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어더뮤지컬' 김지훈, "무사히 공연 마침표 찍고 싶어요"
[인터뷰] '베어더뮤지컬' 김지훈, "무사히 공연 마침표 찍고 싶어요"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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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는 건 행운이자 행복"
"2020년 마지막 소감 전하지 못해 아쉬움 남아..."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앙상블에서 주연까지, 배우 김지훈

2년 만에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의 다섯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6월 22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시즌의 시작을 알렸던 제작사 쇼플레이의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오는 18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관객들의 호응 속에 공연 중에 있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의 원제는 'Bare: A Pop Opera'로 2015년 초연 무대를 시작으로 매 시즌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의 정체성 혼란과 고민, 방황을 그려내고 있다.

본지는 앞서 지난 2020년 네 번째 시즌 '앨런' 역할로 무대에 올랐던 배우 김지훈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그는 극을 이끌어가는 소심한 남학생 '피터 시몬드' 역할로 캐스팅됐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Q.  반갑다. 인사 및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지훈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서른이 된 뮤지컬 배우 김지훈이라고 합니다. 지금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이라는 작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서른 살이 되면서 달라진 게 있을까?

김지훈  작년과 달라진 점이요? 일단 저는 누구보다 행복한 서른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지난해까지 코로나 판데믹이라는 상황이 크게 다가왔었고, 그래서 쉬어가는 해가 됐었는데 올해가 되면서부터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나서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서 너무 행복했어요. 지금도 행복하고요. 그래서 가장 행복한 서른 살이 된 것 같습니다.(웃음)

Q.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을 선택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김지훈  일단 선택이라는 말은 저랑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안이 들어왔는데 정말 고민을 1초도 하지 않고 하겠다고 했거든요. 제가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공연이었고, 초연 때부터 챙겨봤던 작품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기회가 되면 무조건 하고 싶다고 다짐하고 꿈꿔왔던 작품이었어요. 정말 감사하게 2년 전에 작품에 참여해서 연기를 했었는데 이번 해엔 배역으로 제안을 해주셔서 고민할 거 없이 바로 한다고 했었죠.(웃음)

 

Q.  2년 전엔 오디션을 봤던 걸까

김지훈  네,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었어요.

Q.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던 작품에 배역으로 제안이 들어왔을 때 놀랐을 것 같은데

김지훈  네, 정말로 믿기지 않았아요. 맨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을 정도였죠.

Q.  2년 전 대본을 봤을 때와 이번 시즌 대본을 봤을 때,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어떤가.

김지훈  맞아요. 같은 듯하면서 달랐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공연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되게 강하게 투영되거든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아무래도 학생 역할이고 앙상블이다 보니 배역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느낌 혹은 작품을 봐야 했다면 지금은 피터라는 역할을 맡게 됐고, 피터의 서사부터 시작해서 그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작품에 집중해야 되는 건 전과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그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가 달라졌고, 주변을 바라보는 것도 다른 시선으로 봐야 했었어요.

Q.  어려웠던 건 뭐였을까.

김지훈  제가 어려웠던 게 있다면, 제가 인상이 좀 센 편이거든요. 이목구비가 강하다 보니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지 관객분들이 제가 연기하는 피터를 볼 때 그가 가지고 있는, 그가 표현하는 정서가 섬세하게 전달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아요. 그래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표현을 해야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그리고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주변에 물어보고 연습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Q.  피터의 정서라고 한다면?

김지훈  일단 피터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잖아요. 피터라는 캐릭터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고, 거기에 더 나아가서 이제 주변 인물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 해요. 자기 자신 혹은 그의 정체를 알리고 싶어 하는 그 감정들, 욕구 혹은 욕망, 정서들이 점차 강해져요. 이건 제가 20년도에 연습을 하면서 들었던 게 있는데 그때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그때 피터 역할이 아니었지만 되게 인상 깊게 남았는데 '극 중에서 피터는 발화체 같은 인물이다'라는 말이었죠. 이 작품 안에서 발산을 하고 분출해야 되는 캐릭터라고 말씀하셨었는데 그때는 그냥 인상 깊게 남았다면 이번에는 이 인물에 더 깊게 접근하다 보니 그때 그 말씀이 되게 깊게 나가왔고 느껴졌던 것 같았어요.

