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학박사, 안동 신세계 연합의원 원장)
[시골의사 박경철](의학박사, 안동 신세계 연합의원 원장)
  • 장종수 전문기자
  • 승인 2005.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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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에도 제3의 길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은 의사보다는 주식 전문가로 더 알려져 있다. 자신도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정도로 그는 잘 알려진 투자전문가다. 고향인 안동에서 의사로서 살아가는 그는 이런 저런 일로 서울 나들이가 잦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한발짝 물러서있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살아남은 투자자로서 투자의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그는 의과대학 재학 중이던 1985년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시작한 주식투자가 몇 주만에 반토막이 났다. 그 이후에도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그는 그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했다. 그야말로 불가항력적인 장기 투자였다. 그때부터 그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 연수 간 선배로부터 투자론과 관련된 서적을 수십 권 받았다. 그리고 주식 공부에 나섰다. 94년까지 주식투자를 계속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투자이론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한 개의 날개로는 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때부터 개인들이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성공보다는 실패 뿐이었던 그의 투자 경력에 ‘주식 역전’이 시작된 것은 IMF이후였다. 벤처 붐을 타고 그는 주식투자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다. 당시 그는 대전에서 개업을 해 의사로서도 병원 운영을 잘하고 있었다. 외과의사인 그는 개원 후 3년 동안 전국 8위의 의료보험 신고 실적을 기록했다. 호사다마일까. 그때 그가 친구들과 공동으로 투자한 계좌의 수익률이 놀랍다는 소문이 퍼졌고 방송국에서 그들을 취재했다. 방송에서는 그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를 어기고 결국 그의 이름이 공개되었다. 그는 자고 일어나 보니 의사가 아닌 유명 주식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의 병원에는 일반 환자보다는 주식환자들이 몰려들어 진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외도 의사라는 환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며 불안하게 진료를 해야 했다. 그러나 주식투자자들의 집요한 공세에 결국 그는 병원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에게는 오랫동안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잠시 병원문을 닫고 쉬는 동안 그는 팍스넷에서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글을 싣기 시작했다. 1999년 마지막 날 그는 팍스넷에 ‘성장주와의 이별’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앞으로 3년 동안은 IT주는 돌아보지도 말라고 했다. 그의 글은 증권가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그에게 투자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 2000년을 기점으로 벤처기업과 닷컴 기업은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1년 그는 10만원대의 삼성전자를 추천해 다시 한번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 투자 강의를 했으며 그의 방송은 10번 이상 재방송이 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어느새 의사가 아닌 주식 전문가가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의사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고향인 안동에 내려가 병원을 개업했다. 그는 3년 전부터 몇 종목을 산 뒤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가 구입한 주식은 (주) LG, LG생명과학, 기아자동차, 안철수 연구소 등 네 종목이다. 그는 40세에 매입한 이 주식을 60세가 되면 팔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주식시장을 관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투자자로서 활동했던 그에게서 투자의 지혜를 들어봤다. “시세 예측이란 어렵습니다. 개인들은 망하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주식 투자에서도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그것은 늘 시장에서 불리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타협안이다. “개인들은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은 지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도박심리는 인간의 본성이며 피할 수 없습니다. 굳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간접투자를 권합니다.” 그가 말하는 제 3의 길은 간접 투자를 말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그는 깨끗한 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는 최근에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냈다. 그것은 주식전문가로서 쓴 글이 아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그에게서 기대하는 주식 이야기가 아니다. 의사로서 만난 환자들의 얘기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삶에서 더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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