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치킨 프란차이즈 가맹점은 본부의 '호구'
커피·치킨 프란차이즈 가맹점은 본부의 '호구'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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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고무장갑·빨대·냅킨·행주 등을 필수 구매품목 지정…서울시, 조정 요구

커피·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가맹본부의 ‘호구’다. 휴지·고무장갑·빨대에 냅킨 행주가지 본부가 지정하는 제품만 쓰라고 강요한다. 본부는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가맹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본부는 균일한 품질 유지를 들고 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폭리구조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서울시는 가맹본부에 필수품목의 조정을 요구해 소상공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7~9월 시내에서 40개 이상 가맹점을 운영 중인 치킨·커피 가맹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상업체 30곳 중 29곳에서 시중에서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일회용품과 일반 공산품 등까지 부적절하게 필수품목에 포함했다고 28일 밝혔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이 본부나 지정업체에서 필수적으로 사야하는 품목이다. 본부는 모든 매장에서 음식과 음료의 맛을 규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수품목을 지정한다. 하지만 품질유지와 상관없는 고무장갑과 빨대, 물티슈 및 냅킨, 냉장고, 오븐 행주 등 판매 제품의 품질과 관련이 없는 소모품도 포함돼 가맹점은 더 싸게 조달할 방법이 있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본부 용품을 사 사써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어길 경우 가맹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A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필수품목으로 50여 종을 지정했는데 이 중에는 가운데 고무장갑과 휴지통도 들어있다. 심지어는 휴지와 젓가락 등 일회용품이나 행주, 진동벨과 같은 일반 공산품도 포함됐다. 본부가 폭리를 취하기 위해 가맹점들의 자율성을 송두리째 빼앗은 셈이다.

서울시는 가맹점의 품질 관리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품목은 필수품목 지정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1개 본부는 ‘필수’를 ‘권유’ 등으로 바꾸거나 아예 이들 품목을 삭제했다. 한 가맹본사는 커피머신, 우유 등 89개 항목을 필수품목에서 제외했다. 모 치킨 가맹본사는 사용량이 많은 재료인 식용유를 필수품목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이들 가맹점에서는 각자 상황에 맞게 해당 품목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해당 물품을 시중에서 구매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맹 계약 해지 등을 할 수 없게 됐다”며 “필수품목이 가맹점주 통제 수단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커피와 치킨 이외에도 피자, 햄버거, 떡볶이 등 외식업종 가맹점 500곳에 대해 연말까지 현장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류대창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 등 불공정 관행을 지속해서 점검해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가맹점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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