 

Q.  그럼 반대로 연습 과정에서 조금 다가가기 쉬웠던 부분은?

김지훈  첫 번째 오프닝 신에서 미사를 드리거든요. 'Epiphany'라는 넘버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그 넘버가 제일 수월했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누가 어떤 춤을 추고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나오고 다가오는지 다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좀 쉽고 빠르게 캐치해서 비교적 다른 장면들에 비해서 빠르게 혹은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피터라는 인물의 서사를 채우기 위해 참고한 게 있을까.

김지훈  처음 피터라는 역할을 제안받고 나서 바로 하겠다고 했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까 고민이 많이 되긴 했었어요. 아무래도 그동안 피터로 무대에 올랐던 선배님들이 다들 너무 훌륭하신 배우님들이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될까라는 고민이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이게 웃긴 게 이런 고민을 하면 할수록 뭔가 자신감이 없어지더라고요. 뭔가 선배님들보다 더 잘해낼 자신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런 고민을 다 날려버렸어요. 이런 생각들을 다 날리고 리셋해서 제 머릿속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거기서부터 피터라는 인물을 만들고 구축해나갔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인물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하나둘 정리했었고 그렇게 꼬여있던 실을 풀어냈죠.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번 시즌에 참여한 게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던 게 있는데, 피터라는 인물로 이 작품을 시작하지 않았다 보니 다른 인물에서 바라본 피터, 그에게서 느껴졌던 여러 감정들이나 생각들을 다 끌어올 수 있었다는 거죠. 그것들을 다 정리해 보니 피터라는 인물이 되게 다방면으로 보게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바라본 피터는 단순하게 정체성에 혼란이 있는 게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그의 행동들이 어떤 면에서는 그 스스로 살고 싶기 때문에 나오게 됐구나 하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이걸 하지 않으면 그 스스로 더 이상 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생존을 위해서 그렇게 행동을 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니 대본에만 있던 그의 서사가 조금씩 보이고 자리 잡힐 수 있었죠. 그리고 앞서서 제가 어떤 표정이나 모습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었는데, 제가 상상하는 모습이 안 나올 때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넷플릭스에 <하트스토퍼>라는 드라만데 피터라는 인물이랑 비슷한 모습의 친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이 작품을 보면서 얼굴을 어떻게 쓰는지, 그리고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씩 참조했었던 거 ㅅ같아요. 

Q.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처럼, 아이들은 사실 앞만 보고 달려가게 된다. 극 중에서도 등장하는 다수의 인물들이 다 학생이다 보니 이런 걱정이나 생각들이 크게 다가오는게 아닐까 싶었다.

김지훈  그래서 <베어 더 뮤지컬>이란 작품이 오랜 기간 꾸준하게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인식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폐쇄적인 부분들이 있잖아요.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라가면서 이런 부분들을 많이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실 우리 작품을 많은 관객분들이 관람하시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어른들이 더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작품이에요. 조금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엄마가 친구분들이랑 공연을 보러 와주셨었던 적이 있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다 같이 밥을 먹는데,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주제가 그날 공연했던 <베어 더 뮤지컬>인 거예요. 이 작품 속에서 인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되게 인상 깊게 남더라고요. 이 캐릭터는 어땠고, 저 캐릭터는 어땠냐. 만약 내 자식이 게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거냐라면서 어떻게 보면 되게 놀랄만한, 어떤 건설적인 이야기들이 오가는 걸 바로 옆에서 듣고 지켜보는 자리였었죠. 그걸 보면서 이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세대를 뛰어넘어 전달하는 어떤 메시지가 있었죠. 

