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쪼개기상장' 대책은 반쪽자리
금융당국의 '쪼개기상장' 대책은 반쪽자리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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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미흡…주식매수청구권 현물출자 자회사엔 적용 안 돼
근본대책으로 물적분할 등 주요 안건에 일반주주 '과반 결의제' 도입할 필요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따른 일반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모회사 일반주주들의 보호에는 너무 미흡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이하 경개연)는 6일 금융당국이 전날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따른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에 대한 논평에서 이 방안이 물적분할 대책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 방안은 공시 강화,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물적분할 후 5년간 상장심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물적분할 결정 전 가격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로서는 쪼개기 상장으로부터 모회사 주주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고 경개연은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물적분할이 전체 주주가 아니라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결정되는 문제, 피라미드 구조 심화로 지배주주 일가의 소유권과 지배권 간에 괴리가 더욱 확대되는 문제, 자회사 상장 후 발행하는 모회사와 자회사 일반주주 간의 이해상충 문제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모조리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한화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6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한화의 물적분할 반대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한화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6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한화의 물적분할 반대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주식매수청구권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해 모회사 주주들이 이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된다. 경개연은 모회사 일반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허용하더라도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를 신설하고 신설된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주요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신설하면서 영업양도가 아니라, 자산양도 방식으로 현물출자를 추진할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해 일반주주 의사와는 달리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신설된 자회사가 상장되더라도 모회사의 일반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경개연은 또한 계열사 간 합병이나 인적분할과 마찬가지로 물적분할의 경우에도 전체 주주가 아니라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금융당국은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물적 분활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즉, 모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유망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물적분할을 해 상장하는 이유는 지배주주 일가가 모회사에 대한 본인들의 지분 희석 없이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이제 자본시장의 상식으로 통한다고 경개연은 설명했다.

경개연은 금융당국이 물적분할로 소유-지배 괴리도가 커져 사익편취의 유인이 증가하고 경제력이 더욱 집중되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할 이후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가 설립돼 피라미드 구조가 심화되면 지배주주 일가는 같은 지분으로 더 크고 더 많은 회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점을 금융당국은 간과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모회사와 자회사간 간에 이해 상충시 힘을 가진 모회사에 의해 자회사 일반주주가 피해를 보는 이중상장 (dual listing) 문제에도 유의하지 하지 않았다고 경개연은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한국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하는 질적심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자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경개연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합병, 인적분할, 물적분할, 영업양수도 등의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경우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일종의 일반주주 과반결의(Majority of Minority Rule, MoM)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물적분할 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합병, 인적 및 물적분할 영업양수도 등의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경우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일종의 일반주주 과반결의(Majority of Minority Rule, MoM)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물적분할 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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