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10화-‘쉬운 여자’
[과학 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10화-‘쉬운 여자’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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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에야 뒤 충격에서 벗어나자 동생의 출생을 물어보았다.

“너는 네 하나의 문제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운 세월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동생에 관한 이야기는 더 알려고 하지 마라. 부탁이다.”

엄마는 끝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영지도 아버지의 딸이 아님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누구의 딸일까? 

엄마를 좋아하던 아저씨들. 아버지의 동창 조진국, 유종호, 그리고 변하진 사장 중 누가 영지의 아버지란 말인가?

나는 세월이 갈수록 잊기는커녕 더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엄마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흐르자 엄마의 욕정 과잉은 불행한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건 여자건 욕망을 이기고 이성을 찾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사람한테서 성욕을 없애 버리면 세상이 태평할 거라는 확신이 다시 들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미국의 UEC 연구소에서 나노바이오를 이용한 성욕 소멸 DNA 개발을 하고 있지 않은가.

 *  *  *

나는 한수지, 아니 엄격히 말하면 변수지의 기록을 여기까지 읽고 한수지 못지않게 충격을 받았다.

한수지와 한영지 자매의 출생 비밀이 밝혀지는 날은 강혜림 여사 가정이 비극으로 파탄 나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혜림 여사의 비밀을 영원히 묻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한수지, 아니 변수지의 동영상과 녹음의 ‘3M’ 중에 마지막 편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한국 바이오 컴퍼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내용이었다.

*  *  *

내 주변에 있는 남자 셋, 유성우와 권익선, 그리고 오민준 말고도 내가 부담을 느끼는 다른 남자가 또 있다.

그 사람은 함께 연구실에서 일하는 장주석이다.

장주석은 거구에다가 서글서글하게 생겨 마음이 넓고 여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으로 착각하기 쉬운 남자였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속이 비좁고 집념이 강했다.

욕심이 많을 뿐 아니라 한번 노리면 끝까지 따라다니는 느끼하고 끈질긴 사람이었다.

장주석은 나를 좋아했다.

오민준이 나를 좋아해서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과는 또 달랐다.

느닷없이 나를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름 휴가철에는 함께 해외여행을 가자는 제의를 은밀하게 해오기도 했다.

나는 그가 나를 ‘쉬운 여자’로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럴 때마다 대단히 불쾌했으나 참곤 했다.

갑자기 고액의 상품권을 들이밀면서 함께 드라이브를 하자는 제의를 한 일도 있었다.

오민준은 24시간 나를 노려보고 있는 스타일이라면 장주석은 원 포인트 기회를 엿보는 스타일이었다.

며칠 전 일이었다.

“장 팀장님 퇴근 안 하세요?”

장주석과 나는 같은 프로젝트를 맡고 있기 때문에 연구실에 늦게까지 단 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비도 촉촉하게 오는데 둘이 피자집에라도 갈까요? 수지 씨는 집에 일찍 가 보았자 안아 줄 남자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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