Q.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고등학교 때를 기준으로

김지훈  제가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물어보셨으니 말하겠습니다.(웃음) 저는 뭐 없어요. 진짜 착한 학생이었어요. 진짜 착했거든요. 딱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저는 학교랑 집 그리고 교회, 학원 빼고는 어딜 가본 적도 거의 없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던 적도 없어요. 사실 부모님이 되게 자유로우셔서 어떤 강요나 그런 건 없었는데, 제가 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었나 봐요. 그래서 뭔가 의젓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항상 뭔가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그런 성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 다니면서, 학원 다니면서 공부도 엄청 열심히 했었거든요. 그리고 신앙도 정말 엄청 열심히 믿었어요. 절실하게 믿었었죠. 그래서 그럴까요. <베어 더 뮤지컬>에서 피터 역할을 맡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모습들이 많이 투영이 됐던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도 가톨릭 스쿨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 무대이기 때문에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었죠. 학생들은 자기만의 고민을 고백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해답을 찾고 싶어 해요. 그렇기에 계속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죠. 그런 모습이 저에게도 지금과는 다를 수 있지만, 과거에서부터 저의 모습과 너무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고, 더 가까이서 바라봐야 했고 그랬기에 더 애착 가게 됐죠. 

Q.  그런 학생이었는데, 배우라는 직업은 어떻게 갖게 됐나.

김지훈  이제 제 안에 숨겨져 있던 끼가 막 몸부림을 치고 뛰쳐나왔거든요. 사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당시에 밖에서 누군가 꿈을 물어본다면 "제 꿈은 의사입니다"라고 말을 했었는데, 속으로는 "사실 저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돌 가수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당시에 제가 너무 소심해서 뭔가 도움이나 푸시가 있었어도 더 이상 진행은 없었을 것 같기도 해요. 배우라는 직업,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제가 은사님이라고 부르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신데 옛날에 문화가 중계라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촬영해서 하이라이트로 볼 수 있게 방송사에서 촬영했던 게 있어요. 그걸 저희들 보라고 틀어주셨었는데, 제가 무슨 자신감이 있었는지 지금의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걸 딱 보고서는 "아,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거기서부터 시작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미쳤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이것만 보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게 이 판에 들어와 보고 나니 "이걸 내가 혼자 어떻게 하지" "너무 어렵고 힘들다"란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런 직업이고 제가 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사실 어렸을 때는 확신을 가지고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을 꿨었습니다.(웃음)

 

Q.  피터가 바라본 제이슨은 어떤 인물일까. 

김지훈  다른 곳에서도 조금 이야기를 했던 부분인데 제가 표현하는 게 있거든요. '전대미문의 킹카'라는 호칭이 제이슨에게 정말 딱 들어맞아요. 제이슨을 바라보고 있자면 뭐든지 잘 해내고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거든요. 이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베길 수 있을까요. 일단 처음엔 그런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끌렸을 것 같고, 그리고 이제 가까워지면서 또 다른 부분들을 발견하고 더 끌렸을 것 같아요. 피터로서 자기만이 알아볼 수 있는 제이슨의 모습들에 사랑을 느끼고, 상처받은 그의 내면을 직시했을 때 그에게 더 크게 끌려, 빨려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Q.  제이슨 역에 세 명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다 너무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김지훈  네, 정말 다 너무 달라요. 배우 개인의 특성도 있고, 그들이 표현하고 있는 제이슨들도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죠. 일단 현석이 형, 유현석 배우님부터 이야기를 해보자면 진짜 편하게 해주거든요. 사랑 연기를 할 때 특히 더 편한 게 있어요. 현석이 형 눈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요 뭔가 그 장면 전부가 안정이 된달까요. 제가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이 아닌데 형의 눈을 보고 있으면 뭔가 쭉 빨려 들어가거나 쭉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서 편하기도 하고 안정감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형이랑 같이 연기할 때의 제 피터는 그래서 비밀을 잘 지키면서 살 수 있었구나 싶기도 해요. 그런 느낌의 제이슨인 것 같고, 이어서 승우 형 같은 경우에는 진짜 전대미문의 킹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제이슨이죠. 너무 잘생겼어요. 그런데 작품 속 인물처럼 너무 잘생기고 멋있어서 그런가 뭔가 다른 제이슨들에 비해서 유약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죠. 작품 속에서 어느 순간 그 모습이 크게 보이는데 그때마다 안쓰러워요. 마지막으로 제하는 실제로도 엄청 어리거든요. 저랑 다섯 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냥 보고 있으면 진짜 고등학생 같아요. 배우 본체도 그렇지만 본인이 그리고 있는 제이슨도 싱크가 정말 잘 맞아서 그냥 보고 있으면 고등학생 같아요. 그런 점들 때문에 뒤로 가면 갈수록 제하 제이슨을 보고 있을 때 더 슬퍼지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인 이 친구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되는 게, 이 친구가 얼마나 힘들어했고, 고민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같이 연기를 하고 있다 보면 더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 같더라고요. 

