전히 KT사우회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회사의 회사 소개서를 분석한 결과, kt경영지원부문. kt 텔레캅, kt estate, kt동우회 등과 협력을 기반으로 퇴직자 일자리 창출과 동우회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kt ESG경영추진실의 지원하에 드림드림사회적협동조합과 상호 나눔 문화 실천, kt Enterprise부문과 휴대폰 재판매사업으로 kt고객기반을 확충해 나가는 등 상생 협력 나눔 실천해 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KT자산경영실장을 지낸 황욱정이 대표를 맡고 있다. 황 대표는 KT홍보실장(2003.2.-2005.10), KT자산경영실장(2005.11.~2009.01), KT인천마케팅단장(2009.01.~2010.12) 등 KT 내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온 KT맨이다.
이 회사는 KT, KT텔레캅, KT에스테이트 뿐만 아니라 서일대학교, 광주세정아울렛, 스타타워관리단, 조선대학교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KDFS의 지분 현황은 황욱정 대표와 KFNS가 각각 지분 42.25%와 19.00%를 보유하고 있다. 한주피엠씨(20%), KDFJ(100%)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DFS가 구현모 대표 연임 변수?
KT텔레캅은 에스원·에스케이(SK)쉴더스와 함께 은 국내 대표 보안업체 중 하나. 2021년 매출 5110억원 중 시설관리 사업 매출은 2300억원(45%)이다.
KT는 이번 조사가 본사 차원의 개입 여부로까지 확대될 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 조사 강도와 방향에 따라 구 대표 연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KT 대표이사 후보심사위원회는 연임 의사를 밝힌 구 대표에 대한 자격 심사를 진행 중. 빠르면 이번 주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현재 회삿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이라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케이티 새노조는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KT노조는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