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적자 한전, 마른 수건도 짜야할 판에 '성과급·경품' 잔치
30조 적자 한전, 마른 수건도 짜야할 판에 '성과급·경품' 잔치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전력지부노조, 전기료 인상 앞두고 체육대회 경품잔치 논란
2018·2019년 수천억 영업손실에도 거대이익 2020년 수준 성과급
국감서 방만경영 집중포화 전망…내부에선 “망해도 싸다” 원성도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의 방만경영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전이 30조원에 이르는 거대 적자 늪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가 하면 일부 노조지부가 가을 체육대회에서 경품잔치를 벌인데 대한 시선이 따갑다. 한전의 모럴해저드가 올해 국감에서도마에 올라 의원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질 전망이다.

28일 인터넷커뮤니티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그동안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상승으로 비용이 급증했으나 전기요금은 제자리걸음이어서 현재는 거대규모의 적자 수렁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전의 적자가 연내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전력공급의 한계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4·4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할 방침이다.한전은 산업부에 4분기 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당 50원 수준으로 올려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출했다. 

이 경우  4인 가족 기준 월 1만 5천 원가량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최근 재계 인사들을 만나 산업용 전력요금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주무부처 장관은 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전기료 인상 불가피론을 역설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으나 한전 내부분위기는 마른 수건도 짜는 심정으로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한전 내부 분위기는 공기업 '철밥통' 적자누증에 긴장감이 감지되지 않는다.

나름 회사차원에서 자구노력으로 전기료 인상에 따른 국민부담을 최소화 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지만 공기업 특유의 해이한 마인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회사가 거대 적자로 비상인데도 상당수 직원들 사이에서는 본인 지위나 복리후생엔 영향이 없다는 식의 무사안일이 팽배하다. 심지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망해도 싸다”는 날선 비판도 나온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한전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내부 행사를 비판하는 글에서 한전의 방만경영이 얼만 심각한 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이글에서 한전 광주전남본부 전력지부노조는 주말 체육행사를 추진했고 예산으로 경품잔치까지 벌였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노조 행사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두가 허리띠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술먹고 경품잔치하고, 그것도 회사 예산 들여서”라며 ”지부위원장은 직원들의 반대의견은 무시하고 누가 노조를 건드리냐며 행사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블라인드에 오른 글 캡처.

이 직원은 한전이 올해 적자가 30조원을 넘어서 장기전력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을 의식한 듯 “이렇게 회사가 어려운데 노조는 아무도 못 건드린다며 걱정말라는 위원장. 이게 회사냐? 회사가 돈이 없어서...공사비도 충당 못하는 상황에”이라고 한탄했다.

사실 노조의 이번 행사는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자이언트 스텝 기준금리인상으로 세계경제침 가속화 우려 속에 우리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공기업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누증으로 원활한 전력수급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회사와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자구노력에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이다. 일부 노조지부가 비록 주말이지만 행사 강행과 음주, 경품 행사 진행 등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전의 한 관계자는 "노조 행사시 경품이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일상품이어었다. 그리고 공공기관 재무지침에 따른 경비지출을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부가 단합대회를 가졌는데 블라인드에 오른 글이 다 진실일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개인에 따라 주말에 체육활동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이번 행사를 그런 식으로 올릴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전이 공기업인 만큼  공직기강관리를 소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측은 적자경영의 와중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여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전은 적자가 너무 크다며 추가 요금 인상을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는 약관까지 바꿔서 요금 인상하는 걸 검토 중인데 한전과 11개 자회사가 적자를 기록했던 해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국민의 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한전과 자회사의 성과급은 약 8,6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500억 원 이상 성과급을 지급한 셈이다. 5년간 약 5,00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해 총 11개 한전의 자회사까지 포함한 성과급 규모는 총 2조 5,0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여 방만경영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한전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2,080억 원과 1조 2,7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그때도 약 4조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적자를 보고,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준다는 것은 기본적인 윤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평가 방식, 적자가 나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

한전은 정부의 공기관 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전은 공공기관 평가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양호인 B 등급을 받아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