Q.  이어서 그럼 피터 역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같은 배역에 두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공연을 봤었을까.

김지훈  일단 정말 다 다르죠. 일단 정원 형님부터 말을 하자면 정말 배울 점이 너무 많아요. 너무 노련하기도 하고요. 사실 형이 저보다는 나이가 조금 더 많으신데, 그런데도 옆에서 혹은 앞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소년 같고, 천진난만하세요. 그리고 이어서 석호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너무 귀엽고 만두 같고 진짜 숨만 쉬고 있는데 피터 같았어요.

Q.  본인이 연기하는 피터는 어떤가

김지훈  저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아요.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이고 싶었다랄까요. 저는 최대한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첫 번째였던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게 보여지길 바라고 있어요. 사실 제 매력이 뭐냐고 물으시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고 못하겠어요. 아 그리고 제가 어떻게 보면 평소에는 눈물이 진짜 없는 편이고 되게 웃상이라고 들을 만큼 잘 웃고 있어요. 그런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정말 눈물이 쏟아져요. 그래서 피터 역할로 무대에 올라야만 제 눈물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웃음) 

Q.  아무래도 <베어 더 뮤지컬>은 신인 배우들이 많이 합류하는 만큼 또래 혹은 동생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

김지훈  에너지가 확실히 달라요.(웃음)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막내 생활을 또 오래 했었거든요. 그래서 형들이랑 있으면 되게 공손하고 깍듯하죠. 그랬는데 지난 시즌도 그렇고 이번 시즌에서도 또래 배우들보다 동생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그런데 이게 또 편한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출근해서 들어갈 때마다 비명 지르면서 들어가요. "출근했다!"이러고 들어갔던 적도 있고, 그런 뭔가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는 게 또 <베어 더 뮤지컬>과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진짜 친구 같고 매일매일이 즐거워요. 

Q.  피터에게 수녀님은 어떤 의미 혹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지훈  수녀님은 약간 그런 것 같아요. 옛날에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방송에 피터가 나가게 됐을 때, 꼭 찾아야 되는 사람이 있다면 1순위가 바로 수녀님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은 사람이요. 뭔가 인생에 없어선 안되는 그런 은인이자 은사님 같은 존재인 것 같더라고요. 제가 실제로 엄마랑 엄청 친한데 극 중에서도 그렇고 엄마한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할 정도로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Q.  극 중간에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지 않나. 아마 엄마와 아들로서 바라볼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김지훈  네 맞아요. 그때 김송이 배우님이랑 김경민 배우님의 눈을 보고 있자면 뭔가 마음이 미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저만 힘든 게 아니라 두 배우님도 다 힘들어하시더라고요. 

Q.  사실 본지는 그 장면에서 본지를 대입해 봤을 때 정말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좋은 방향이던 아니던 털어내고 싶지만 상대가 그걸 들어주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회피하는 상황이지 않나.

