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12화 - 연쇄 살인에는 법칙이 있다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12화 - 연쇄 살인에는 법칙이 있다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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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석이 한수지를 살해했다고 가정하면, 그 다음 피살자 장주석은 그럼 누가 죽였을까?”

“이 사건이 연쇄 살인사건이냐 아니냐 하는 판단이 필요해. 범인이 한 사람이라면 동기도 같을 것 아닌가. 그런데 한수지를 죽인 범인이 죽었다면 그를 죽인 범인은 또 누구란 말인가?”

“한수지, 장주석, 그 다음에 이정근 이사가 죽었지. 그럼 장주석은 한수지를 죽이고, 장주석은 이정근이 죽이고, 가만 있자 그럼 그 다음 살해 예고된 사람은 유성우 아닌가. 그렇다면 유성우가 이정근을 죽였어야 하는데... 그 공식대로 라면...”

“죽인 사람이 죽는다 이거. 공상 치고는 그럴 듯하네. 연쇄 살인에도 법칙이 있는 모양이지?”

곽정이 내 추리에 코웃음을 쳤다.

“그냥 공상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동기를 찾아내면 될 것 아닌가. 장주석은 한수지를 건드리다가 반격이 겁나 살인을 했을 것이고, 이정근은 장주석한테 회계 부정에 대한 비리가 들키자 살해했고, 이정근은 변 사장의 비리를 알고 협박하다가 죽임을 당하고...”

“잘 논다.”

내가 한 수 더 뜨다 곽 형사가 이번에는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게 아니면 비서실 현유빈과 밀애를 즐기던 장주석이 변하진 사장에게 들켜 살해당할 수도 있어요. 장주석이 현 과장과 함께 모텔에서 나오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있었다는 것 기억하지?”

내가 다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럴듯하긴 해. 그런데 장주석은 현 과장과 몰래 모텔에 다니면서 한편으로는 한수지를 집적거렸다는 말이야? 집에는 엄청 겁나는 마누라도 있는데. 그렇게 여자 욕심이 많은 남자였나?”

“생긴 걸 보라고. 1백 킬로도 넘는 몸집에 욕심이 하늘을 찌르게 생긴 그 얼굴. 보는 여자마다 다 욕심을 채우려고 했을 거야.”

곽정 형사가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오민준이 한수지를 죽인 사람이 장주석이라고 생각하고 복수하기 위해 장주석을 죽일 수도 있어. IoT와 블루투스를 활용한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어. 오민준은 그 방면의 전문가잖아.”

나는 그 추리도 타당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확실한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장주석이 한수지를 살해 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확보하지 못했나?”

내가 곽정 형사한테 물었다.

“몇 가지 증거는 있지. 그런데 동기가 무엇이었느냐 하는 것을 알 수 없어서 난관에 봉착해 있었지. 지금 한수지의 파일이 동기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구먼.”

“증거란 어떤 것이었나?”

“한국 바이오 컴퍼니에서 만드는 약품의 캡슐은 외주로 만들어 오는데, 그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이 장주석이었어. 처음에는 이정근 이사가 맡아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변 사장이 이정근에게 외주 발주 거래에서 손을 떼라고 하고 그 일을 비서실의 현유빈 과장에게 맡겼더구먼.”

“그런데 장주석이 무슨 상관이야?”

“장주석과 현유빈의 관계를 알잖아. 함께 발주 회사에 다니고 발주회사 책임자들과 업무 협조를 핑계로 룸살롱에도 가고 노래방도 다녔지. 장주석은 하청 회사 직원들과 자연히 친해지고 나중에는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했더군.”

“개인적인 심부름?”

“응, 친척 취직도 시켜주고, 특히 캡슐과 약품 포장지를 회사 몰래 주문해서 약품을 빼돌리는 일도 했어. 위장에 들어가서 2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녹아내리는 슈퍼 캡슐도 그 외주 공장 직원이 만들어서 장주석과 현 과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납품했더라고.”

곽정 형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주석이 범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현유빈이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현유빈은 왜 입을 다물고 있을까?”

“소설가가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 장주석이 한수지한테 들이댔다가 딱지 맞았다는 이야기를 현유빈한테 할 수가 있겠어? 그러니까 현 과장은 장주석이 한수지를 죽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어?”

곽정 형사의 말을 들어보니 그렇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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