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붕괴 '본궤도'…경착륙 우려된다
부동산 거품 붕괴 '본궤도'…경착륙 우려된다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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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평균 매매가 속락…서울 강북 10억 붕괴 이어 강남 15억원도 초읽기'
전세값 하락으로 2년 전 최고가 세준 집 주인은 부족한 전세금 마련에 비명
건설·시행사,자금확보 비상…공사대금 회수부진·신용경색으로 자금사정 악화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 거품붕괴가 가속화 하는 모습이다. 이로인해 서울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개월 만에 10억원대가 무너졌 1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강남권도 거래절벽 속에 매수세가 실종돼 평균 매매값 15억원 대 붕괴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세시장에선 전세값 하락으로 집주인들이 반환할 부족 보증금 마련에 발이 닳을 정도다. 아파트값이 큰 폭을 치솟은 2년 전에 최고가로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은 모자라는 목돈 구하기에 비명이다. 목돈을 구하지 못하면 집을 급매로 처분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 열기도 식으면서 건설사들은 자금확보에 초 비상이다.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로 신용이 경색되면서 일부 대형건설사를 비롯해 많은 중소 건설사들이 자금난으로 부도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10월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76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1233만원이 하락하며 10개월 만에 10억원대가 붕괴됐다. 강북권은 한강 이북의 14개 자치구를 의미하며, 노원·도봉구 등을 포함한다.

강북 아파트 평균매매가 10억 무너져…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

강북권 아파트 값은 월별 기준으로 지난 2014년 10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탓다. 지난 2019년 1~5월 정부 규제 여파로 강남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강북권은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고금리 시대 개막과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경기가 부진에 빠져들면서 올해 7월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이면서 하락 폭도 커지고 있다.

감소 폭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엔 전 달에 비해 50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8월 238만원, 9월 303만원으로 점차 커지더니 10월엔 1233만원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노원·도봉·성북·강북구 등 서울 외곽의 집값이 급락하면서 강북 전체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강북권 아파트의 ㎡당 평균 매매가격은 9월 1291만6000원에서 10월 1266만5000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금리 인상과 추가 하락 전망에 매수자가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서울 강북의 아파트평균 매매가가 10억원이 붕괴되면서 1년 전으로 되돌아 가는등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집값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밀집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금리 인상과 추가 하락 전망에 매수자가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서울 강북의 아파트평균 매매가가 10억원이 붕괴되면서 1년 전으로 되돌아 가는등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집값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밀집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도봉구, 노원구, 성북구, 강북구의 아파트값 하락폭이 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에 따르면 도봉구 도봉동 '한신' 전용면적 84㎡는 지난 6일 직전 최고가(7억3400만원) 보다 2억원 가까이 떨어진 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 역시 지난해 11월 최고가(8억9000만원) 대비 2억4000만원 낮은 6억5000만원에 지난 7일 팔렸다. 평균 매맷값은 1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지만, 실거래가는 사실상 2020년 말~2021년 초 가격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강남권도 하락거래가 부쩍 늘면서 평균 아파트값 억 단위 붕괴를 눈앞에 뒀다. 10월 강남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1456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평균 집값은 7억8844만원으로, 9개월 만에 8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 역시 6억278만원으로,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 5억원 선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 집값은 금리가 결정하고 있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며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신호가 있기 전까지는 거래감소와 가격 하락이 동시에 더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값 하락에 2년 전 ‘최고가’ 임대한 집주인 부족보증금 마련에 비명

아파트값 하락으로 전세가도 줄곧 빠지고 있다. 이사수요가 실종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전세 만기가 돌아온 집주인으로서는 전세가 대폭 하락한데 따라 목돈을 마련해야할 고민에 빠졌다. 임대차 2법으로 급등했던 전세가가 2년 전보다 대폭 떨어져 많게는 수 억원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족 전세금을 마련할 방도가 없는 상당수 임대인들은 값을 대폭 내려 급매로 집을 처분해 전세보증금을 내 줘야 할 궁지에 몰려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들어 9월까지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6%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020년 8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가파르게 올라 올해 1월까지 18개월 동안 15% 가량 상승했다가 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2년 전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최고가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았다.

만기가 눈앞에 닥친 집주인들은 2년 전 계약한 보증금에서 시세를 뺀 만큼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많게는 수억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잠실엘스 84㎡를 보유 중인 A씨는 “지난해 최고가에 전세를 놓았는데 지금 시세대로라면 내년 만기때 2억~3억원, 어쩌면 그보다 낮게 전세계약을 맺어야 할 것 같다”며 “내년에 시장 상황이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분간 전세시장은 나이질 것으로 보이지 않사 세입자들의 자금고민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전월세 매물이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전셋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경우 지난 17일 기준 전월세 매물이 7만151건으로 1년 전(4만2735건)대비 64.1% 증가했다. 인천은 같은 기간 6924건에서 1만8726건으로 170.4%, 경기는 3만5428건에서 8만5993건으로 142.7% 급증했다.

특히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 등 기존에 대출이 있는 경우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금반환대출 여력이 크지 않아 선택지가 좁은 상황이다. 급매로 집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느는 이유다.

건설사 자금확보 비상… 2008년 금융위기 때 ‘줄도산’ 우려

집값 하락에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다.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고 분양 흥행도 기대하기 어려워 갈수록 돈이 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의 경우 PF대출 차환이 여의치 않자 모그룹에서 급전을 구하고 포스코건설이나 삼성물산도 현금 확보에 나섰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는 지방과 중소·중견 건설사도 자금갈증에 허덕이고 있다.

‘레고랜드’사태는 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을 부채질 했다. ‘레고랜드발’ PF 상환 미지급 사태로 강원도가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디폴트를 선언한데 따라 돈줄이 막히기 시작했다. 급속한 신용경색으로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게 됐다.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건설사들은 PF대출을 차환하지 못해 자금마련에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해는 어떻게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내년 자금조달이 정말 고민이라는 분위기다.

건설업계는 부동산경기침체와 자금경색이 심화할 경우 줄도산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보증 여파로 40여 곳의 건설사가 쓰러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중견 및 중소건설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대형건설사들도 자금 확보에 총력전이다.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 직후에 회사채 발행을 알아보다 모 그룹의 유상증자와 계열사 금전대여 등으로 7000억원을 조달했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연 10%을 훌쩍 넘다 보니 금융 비용이 부담스러워 유상증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2일 11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지만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SK에코플랜트도 이달 중 2000억원 수준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는데 이 중 1500억원을 이미 상환했다.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500억원의 회사채도 현금 상환할 예정이다.

대형 건설사는 현재로서는 유동성에서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레고랜드발’ PF 상환 미지급 사태로 자금 경색이 건설업 전반에 확산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더욱 어려워지자 앞으로 자금사정은 크게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 및 중소건설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늘 자금 갈증 상태인 이들은 부동산경기 부진과 신용경색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노출돼 있다. 이들은 ‘유동성 문제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안정펀드 신청을 신청을 꺼리는 경향을 보여 자금난을 해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끝내 부도를 내고 도산하는 비운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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