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드나잇' 장보람, "한 번을 봐도 여운 남는 공연이길 바라"
[인터뷰] '미드나잇' 장보람, "한 번을 봐도 여운 남는 공연이길 바라"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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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개막 이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에 새로운 캐스팅 라인업이 연일 화제다. 

뮤지컬 <미드나잇>은 1937년 스탈린 치하의 소련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지중적인 본성을 파헤치는 작품으로 한국에서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 그리고 <미드나잇 : 앤틀러스>로 두 가지 버전으로 공연된 바 있다.

올해 돌아온 <미드나잇>에서는 말 그대로 악기를 연주하며 연기하는 배우들(배우*액터, 연주자*뮤지션)이 무대에 오르는 '액터 뮤지션' 버전으로 공연됐다.

액터 뮤지션 버전에선 피아노를 비롯해 퍼커션과 바이올린, 기타, 베이스 등을 연주하는 '플레이어' 역할의 배우이자 뮤지션들이 무대에 오른다.
 
본지는 이번 상반기 공연에선 '플레이어 원'으로 무대에 올랐고, 이후 맨과 우먼의 집을 찾는 의문의 손님 '비지터' 역할로 합류한 배우 장보람을 만났다. 

배우 장보람이 바라본 뮤지컬 <미드나잇>과 '비지터'는 어떤 인물인지 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며,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장보람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장보람입니다. 너무 짧은가요?

Q.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장보람  그럼 만들어 볼게요. 혜주 언니가 인터뷰 한 걸 보니까 95년생 돼지띠라고 소개를 했었는데, 저는 96년 쥐띠 장보람입니다.(웃음)

Q.  올해 플레이어에 이어 메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비지터로 무대에 올랐을 때 많은 감정이 오갔을 것 같다.

장보람  네, 사실 항상 서던 무대여서 느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많이 다르더라고요. 연습실에서도 그렇고, 리허설을 할 때에도 그렇고 다른 입장에서 다른 시선으로 보는 무대가 새롭더라고요. 연습을 할 때 같은 플레이어에서 역할을 맡게 된 성원 배우랑 민우 배우님이랑 같이 했던 이야기가 있거든요. 항상 가는 똑같은 길을 운전해서 가고 있는데, 엑셀이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있고, 조수석이랑 운전석이 바뀌어있고, 백미러가 없이 운전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고요. 힘든 게 없지는 않았지만, 색다르기도 했고 너무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서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첫 무대 올랐을 때도 다른게 있었을까. 

장보람  되게 특별한 무대였어요. 첫 공연이 5월 4일이었거든요. 플레이어로서 무대에 올랐을 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고, 항상 작품 그리고 배역에 최선을 다해 임했었거든요. 그런데 비지터로서 첫 무대에 올랐을 때 아무래도 극에서 제가 가진 중요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더 집중하게 되고 그래서 많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Q.  부담감은 없었을까. 어떻게 보면 이 작품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지 않나.

장보람  있었죠 당연히. 부담감이 없진 않았어요. 처음 역할을 맡은 작품이기도 했었고,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에서 플레이어에 이어 처음으로 여성 비지터로 무대에 올랐기 때문에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뭔가 창작진과 감독님들의 성과를 제가 잘 나타내고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 극을 잘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공연을 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그걸 드러내지 않기도 했었고, 뭔가 떨려서 망치면 어떡하지에 대한 걱정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비지터로 첫 무대에 올랐을 때 그냥 재미있게 집중해서 공연을 끝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처음으로 돌아가서, <미드나잇> 이 작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장보람  일단 오디션 공지가 나서 지원을 했었어요. 재미있게도 우먼과 플레이어 원으로 지원을 했었는데, 현장에서 안무 감독님이 키가 커서 안될 것 같다면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시고는 현장에서 비지터 역할의 악보랑 대사를 받게 됐어요. 일단 준비했던 게 있다 보니 오디션을 세 가지 역할로 보게 됐고 그중에서 플레이어 역할로 합격을 했죠. 그래서 연습을 시작했었는데 비지터를 해보겠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정말 너무 하고 싶다고 좋다고 말했죠.