김지훈  가사에 나오거든요. "어떤 걸 해달라는 게 아니고"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냥 내가 죽겠으니까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은데, 그렇다면 그래도 제일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놔야 했었고 나랑 제일 가까운 사람이자 0순위인 엄마한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죠. 그런데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지 않고 싶어 하는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서 큰 상처를 받아요. 

 

Q.  그럼 방학 이후에 학교로 돌아왔던 피터는 제이슨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왔던 걸까.

김지훈  복합적인 것 같아요. 사실 정리했다기보다는 회피하는 쪽에 가깝달까요. 어쨌든 이별을 통보받았던 상태고, 방학기간 동안 연락이 없었고, 그런데 나는 이 사람에게 실망을 한 상황인 거거든요. 그러면 나는 화를 내거나 무시를 해야 되는데 얘를 보고, 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나는 이 친구를 용서해 줄걸 나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회피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회피한다고 생각했어요. 

Q.  나만의 에필로그를 적어보자면?

김지훈  일단 저는 피터가 원하는 캘리포이나 주로 갔을 것 같아요. 본인의 다음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곳으로 가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길 바라고 있어요. 그런데 공연을 하면 할수록 매번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어느 날은 제이슨이 떠난 게 너무 충격적이고 슬프게 다가올 때가 있었는데 한없이 무너져내리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살아갈 용기조차 없이 느껴질 때의 피터가 종종 있어요. 그때의 피터라면 제가 바라는 대로의 삶을 생각하지도, 살지도, 도달하지도 못하는 게 되겠죠. 그래서 공연이 끝났는데 슬픔이 계속 이어졌었을 때도 있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피터의 삶은, 그가 원하는 세상에서 제이슨을 품에 안고 잘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가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김지훈  바로 딱 기억에 남는 건 연습할 때였었는데 어떻게 보면 조금 뻔할 수도 있는데 각자 마니또를 정해서 선물을 하자고 이야기가 나와서 시작했었어요. 거기서 저는 현석이 형을 뽑았거든요. 형석이 형이 없는 게 뭘까, 형이 뭐가 필요할까 생각을 했었었는데 그때가 한참 다이어트를 하고 계실 때여서 저도 다이어트를 해봤었으니까 닭 가슴살을 사주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찾아보니까 요즘에는 닭 가슴살만 사는 마트가 있더라고요. 거기 가서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로 맛있는 닭 가슴살을 종류별로 다 집어넣어왔어요. 여러 종류의 맛있는 닭 가슴살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편지도 제가 쓰는 걸 모르게 정말 예쁜 글씨체로 써서 줬죠. 뭐라고 썼냐고요? "현석 배우님, 오늘도 파이팅!"이라고 썼었는데 현석이 형님이 그거 받고 다른 사람들을 자꾸 의심하는 거예요. 그래서 성공했다 하면서 속으로 웃고 있었죠. "이 형 전혀 눈치 못 챘네, 나의 세심함에 그는 하나도 눈치채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웃고 있었는데, 형이 갑자기 저한테 와서는 "그런데 그 닭 가슴살 먹어봤는데 별로 맛없던데"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저인 걸 전혀 모르고 말을 해서 저도 "아, 그러게요. 맛있는 거 사주지 왜 맛없는 걸 사줬데"라고 말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넘어가고 나중에 마니또 오픈날이 됐을 때 형한테 말했었죠. "아니 나한테 그럴 수 있냐"라며 "내가 마니또 인지도 모르고 나한테 와서 마니또 선물 별로라고 했다"라고 말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뭐라고 하던가

김지훈  완전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마니또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있었다면서...

Q.  그래도... 마니또는 성공했다.

김지훈  슬프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완벽한 성공이었다랄까요.(웃음) 그래도 큰 상처를 안 받았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 재밌던 일이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물을 준 저한테 와서 말을 했던 거였거든요. 재밌었어요.

