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횡령 사태 등 국감 여야 십자포화
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병환 NH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에 성공할까. 손 회장은 일단 연임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결과 그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적격자로 판정돼 최종후보에 오르면 회장 자리를 이어간다. 그러나 심사에서 실책이 많아 앞으로 농협금융을 이끄는데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손 회장은 지휘봉을내려놓아야 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은 다음 달 말 회장 후보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NH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 따르면 회장 임기 만료 40일 전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 최종 후보자 1명을 추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손 회장은 현직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연임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법적 규제가 없어 본인이 원하면 이를 반대하기 어렵다. 특히 한번 회장직에 올라 사외이사진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친정 체제로 구축하게 되면 장기집권은 거의 관행적이었다.
손 회장 주변에서는 그가 현 회장 프리미엄 말고도 임기 중에 농협금융을 이끌어오는 과정에서 나름 호실적을 보였고 퇴진을 고민할 정도의 경영실책을 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임을 점친다. 손 회장 취임 1년만인 2021년에 2조2919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조350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또다시 최대실적을 갱신했다.
호실적은 손 회장의 연임 가도에 청신호다. 하지만 회장 추천에서 실적이 평가 기준의 전부는 아니고 일부일 따름이다. 두드러진 경열실적을 보였다고 해서 그가 꼭 연임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중대한 경영실책이 없는 경우 호실적은 후보결정에 가장 큰 변수가 될수 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임기 중에 크고 작은 경영실패를 거듭했다.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와 농협 임직원 횡령 사건은 그의 경영능력 입증에 치명타가 됐다. 계열사 내부 통제 허술은 조직의 단합에 의한 효율과 능률향상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면서 그의 리더십은 급추락했다.
최근 국감 기간에 횡령 등 부정·비리, 옵티머스 부실 판매책임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것은 손 회장이 경영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반증이다. 지난 7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매서운 질타로 손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손 회장은 이번 국감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을 일으켰던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의원들은 손 회장에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연임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어떻게 연임시킬 수 있냐”며 “농협 입장에서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안고 가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임기를 챙겨준다면 직원들에 대한 경각심은 어디서 확보하겠냐”고 손 회장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정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에 당시 손 회장은 “임기도 내년 3월까지라는 점에서 중간교체가 부담된다고 판단해 계속 업무하도록 지시했다”며 “지주가 증권사 지분을 49%만 보유하고 있어 소액 주주와 관계도 고려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손 회장은 이 발언으로 위증죄 고발 여부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간 고액의 횡령·배임 사건이 벌어진 농협은행에 대한 손 회장의 부실통제도 도마에 올랐다. 주 의원은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 발생한 금융사고 현황을 봐도 총 사고금액 115억원 중 농협은행의 비중이 58.6%다. 건수는 다른 은행과 비슷하지만 사고금액은 상당히 많다”며 “농협은행의 자체 자정 개념이나 통제개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내부 통제 시스템 부실 대한 질책을 가했다.
주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은행권 사고액의 절반이 넘는 67억원이 농협은행 한 곳에서 횡령·배임으로 발생했다. 특히 이 시기에 가족 명의로 무려 25억원을 부당대출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민의힘 이양수 간사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횡령금 중 9억원은 현재 회수되지 못한 상태다.
농협의 금융사고에서 금융지주에서의 규모는 지난 2020년 1억6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6억3000만원으로 무려 1544%나 뛰어올랐다. 해당 시기는 손 회장이 금융지주 사령탑으로 취임해 재직 중에 있던 때이고 보면 손 회장은 방만경영의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같은 계열사의 사건·사고 논란은 내부 통제 허술이 원인으로 결국 연임을 위한 지주사 회장의 실적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계의 한 전문가는 손 회장은 실적주의에 매몰되는 과정에서 계열사는 피해를 봤다며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연임 심사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평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옵티머스 사태나 횡령 등 금융사고에서 내부 통제 미작동한데 대해 손회장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연임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주사 측은 크게 논란이 될만한 사안은 이나라는 입장이다. 올해 잦았던 횡령사고도 주로 조합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실 농협금융지주의 통제와 관할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