Q.  혹시 이번 작품 <미드나잇>의 액터 뮤지션 버전이나 앤틀러스 공연을 봤던 적이 있을까.

장보람  네, 지난 시즌에 공연했던 액터 뮤지션을 봤었고, 앤틀러스 공연의 경우에는 보지는 못했어요. 

Q.  앤틀러스 공연에서 유리아 배우가 비지터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즌 어떻게 보면 보람 배우가 무대에 오르면서 관객들한테도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장보람  사실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분들도 그렇지만, <미드나잇>이라는 큰 틀은 똑같지만 '액터 뮤지션'이랑 '앤틀러스' 공연을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봐주시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지기도 했었고요. 사실 유리아 언니가 공연을 할 때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 봤었거든요. 그래서 궁금하기는 했어요. 최근에 공연을 보신 관객분들도 기존의 비지터와 다른 느낌이 나는 비지터라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참고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여자 배우가 연기하는 비지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저였기 때문에 저만의 비지터를 만들려고 집중했었죠. 그래서 다른 자료들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보게 되면 제가 무의식중에라도 선배님들을 따라 하게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만의 비지터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서사를 만들 때 준비하거나 참고한게 있을까?

장보람  저만의 비지터라고 했지만, 뭔가 나만의 색다른 무언가를 만들어야지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단 대본을 정말 많이 읽고, 대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대본에서 찾아낼 수 있는 특징이나 이 역할에 대한 성격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차곡차곡 만들었죠. 대본을 보면 비지터란 인물이 크게 특징 있는 인물은 아니었거든요. 보는 이들에 따라서 많은 생각과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Q.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 건?

장보람  일단 제일 어려웠던 건 연습할 때 이 캐릭터의 서사보다 인물들 간의 관계나 호흡, 대사나 톤을 맞추는 과정이 제일 어려웠고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제가 워낙 이것저것 분석하고 연습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보니까 연습 전부터 대본을 보면서 신나게 준비를 했었는데, 목소리 톤이 뭔가 안 맞더라고요. 목소리 톤을 제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로 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가 되게 오래 걸렸어요. 그 과정들 속에서 남자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아니면 어떤 톤으로 시작을 해야 되나 여러 방법들을 고민해 봤었는데 그러다 보니 목에 무리가 가기도 했고, 뭔가 정답이 딱 떠오르지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딱 떠올랐어요. 비지터가 어떤 한정된 인물이 아닌 되게 관념적인 캐릭터니까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겠다는걸요. 그래서 어떤 인조적인 목소리나 톤을 만들어서 내뱉기보다는 그냥 제 목소리로 해도 되겠다 싶었고 그래서 결정했었던 것 같아요.

Q.  비지터는 어떤 인물, 어떤 캐릭터였을까.

장보람  프로그램 북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무엇인지 모르겠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객분들에겐 비밀이지만, 저는 제가 연기하는 비지터가 진짜로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고 있고, 그래서 많은 해석이 나오지 않나 싶어요. 누군가는 맨과 우먼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악마 같다고 봐주시기도 하고요. 각자 보는 관점이나 생각에 따라서 다 다른 해석을 해주셔서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성공적인 연기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본지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악마가 어떤 공간에서 계속해서 이들의 진심을 떠보고 장난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여러 번 봐도 재밌던 것 같았다.

장보람  사실 연기하는 배우들도 다 해석이 조금씩 달라요. 앞서 이야기를 했던 부분이지만 대본에서도 사실 비지터의 존재나 이들이 있는 장소에 온 이유 등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에 따라서 되게 많이 달라져요. 

