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물적분활에 소액주주 강력 반발 …'우리가 봉이냐'
풍산 물적분활에 소액주주 강력 반발 …'우리가 봉이냐'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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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방위사업 부문 떼 네 자회사로 ‘풍산디펜스’ 설립 계획
금융당국 '쪼개기 상장' 피하면서 오너일가 이익극대화 꼼수
모회사 소액주주들, 주가하락 따른 손실 우려 인적분할 촉구

방산업체인 풍산(회장 류진)이 방위사업을 떼 내 신설법인을 만든후 상장을 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큰 피해를 우려한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물적분할로 지배주주 일가는 거대규모의 이익을 얻게 되고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소액주주들은 피해만 남는다며 오너일가의 배불리기를 위한 물적분할을 즉각 중단할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특히 풍산의 이번 물적분할은 금융위원회의 기업분할에 따른 모회사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기 마련한 물적분할 규제방안을 피하자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풍산은 이 방안이 시행되기 전에 우크라 사태 등으로 가치 오른 방산 떼내 지배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를 놓지지 않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4일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일반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행령을 고쳐 공시 강화,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물적분할 후 5년간 상장심사 강화 등을 골격으로 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풍산그룹 류진 회장. (사진=뉴시스)
풍산그룹 류진 회장. (사진=뉴시스)

13일 증권계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 7일 이사회에서 방위산업 부문을 떼네 풍산디펜스(가칭)를 설립하는 안을 의결했다. 오는 10월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물적분할안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이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풍산이 방위산업 분야의 물적분할에 의한 100% 출자 자회사인 풍산디펜스는 오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소액주주들은 풍산의 물적분할은 소액주주의 희생에 의한 지배주주 오너 일가의 이익만을 위한 지배구조의 후퇴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금융위의 물적분할 규제가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정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 및 국정과제에 따른 것인데 풍산의 이번 물적분할 추진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물적분할 의결만으로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풍산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의결 공시 다음 날인 8일 풍산홀딩스와 풍산 주가(종가 기준)는 각각 2만8400원, 2만85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800원(2.74%), 1950원(6.40%) 떨어져 이미 피해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풍산 측은 물적분할로 출범하는 신설법인을 상당기간 비상장 상태로 유지해 모기업주주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풍산에서 핵심사업이 빠져나가 모기업의 가치하락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적분할이 자신들에게 단 한 푼의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풍산 소액주주들은 단체 채팅방과 게시판에는 ‘풍비박산났다’ 등 물적분할을 비판하는 내용의 다수의 글을 올려 반대 목소리가 높은 상태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 앞으로 전자우편을 보내 물적분할의 부당성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8일 하루 동안에만 7만4천명의 소액주주들은 3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풍산이 성과 향상을 위해 기업분할을 한다면 지배주주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로 기존 주주들이 두 사업을 직접 보유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풍산홀딩스가 풍산을 사업회사로 보유하고 있는데, 그 사업회사가 분리되면 풍산홀딩스가 그 둘을 보유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풍산홀딩스의 주주들도 바보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풍산 관계자는 물적분할 명분으로 구리 사업(신동사업)과 방산부문이 서로 이질적이어서 독자적인 책임 경영이 어렵고 시너지효과도 기대되지 않아 기업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통해 꾸준히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하필이면 인적분할 대신 소액주주의 피해가 따르는 물적분할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풍산이 정부의 쪼개기 상장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시 주주보호 방안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하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시민단체는 이로서 소액주주보호는 충분치 않은 ‘반쪽자리’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정부 대책만으로는 쪼개기 상장으로부터 모회사 주주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물적분할이 전체 주주가 아니라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결정되는 문제, 피라미드 구조 심화로 지배주주 일가의 소유권과 지배권 간에 괴리가 더욱 확대되는 문제, 자회사 상장 후 발행하는 모회사와 자회사 일반주주 간의 이해 상충 문제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모조리 도외시했다고 주장했다.

풍산은 정부의 개선방안 마련 계획 발표 뒤 사흘 만에 물적분할 계획에 대한 이사회 의결 절차를 마쳐 정부 규제를 피하면서 오너일가 이익은 극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설 자회사 상장으로 풍산 지배주주 일가가 거액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풍산 행태와 관련해 “풍산이 제도 시행 전 물적분할하고 자회사를 비상장해 규제를 피하더라도, 향후 5년 내 자회사 상장으로 계획을 바꿀 경우 강화된 상장 심사 규제가 적용된다”며 “기존 회사 일반주주 보호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추후 상장 심사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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