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더슈탄트' 이기현 "첫 시작부터 함께 한 작품, 사랑받아 기뻐"
[인터뷰] '비더슈탄트' 이기현 "첫 시작부터 함께 한 작품, 사랑받아 기뻐"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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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비더슈탄트', 프레드릭 칼 役 이기현 배우
리딩 이후 5년만에 본 공연으로...
배우 이기현 "객석 가득 채운 관객들에 큰 힘 얻고있어"

제작사 ㈜미스틱 컬처의 창작 뮤지컬 <비더슈탄트>가 지난 6월 개막해 관객들의 호응 속에 순항 중이다.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1938년 독일, 엘리트 스포츠 학교에 입학한 17살 펜싱부 소년들의 권력에 대한 저항과 우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최고의 선수가 되고자 하는 야심을 가진 매그너스가 가장 친한 친구 아벨, 펜싱부 친구 하겐, 재스퍼와 함께 강압적인 학교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품고 ‘비더슈탄트’라는 저항조직을 결성해 클레어 단장과 부딪히며 겪는 이야기다.

이번 작품은 2017년 ‘아르코-한예종 아카데미’에서 첫 선을 보였던 작품이다. 정은비 작가와 최대명 작곡가가 지난 5년간 한 팀으로 이번 초연을 준비했다. 

본지는 리딩 공연에 이어 5년 만에 초연으로 만들어져 올라온 이번 <비더슈탄트> 초연 공연까지 함께한 프레드릭 칼 역의 배우 이기현을 만났다. 

다음은 본문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한편, 창작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오는 9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된다.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이기현  안녕하세요.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고, 관객분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배우 이기현입니다.

Q.  뮤지컬 <비더슈탄트> 리딩부터 본 공연까지 오게 됐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이기현  참여했던 작품들을 전부 사랑하지만 <비더슈탄트>는 창작 초기부터 참여한 작품 중에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리딩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고 프레드릭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커서인지 금방 다시 만나길 바랐고, 그럴 거라 확신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5년. 하지만 그 5년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이 공개되고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첫 시작부터 함께한 사람으로서 정말 기쁩니다.

Q.  리딩 공연은 어떻게 참여했었나. 

이기현  정은비 작가님과 그전에도 작업을 함께한 적이 있었어요. 작가님의 졸업 작품이었던 <카라마조프>라는 작품이었는데 거기서 인연이 되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이어서 이번 본 공연에 오게 됐는데, 리딩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

이기현  사실 인터뷰를 앞두고 초창기 대본과 공연영상을 다시 봤거든요. 알고는 있었지만 아예 다른 작품이더라고요. 없어진 캐릭터도 있고, 반대로 새로 생긴 캐릭터도 있어요. 주어진 사건과 그걸 해결해 가는 과정도 너무 다르고요. 제 캐릭터만 보더라도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클레어라는 인물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프레드릭이 가지고 있는 악역의 면모가 크게 보였었는데, 이젠 아예 다른 이야기를 갖게 된 인물이 됐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Q.  맡은 배역 프레드릭 칼은 어떤 인물인가

이기현  철저한 원리원칙 주의자고 당에 충성하는 인물입니다. 당시 총통이 만들고 싶었던 독일 청년 상의 표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죠. 

Q.  이번 작품은 노래와 연기를 비롯해서 펜싱이 필수적인 작품이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기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해왔던 캐릭터였지만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부분이 수정되면서 만들어져갔어요. 솔직히 쉬운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노래와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도 그랬고, 상대적으로 저는 펜싱을 할 줄 알았지만 상대와 합을 맞추는 건 또 다른 문제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비슈는 피 땀 눈물이 다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 피 땀 눈물이 다 있는 작품입니다.(웃음)

Q.  사실 지난 몇 년 사이 펜싱이 효자종목으로 꼽힐 만큼 관심도가 높아져 이걸 공연으로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았다. 무대가 협소한 만큼 합이 엄청 중요해 보였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이기현  에피소드라기보다는 합을 맞출 장면이 많다 보니 서로 빨리 친해져야 했어요. 18명이나 되는 배우들과 언제 친해지나 했지만 본 연습 전에 다 같이 펜싱클럽에서 기초 훈련을 한 달 정도 받았는데, 그때 흘린 땀 덕분인지 생각보다 금방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Q.  극 중 프레드릭은 엘리트 스포츠 학교에 입학하는 인물들에 비해 더 어린 나이에 학교에 입학했다. 그의 펜싱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일까.

이기현  꼭 그래서라기보다 총통에 의해 학교들이 단일화되었고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이 다니던 학교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서 재입학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애초에 펜싱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엘리트 스포츠 학교에 먼저 입학한 거겠죠?(웃음)

Q.  당시 실제로 히틀러는 히틀러유겐트란 단체 혹은 조직을 만들어 어린 청소년들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가스라이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쉽게 세뇌당했고 청소년들은 나이가 들어 군대로 편입됐다. 일부 인원은 전문적인 군사 훈련도 받았다. 공연을 보면서 많은 부분들이 겹쳐 보였던 것 같다.

이기현  네, 맞아요. 저희도 작품을 준비하면서 관련 서적도 읽고 이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지금 저희 생각으로는 "이게 말이 돼?"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열광한다고?" 하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저희 생각보다 실제는 훨씬 더 열정적이었고, 그 대가 역시 잔혹했었더라고요. 