Q.  그래서 언제 봐도 재밌는 게 아닐까. 

장보람  반복되는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어떻게 생각을 했었냐면 똑같은 존재가 똑같은 사람 집에 가서 똑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봤어요. 

Q.  비지터는 맨과 우먼의 집을 왜 찾아간 걸까

장보람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을 수도 있는데 찾아간 걸 수도 있고, 그들이 불러낸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들에게 초대를 해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들이 자기 의지로 들어오세요라고 말을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비지터는 그 시대상 속에서 어떤 죄책감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죄책감이라는 걸 느끼기 시작하면, 그 순간이 됐을 때 비지터가 찾아오는 거죠. 그래서 그들에게서 뭘 하려고 찾아왔다기보다는 그들이 불러낸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그래서 그럴까. 맨과 우먼이 점점 비지터의 모습과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장보람  그래서 비지터가 우먼의 욕망이 존재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많더라고요. 숨겨왔던 욕망이 드러날 때를 보면, 비지터와 가까워진다는 그 말이 맞는 거죠. 그런 뜻이나 해석도 가능할 것 같아요.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이번 시즌 세 명의 우먼과 함께하고 있는데, 각각 어떤 느낌을 받나.

장보람  사실 우먼도 비지터처럼 정말 다양한 해석과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 싶었어요. 극 중 우먼은 비지터와 맨에 비해서 전사가 명확하게 나와있는 인물이에요. 대령 님의 딸이고 부유한 집에서 자라다가 전쟁이라는 어떤 사건 속에서 아버지를 잃죠. 나락에 떨어진 우먼은 맨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되죠. 그걸 토대로 비지터를 대하는 자세나 맨을 대하는 자세,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들이 다 달라져요. 실제로 제가 공연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모습의 우먼을 봤었고요. 다들 너무 잘하고 매력적입니다. 일단 지금 공연을 하고 있는 혜주 언니랑은 사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작품에 대한 대화를 정말 많이 했었고, 비지터와 우먼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서로에 대해서 알고 가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이죠. 그래서 무대에서 정말 편안해요.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그런 분위기나 텐션을 서로 살려주기도 하고 웃게 해주거든요. 그래서 되게 재밌게 공연하고 있는 우먼인 것 같아요. 언니가 또 되게 밝거든요. 밝고 귀여운 꼬마 아가씨다 보니까 더 더 끌어내리고 싶은 우먼입니다. 그리고 채이 언니 같은 경우에는 반전이 제일 강하게 그려지는 우먼이에요. 연출님이 그런 걸 원하시기도 했는데, 언니가 저보다 한참 언닌데 되게 귀여우시거든요. 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온이같은 경우에는 플레이어로서 몰래 지켜만 보던 상황에서 제가 형체를 드러낼 수 있는 관계가 돼서 거기서 느껴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우먼이에요. 

Q.  맨은 어떤가

장보람  저는 맨이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고 봤어요. 극의 중심에 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다들 저보다 오빠들이다 보니까 기가 죽을 수도 있는데, 다들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 저도 그 연기에 맞춰서 저만의 모습을 보여줘야 작품이 살아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더 열심히 이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일단 우선 한국 오빠 같은 경우에는 정말 잘해줘요. 오랫동안 같이 연습을 했었고, 공연도 같이 해서 정말 편하기도 하고요. 세 명의 맨 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사랑꾼이자 든든한 맨인 것 같아요. 우먼을 정말 사랑하는 모습이 보여서, 가끔 한국 오빠가 연기하는 맨을 바라볼 때 마음이 아파지더라고요. 그리고 되게 쭈글쭈글해지는 맨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어떤 죄악이 제일 많이 느껴져요. 그리고 진혁 오빠 같은 경우에는 엄청 엄청 세게 생긴 사람인데 우먼 앞에서만 서면 한없이 작아져요. 그런 모습이 배우로서 매력적이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유상 오빠는 제일 귀여운 맨인 것 같습니다. 비지터가 악마라고 해석을 했을 때 유상 오빠랑 채이 언니랑 같이 공연을 하고 있다 보면 악마가 인간을 가지고 노는 그런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2차 팀에 비지터로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했는데, 연습 과정이나 본 공연 모니터링을 했을까. 봤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나.

