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불법파견 소송 늘자 '해고'로 대응
포스코, 불법파견 소송 늘자 '해고'로 대응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청노동자 1천여명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소송제기 누적인원수 보다 많아
포스코, 소송 확대 움직임에 내부단속 강화…소송 준비 하청노동자 부당해고

포스코를 상대로한 하청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이 대형화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대법원이 전·현직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1·2차 소송자)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1년 만에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최근 하청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자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내부단속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1천66명은 지난달 2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소송에는 하청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인원은 1~7차 소송 제기자를 합한 수(808명)보다 훨씬 많다. 이들은 지난 1985~2019년 입사자들로 19개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다. 광양·포항제철소에서 제선·제강·연주·압연(후판·선재)·에너지(전체 공정 조업에 필요한 동력 관련 업무) 공정 등에서 일한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8일 대법원 앞에서 불법 파견 인정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스코 사내하청노조 제공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지난 7월 28일 대법원 앞에서 불법 파견 인정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포스코 사내하청노조)

이번 8차 소송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법원은 전·현직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1·2차 소송자)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1년 만에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MES를 통해 지시받아 작업을 수행했고,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청인 포스코가 생산공정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전자시스템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통해 하청노동자의 직접 작업지시를 한 것을 불법파견의 증거로 보았다.

하청 노동자 측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불법파견 승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태다. 현재 3·4차 소송 제기자는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4~7차 소송 제기자 사건은 1심에서 심리 중이다.

포스코 측은 그런데도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막기 위해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가 불법파견 소송을 준비하던 한 하청노동자를 해고 조치해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 노동자가 자사 업무시스템(EP)을 통해 하청업체에 내린 공문과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화면 사진을 개인 메일에 전송한 것을 문제 삼아 하청업체에 영구 출입정지를 통보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인 동후는 인사위원회를 진행했고, 지난 13일 A씨를 징계면직 했다. 자체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면직을 최종 통보했다. 생산공정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전자시스템 MES는 지난 7월 대법원이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확정하는 데 주요 근거가 됐다.

사측은 “A씨가 지난달 12일 회사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업무 관련한 화면(MES)을 촬영했지만 사진촬영 관리대장에 기록하지 않았고, 무단촬영한 사진 22장을 사내 PC에서 압축파일로 저장해 본인의 메일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는 포스코 시설 및 출입관리지침(보안사고 유형별 조치기준), 회사 취업규칙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징계 통보서에서 밝혔다.

A씨는 회사 컴퓨터는 여러 직원이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통상 자신의 메일에 업무 자료를 전송, 관리해 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A씨와 업체 직원들은 개별 이메일로 업무 관련 소통을 해 왔다는 것이다. A씨는 찍은 MES사진은 스케줄·코드별 진행 조회 화면을 찍은 두 장인데, 자신이 작업을 숙지하고 동료에게도 알려 주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평상시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다음 근무조에) 따로 전달하지 않으면 작업에 혼선이 생겨 작업과 관련한 (EP상) 지시는 사진을 찍고 프린트를 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EP에 있는 자료는 6개월이 지난 뒤에 사라지기 때문에 영구 저장 방법을 고민했고, 담당 공정이 열연으로 바뀌기 전 연주 공정에 있을 때와 동일하게 보관용으로 개인 메일에 저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그의 해고가 불법파견 소송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후에서만 12년 일한 A씨는 전·현직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지난 7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하자 8월 노조에 가입했고, 3차 소송 제기를 준비해 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