Q.  프레드릭은 극의 중반부까지 냉철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어떻게 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당 혹은 단체, 아이드스포츠 학교에 충성을 다하고 있던 걸까. 

이기현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일 고민이었던 부분이에요. 프레드릭의 초반부 모습은 가면일까 순응일까. 사랑하는 친구가 어떻게 죽었는지 짐작하면서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많은 고민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고작 17살밖에 안된 아이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가 죽어도 권력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Q.  극 중 클레어는 매그너스와 프레드릭을 두고 불과 얼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떤가 극 중 인물에서 바라볼 때 매그너스는 어떤 인물이었나.

이기현  말 그대로 뜨거운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권력에 대항하는 모습도 그리고 나중에 권력을 갖고자 하는 모습도 매그너스는 말 그대로 불같은 인물인 것 같아요. 프레드릭도 과거에는 매그너스처럼 불같은 면모가 있었지 않을까 싶어요 라이너가 죽은 후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Q.  이어서 매그너스와 같이 들어온 아벨은 어떤 인물로 바라보고 있나.

이기현  프레드릭을 혼란스럽게 하는 인물이에요. 내가 쌓아놓은 규율과 규칙을 뒤흔드는 인물 그리고 무엇보다 라이너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에요.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Q.  프레드릭 칼 역에 두 명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김이담/김도현 배우) 연습 과정에서 바라본 이들은 어땠나. 본인과 비교해 봤을 때 다른 부분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기현  두 형들 모두 이 작품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는데, 먼저 이담이 형을 보면서는 완벽한 독일 청년이라면 저렇게 생겼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도현이 형을 보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노래를 정말 잘하는구나 생각했고요. 비슷하면서도 많은 부분 다른 것 같아요. 처음 형들의 연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깨닫는 게 많았어요. 디테일이나 연기적 해석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는데 이담이 형은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이 남달라서 놀랐고 도현이 형에게선 음악적 해석에 대한 걸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연습 혹은 본 공연 중 모니터링을 했을까. 했다면 두 배우에게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이기현  저는 공연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같은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모니터를 자주 하는데, 역시나 같은 대본과 악보를 두고도 이렇게나 다른 공연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곤 합니다.

Q.  매그너스 역의 3명의 배우 (최석진/안지환/황순종 배우) 또한, 이미지화를 해보자면? 

이기현  불같다는 표현에 빗대어 말하면 일단 석진이 형은 새빨간 불인 거 같아요. 지환이는 뭔가 갈색의 불, 순종이는 핑크색 불인거 같아요. 석진이 형은 모든 걸 집어삼킬 것 같고 지환이는 불은 불인데 슬픔이 담긴 불인것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순종이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순둥이 같고 귀엽다고 느끼는데 그래서인지 뭔가 핑크색 불이 떠올랐습니다.

Q.  이어 아벨 루터 역의 배우들(김바다/김지온/동현)은 어떤가.

이기현  저는 아벨 하면 매그너스와는 반대로 물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바다형의 아벨은 깊고 단단한게 깊은 바닷속 같고 지온이 형은 차분하면서도 반짝이는 게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윤슬이 떠오르고 동현이 형은 강한 면모를 드러내는 게 마치 폭포 같다고 느꼈어요.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Q.  극중 프레드릭이 무너진? 변화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전까지 엘리트 중에 엘리트, 뭔가 군인에 가까웠던 인물이었는데

이기현  나와 거리를 두고 뭔가 석연치 않게 죽었던 라이너가 나를 지키기 위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순응했던 이 학교의 규칙과 내 삶의 방식까지 이 모든 게 무너졌을 거 같아요.

Q.  한 달하고도 보름간 공연 중인데, 최근 가장 울림 있게 다가온 대사나 가사가 있다면? 

이기현  제 대사 중에 아벨에게 "누구라도 살아남으면 된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최근 들어 프레드릭이라는 인물을 대변하는 대사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살아야지만 다음이 있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고 본인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권력에 순응하며 가면을 쓰고 가장 완벽한 독일인으로 살아왔을 테니까요.

Q.  다른 장면은 다 놓쳐도 이 장면 혹은 넘버는 무조건 듣거나 봐야 한다는 장면이 있다면?

이기현  고민할 것도 없이 '펜싱의 시작'입니다. 연습실에서도 가장 많이 울었던 장면이에요. 오죽하면 펜싱의 시작 리프라이즈에 프레드릭은 파트가 없었는데 이쯤 되면 우리도 함께 하기로 했으니 불러도 되지 않냐고 작곡가님을 설득해서 같이 부르게 되었을 정도입니다.

Q.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이기현  공연에 대한 에피소드보다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고 싶은데 저희가 18명이나 되다 보니 빨리 친해져야 해서 연출님이 매번 연습 때마다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시키셨어요. 저 포함 모두가 속에 있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해서 놀라기도 했고 한 사람 한 사람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게 되었던 시간이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사진 ⓒ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Q.  나만의 에필로그를 적어보자면, 극이 끝난 이후, 남아있는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이기현  남아 있는 하겐과 재스퍼는 우리의 뜻을 이어 비더슈탄트 활동을 계속하면서 지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기현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랑 받는 작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힘든 시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큰 감동이에요. 매 회 가득 찬 관객분들 앞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끝까지 멋진 공연 올릴 수 있도록 늘 노력하는 배우 이기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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