장보람  일단 정말 다 달라요. 일단 이번 시즌에 새로 비지터로 합류한 륜희 언니 같은 경우에는 공연을 보신 모든 분들이 저랑은 또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이번 비지터들은 다 하늘 같은 선배님들이라서 제가 따라갈 수 없는 연륜과 짬, 여유가 있어요. 그냥 보기만 해도 정말 너무 멋있는 배우님들이시거든요. 후배로서 봤을 때 너무 멋있고 똑같은 작품 배역이라고 해도 저랑은 또 다른 해석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입이 닫히지않는다 랄까요. 저랑은 느낌이 완전히 달라서 모든 캐스팅으로 공연을 꼭 보셔야 합니다.

Q.  일단 보람 배우 캐스팅으로만 봐도 세 번은 봐야 하지 않나.

장보람  네, 맞습니다.(웃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조합으로 보셔도 후회는 없을 겁니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우리 작품에 가장 킬링 포인트가 되는 대사나 가사가 있을까

장보람  일단 저는 우먼의 "내가 해"라는 대사를 정말 좋아해요.  그냥 이 말을 들었을 때 짜릿하거든요. 일상에서 누군가한테 "너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해"라는 말을 잘 하지 않잖아요. 게다가 사랑하는 남편한테 그런 말을 한다는 게 더 큰 포인트인거죠. 그 순간이 우먼이 완전하게 자신의 본 모습을 맨에게 드러내는 순간이에요. 그래서 인상 깊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음악과 함께 했을 때 정말 그 순간이 짜릿해질 때가 있어요. 사실 모든 대사와 큐가 음악이랑 맞물려있거든요. 그 큐가 딱 맞아떨어졌을 때, 무대에 올라가 있는 '플레이어'로서 짜릿해요. 그걸 공연장에 와서 많은 분들이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가면을 벗어던지는 그 순간들이 각인되는 게 아닐까

장보람  그렇죠. 어떻게 보면 지금도 다들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시대 혹은 그들이 살아가고 있던 시대에도 가면을 쓰고 살았을 거예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장보람  일단 제가 플레이어로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 일어났던 일인데, 제가 북을 들고 연주를 하는 장면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공연 중간에 북에 있는 줄이 끊어졌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줄이 끊어진 상태로 북을 들고 공연을 했었죠. 그런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북이 정말 무거워요. 그걸 한 손으로 들고 있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그걸 다 참고 연기하고 연주했는데 아무도 몰라서 공연이 끝났을 때 되게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다 몰랐다고 해서 더 기분이 좋았어요.(웃음) 그리고 구두 굽이 빠졌던 적도 있어요. 굽이 한 5cm 정도 됐었는데 그게 빠져서 무대에서 굴러다녔죠. 한 쪽을 까치발로 들고 그 상태로 끝까지 공연을 했었어요. 사실 저보다 한국 오빠랑 같이 공연했을 때 일어난 사건사고들이 많은데 다 공개할 수는 없을 것 같고, 한국 오빠 덕분에 정말 즐겁게 공연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떤 거냐고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맨에게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사고들이 많았어요. 다른 건 공연 때는 아니고 연습 때 있었던 일인데, 채이 언니가 곤봉으로 테이블을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와인잔을 깨트렸던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때 제가 연습에 합류하지 않은 상태였다 보니까 뭔가 채이 우먼을 만나기 두려웠었다랄까요.(웃음)

Q.  그런데 실제로는 비지터가 가장 강렬한 느낌이지 않나.

장보람  맞아요. 제가 가장 세긴 하죠. 