 

Q.  극 중 꼭 봐야 하는 장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면?

김지훈  제가 관객의 입장에서도 공연을 많이 봤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피터와 마리아가 나오는 '911! Emergency!'라는 넘버의 장면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게 밈이 될 정도로 유행을 타기도 했었거든요. 극 전체적으로 봤을 때 딱 이 장면이 뭔가 환기가 되는 장면이거든요. 가사도 충격적이지만 뭔가 무대가 빛으로 번쩍번쩍 거리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에 눈길을 돌릴 수 없달까요. 그러니까 이 장면을 보시고 즐거워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절대 놓치시면 안 됩니다!

Q.  제일 파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김지훈  저는 약간 그런 생각도 했거든요. 사실 그 장면이 피터가 꾸는 어떤 꿈같은 장면이거든요. 마리아와 천사들 모두 짧은 치마를 입거나 반짝거리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피터의 온전한 취향에 맞춰 입고 나온 게 아닐까 싶었어요. 

Q.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찌 됐건 그 장면은 피터의 꿈이지 않나.

김지훈  네, 그런 거죠. 만약 마리아님이 있다면 피터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와주신 거죠.

Q.  이어서 요즘 꽂힌 대사나 가사가 있을까.

김지훈  이것도 사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달라지기도 하고, 컨디션에 따라서도 달라지긴 하는데 요즘엔 '프로미스' 장면에서 모든 사건들이 다 터지거든요. 그때 제이슨이 마지막으로 피터한테 제발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원래 피터라면 당연히 그를 도와줬을 텐데 이런 말을 하거든요. "나 그러려고 노력했었어"라고요. 처음엔 이게 이해가 잘 안 갔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최근에 그 대사를 듣는데 제가 플레이어로서 무대 위에 올라가서 피터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데, 제이슨이 말하는 '도와달라'라는 말에 그동안 그와 있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촤라락 하고 그 짧은 순간에 다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도 그러려고 노력했었어"라는 말이 나왔었는데, 뭔가 더 하거나 덜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계속 흐르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로서 혹은 피터를 연기하고 있는 연기자로서 감동이 있는 장면이나 대사인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게 정말 특별한 장면이고 대사이고 호흡이지 않나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지훈  일단은 앞서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너무나도 순탄하게 잘 흘러와서 정말 기분이 좋고 관객분들에게도 감사하고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2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코로나가 끝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공연을 못 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사히 공연을 끝마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전 시즌에 제가 공연을 마무리 짓지 못했었기 때문에 올해는 꼭 마무리를 잘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 관객분들이 주신 사랑만큼 더 열심히 무대 위에서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분들이 계시다면 많은 분들이 다 보셨으면 좋겠지만 특히 어른분들이 꼭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봤을 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어른으로 나아가야겠다는 걸 한 번쯤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꼭 한 번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  그러고 보니 지난 시즌 조기 폐막을 했었는데, 그때 인사를 못했었나.

김지훈  네, 정말 아쉬웠어요. 마침 제가 막공 하루 전날 사회를 맡았었거든요. 그래서 그날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었던 배우들한테 마지막 소감을 계속 들었었는데, 저는 이야기를 안 하고 "저는 내일이 마지막 공연이니까 내일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했었는데, 그 내일 이야기를 할 수가 없게 됐었죠. 그래서 소감을 못 전해서 뭔가 더 아쉬움이 남았어요. 조기 폐막된 날 배우들이 다 같이 와서 짐을 싸고 있는데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이렇게 공연의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과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대 위에서 관객분들을 다시 한번 만났고,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만날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고 좋습니다. 

Q.  그때 하지 못한 말이 있을까

김지훈   그건 제가 이번 마지막 공연 때 직접 전하고 싶습니다.(웃음) 되게 길게 준비하고 있거든요.

Q.  꼭 전하길 바란다. 

김지훈  이번엔 무조건 전달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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