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역대급 실적에도 무배당…장남 승계 굳히기 포석?
신성통상,역대급 실적에도 무배당…장남 승계 굳히기 포석?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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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순 회장 신성통상 경영진, 임원 보수한도 확대해 과실 챙기면서 주주보호는 외면
외아들이 지분 82% 보유한 가나안은 고배당 실시해 확고한 장남 승계구도 구축 포석

신성통상이 주주가치 제고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날로 쌓이고 있다. 어닝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오너인 염태순 회장 비롯한 경영진이 과실을 챙겼지 소액주주에게는 배당을 통해 단 한푼도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실적개선에도 회사의 주주가치제고 실종 탓인지 주가는 맥을 못춰 소액주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염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신성통상 배당에 유독 인색한 것은 이 회사를 지배하는 ㈜가나안을 통해 짭잘한 재미를 보아 배당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특히 가나안을 통해 장남에게 배당을 몰아줘 승계구도를 보다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포석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11일 증권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임원 보수 한도를 두 배 이상 늘렸다. 수익성이 크게 향상돼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도 배당은 실시하지 않고 염 회장 등 경영진에게만 호실적의 과실을 몰아준 셈이다.

신성통상그룹 염태순 회장. (사진=뉴시스)
신성통상그룹 염태순 회장. (사진=뉴시스)

신성통상은 지난달 28일 개최한 주총에서 수년간 15억원을 유지해온 사내이사 급여 한도를 2023년(2022년 7월~2023년 6월)에는 233.3% 늘린 50억원을 책정했다. 신성통상의 사내 이사진은 염 회장과 황대규 사장, 정혁준 수출본부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성통상은 배당여력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올린 연결 매출은 1조465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88.2% 늘어난 1399억원, 순이익은 166.1% 급증한 766억원으로 눈부신 실적을 보였다. 이들 경영지표는 모두 사상 최대다. 탑텐과 지오지아, 폴햄 등 신성통상 그룹이 전개하는 브랜드 매출 대부분이 늘었고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사업도 호조를 보인 결과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배당의결은 없었다는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신성통상 소액주주는 이들 경영진이 기록적인 실적향상을 주도한 공로를 높게 평가하나 "FY2021년부터 순이익이 급증하고 있는데 배당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염태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배만 불릴 거면 애초에 상장은 왜 했는지가 의문"이라며 꼬집고 너무나 소극적인 주주환원정책에 날을 세웠다.

신성통상 측은 우선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해 배당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97.9%, 42%로 높기 때문에 가용현금으로 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논리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실적 호전에도 아직은 재무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어 배당을 통한 현금유출에는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은 다른 상장사와는 달리 회사 측이 주주가치 제고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액주주는 "FY2021년부터 순이익이 급증하고 있는데 배당을 오랜 기간동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건 큰 문제"이고 "염태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배만 불릴 거면 애초에 상장은 왜 했는지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높은데도 신성통상의 무배당 기조는 좀처럼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도 호실적이 예상되나 무배당 정책에 변화가 올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가 배당을 실시한 것은 FY2012년으로 정확히 10년 전이고 이후 순손실을 기록한 적도 없다.

이에 FY2022년 기준 신상통상의 이익잉여금은 2010억원이나 누적됐고, 배당에 사용할 현금성자산도 631억원 쌓여 있는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배당을 기대하고 10년을 버텨 왔지만 올해도 배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는 분위기다.

신성통상의 배당억제는 가나안의 대주주인 장남 염상원 대표로의 승계 구도를 보다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신성통상에 반해 가나안은 고배당 성향을 유지토록해 염 대표에 배당금을 몰아주는 구도일 가능성이 높다. 오너일가 대부분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신성통상과는 달리 가나안은 염 대표가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해 고배당을 실시하면 배당금의 대부분이 염 대표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로인해 신성통상 경영진이 장기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바람에 애먼 신성통상 소액주주들만 희생양이 되는 꼴이다.

신성통상의 지분구조를 보면 최대 주주는 가나안으로 6월말 기준 지분율은 41.65%다. 현재 신성통상은 최대주주 가나안을 비롯해 염 회장(8.21%), 에이션패션(17.66%), 염 회장의 세 딸 염혜영·염혜근·염혜민씨(각 3.30%), 염 회장 맏사위 박희찬 대표(0.10%)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77.07%에 달한다. 보유 주식수는 1억1075만4180주다.

가나안의 최대주주는 염 대표로 지분 82.43%를 보유하고 있다. 염 회장 역시 10%를 가지고 있으나 나머지 가족들의 지분은 없다. 염 회장과 염 대표는 개인회사격인 가나안을 통해 배당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신성통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부자는  가나안을 통해 신성통상 지분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가나안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신성통상 지분을 36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특히 2020년 6월에는 염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 200만주를 장외매수로 매입해 화제가 됐다. 시장에서는 이는 염 회장이 1남 3녀 중 30대 초반 장남에 대한 경영 승계 작업에 적극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신성통상의 무배당정책이 장남 승계 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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