Q.  사실 어떻게 보면 비지터는 어떤 강함이나 약함을 말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다. 

장보람  맞아요. 그래서 제가 연기하고 있는 비지터는 모든 일들을 다 알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인간이 처음 죄를 짓기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존재해왔거든요. 모두 봐왔던 거죠. 인간이 죄를 짓는 모든 걸 지켜봐왔고, 맨과 우먼의 집을 찾아간 그때에도 이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보일지 다 알고 있는 거죠. 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건 내가 계획했던 판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해요. 맨과 우먼이 저를 안 보고 있을 때 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거나, 미리 행동하는 포인트들이 있어요. 그게 제가 연기하고 있는 비지터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한 것 같아요.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나만의 에필로그를 써보자면?

장보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대가 어떤 한순간이라고 보지 않았어요. 지금 현재까지고 매일매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일이라는 걸 전제로 했을 때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결말이 나오고 또다시 시작되지 않을까요. 공연을 보시고 여러 해석을 해주시는데 그게 다 틀린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관객분들은 우먼이 탬버린을 연주하는 걸 두고 플레이어로 합류하는 게 아니냐, 우먼이 자살을 했을 것이다, 비지터와 함께 지옥에서 영원과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비지터와 함께 이집 저집을 옮겨 다니면서 본인과 같은 죄를 저지르는 사람 집에 찾아갈 것 같다고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셨어요. 

Q.  만약 비지터가 집의 문을 두드린다면, 그를 집 안으로 들여보낼 것인가.

장보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들여보내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요. 그래서 그가 가고자 하는 곳에는 무조건 들어갈 수 있죠. 비지터가 초대를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 그들이 그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Q.  사실 어떤 선과 악을 이야기할 때, 악마가 누군가의 집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고 초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 보니 이 작품을 보면서 그런 부분들이 트리거가 됐던 것 같다. 

장보람  악마가 되게 교활하잖아요. 똑똑하고요. 그래서 그럴 것 같아요. "나는 그냥 초대해달라고 말만 했을 뿐인데, 네가 문을 열어줬잖아"라면서 어떤 상황이나 말에도 대꾸하고 대처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 선악과를 이야기할 때에도 이걸 따서 먹어라라고 말하지 않고 이게 되게 맛있다며 유혹해서 그들이 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것처럼 비지터도 그들이 직접 죄를 짓게 만들고, 그들이 가진 의지대로 욕망을 드러내게 만드는 그런 역할이지 않나 싶어요.

Q.  우리 작품이 가진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장보람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난 메시지는 아무래도 "누구나 악마죠. 때로는..."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사실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공연을 보고 나면 뭔가를 생각할 여지가 있고, 여운이 남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한 분의 관객분들이라도 정말 그날 공연을 그렇게 느꼈다고 하신다면 저는 성공했다, 잘 끝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촬영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만약 <미드나잇:앤틀러스> 버전이 다시 올라가게 된다면, 참여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나.

장보람  사실 올라갔을 때 제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만약 할 수 있다면,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잘하고 싶어요. 불러주시면 당연히 해야죠. 몇몇 팬분들이 제가 코트 입은 걸 보고 싶다고 하셨었거든요.(웃음) 제가 사실 어떤 작품이나 공연에 욕망이 있고 욕심이 있는 건 아닌데, 앤틀러스는 해보고 싶습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작품이다 보니까 지금 참여하고 있는 액터 뮤지션과는 또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서 재밌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보람  어떻게 보면 올해 오픈런 형식으로 바뀌면서 언제라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공연이 됐다는 인식이 강해졌거든요. 그런데 그럼에도 끝이 있다고(11월 13일)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음 달에 가지 뭐 하시다가 못 보게 될 수 있으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빨리 공연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하는 공연을봐주시면 좋겠지만 정말 다른 비지터를 맡은 선배 언니 오빠들도 너무 잘하시고 정말 너무 멋있으시니까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여자 비지터가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있을 때 꼭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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