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제111화-성추행으로 고발 한다
[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제111화-성추행으로 고발 한다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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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주석의 말이 신경에 거슬려 대꾸를 하지 않고 퇴근 준비를 했다.

연구실에서만 입는 흰 가운을 벗고 윗옷을 다시 입으려는 순간이었다.

장주석이 갑자기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백허그였다.

나는 깜짝 놀라 동작을 멈추고 굳은 채로 서 있었다.

“뒷모습이 너무 섹시해.”

장주석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유방을 만지려고 했다.

“팀장님, 왜 이러세요. 놔 주세요.”

나는 점잖게 말하며 동작을 멈춘 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풀어주지 않고 내 목에 입을 맞추고는 다시 속삭이듯 말했다.

“수지 씨도 내가 좋지? 오늘 우리 한 번 잘까?”

나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았다.

엄청난 불쾌감에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팔꿈치로 장주석의 가슴을 힘껏 쳤다.

“윽!”

장주석은 신음을 토하며 나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곧이어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흥, 순진한 척 하지 마. 오민준하고는 맨날 하면서 나하고는 왜 못해!”

나는 장주석의 터무니없는 말에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뒤로 돌아서서 장주석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장주석, 내가 어떤 놈하고 자든 말든 네가 왜 간섭이야? 오늘 일 절대 잊지 않을 거다. 당신 부인한테 먼저 알릴 것이고, 성추행으로 고소하고 노조에 알려 대자보도 붙일 거야.”

“뭐야? 너 정말 죽고 싶어 환장을 하는구나. 어디 두고 보자.”

장주석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나는 집에 가면서 내내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남자란 다 저런 존재인가? 아니면 장주석이란 작자가 별종 인간인가?

나는 나노바이오 연구를 빨리 완성시켜 저런 수시로 발정하는 수컷들을 고쳐주고 싶었다.

                                           *  *  *

 

나는 여기까지 한수지가 녹음한 파일을 듣고 그 사건이 일어난 날짜를 보았다.

오디오가 나오는 화면에는 조그맣게 날짜가 기록되어 있었다.

‘4월 22일’

한수지가 연수원에서 죽던 날인 24일보다 이틀 전의 일이었다.

나는 새로운 단서를 가지고 곽정 형사를 만났다.

곽 형사는 밖에서 식사하면서 얘기하자니까 꼭 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아마도 아내 엄정현에게 또 실없는 농담이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한수지를 죽인 범인은 장주석일 가능성이 커. 장주석이 어림없는 프러포즈를 했다가 한수지가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하자 망신당하기 싫어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잖아?”

나는 그간 읽은 한수지의 녹음 중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해준 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럴지도 몰라. 한수지가 특수 제작한 인삼 캡슐을 만드는 기술을 아는 사람은 장주석과 오민준, 그리고 사장이었으니까 말이야. 이 세 사람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추리하고 있었거든.”

“장주석은 특히 마누라한테 폭로하겠다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을 거야. 그리고 블루투스를 이용한 것은 수사를 어렵게 만들기 위한 장난이라고 볼 수도 있지.”

그 때 아내가 집필실에서 대화하고 있는 우리한테 커피 두 잔과 견과류를 가지고 왔다.

“엄정현 여사, 나는 위스키 한잔 마시고 싶어요.”

곽정이 오늘은 아내한테 점잖게 나왔다.

“커피는 도로 가져가요?”
아내가 심술이 난 것 같았다.

“아뇨. 그것도 두어요.”

아내가 나가자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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