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13화-첨단 살인 트릭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13화-첨단 살인 트릭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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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현유빈은 변 사장과 장주석 두 사람에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말인가?”

“남녀 관계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변 사장이 현유빈과 밀회하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아. 다른 일 때문에 밀착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이성 관계는 아닌 것 같아.”

“다른 일이란 무엇일까?”

“변하진 사장이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일과 관계가 있겠지.”

“그게 무엇이냐는 거지.”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곽정 형사가 설명해 주었다.

“정부의 한 정보기관이 캐고 있는데, 무엇인지는 우리한테도 이야기를 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 외사과에 협조를 요청한 것을 보면 국제적인 문제인 것 같아.”

“그럼 장주석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가가 문제네.”

“실험실 안에 살인 장치를 해 놓은 것을 보면 사내 사람이 한 짓이라고 봐야지. 실험실은 통제되어 있는 곳인데 임의로 들어가서 청산가리 주사 장치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수지를 살해한 장치는 제약 기술이 개입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지만 장주석을 살해한 장치는 극히 재래 방식이었거든. 몸무게를 이용해서 주사 바늘이 발바닥을 찌르게 한 것은 기발한 범죄 방법이지만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블루투스를 이용해 예고를 한 것은 첨단기기를 모르는 사람이 한 것은 아니란 설명이 돼. 또한 이정근을 살해한 방법은 첨단 기술의 극치였단 말이야. 추리소설에서는 그런 것을 트릭이라고 설명하는데 미래의 추리소설에나 등장할 트릭이 나타난 것이지.”

곽정 형사와 나는 거의 점심때가 될 때까지 추리와 토론을 계속했다.

“점심은 제가 준비 했어요. 곽정 씨 좋아하는 떡라면이에요.”

그때 아내가 문을 열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정현 씨 고마워요. 옛날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생각나네. 꿀맛이었지.”

두 사람은 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며 추억담을 주고받았다.

나는 그냥 웃고만 있었다.

저녁 무렵이 되어 나는 한영지를 만나러 홍대 앞 지하 카페로 갔다.

사주 카페로 유명한 그 집은 커피 맛이 좋았다.

“영지 씨 오랜만이야.”

“선생님도 요즘 바쁘셨던 모양이네요. 언니 수사는 좀 진전이 있었나요?”

한영지는 검은 원피스에 검정 구두, 검정 백을 들고 있었다.

“한수지를 해친 범인은 사내에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오늘 복장은 꼭 장례식에 다녀온 사람 같아.”

“장례식은 아니고 언니가 있는 납골당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오늘이 언니 떠난 지 1백일 되는 날이거든요.”

“음,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런데 범인은 누구였나요?”

영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는 곽 형사와 나눈 이야기를 대강 들려주었다.

“제 생각도 그럴 것 같았어요. 언니는 장주석 팀장을 남자로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민준 오빠를 남자로 생각한 것도 아니지만...”

“언니는 크리스틴이라는 스페인 여자와 자주 만나지 않았어?”

“맞아요. 크리스틴은 인상이 꼭 중세기 수녀처럼 보이지만 남자로 인한 상처가 많은 여자 였어요. 서울에도 몇 번 왔었는데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간 일도 있어요.”

“그럼 엄마도 알고 있었나?”

“예. 엄마뿐 아니라 변하진 사장과도 여러 번 함께 식사하는 것을 보았어요.”

“크리스틴이 UEC라는 이상한 종교를 믿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나?”

“어렴풋이 들었어요. 에덴동산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종교라면서요. 부끄러움도 욕망도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가능할까요? 그 종파는 세계적으로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고 세계적인 연구 기관도 가지고 있대요. 엄청난 자금이 있다는 것도 들었어요. 아마 한국 바이오 컴퍼니와 무슨 관계가 있을 거예요.”

“어떤 관계라고 생각해?”

내 질문에 한영지는 한참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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