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유진과유진' 윤진솔·이상아 "억지스럽지 않은 자유로움, 가장 큰 힘"
[인터뷰②] '유진과유진' 윤진솔·이상아 "억지스럽지 않은 자유로움, 가장 큰 힘"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월, 창작뮤지컬 <유진과 유진>이 1년 만에 대학로로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해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창작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동명의 청소년 소설 '유진과 유진'을 뮤지컬화 한 작품으로 아동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문제, 청소년들이 겪는 폭력과 상처 등을 다루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본지는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뮤지컬 배우 윤진솔 그리고 이상아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이 바라본 뮤지컬 <유진과 유진> 속 '큰 유진' 그리고 '작은 유진'은 어떤 친구들이 었을까.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며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힌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오는 8월 28일까지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두 사람의 학창 시절을 어땠나. 초등학교, 중학교는 건너뛰고 고등학교 때를 회상해 보자

이상아  저는 학원 잘 가고 정말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조금 엄하셨던 학원 선생님이 계셨었는데, 6시까지 와 그러면 정말 딱 6시에 도착하려고 했었고, 11시까지 있으면 집에 데려다준다고 하시면 11시까지 연습하고 연습실 청소하고 했었거든요. 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과 잘 놀고 학교생활도 잘 했었던 것 같아요.

윤진솔  저도 노래를 했었는데 사실 길게 하지는 않았거든요. 하다가 학교로 돌아와서 공부를 하고 그랬었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평범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어울리기도 하고 같이 다니기도 하고 반에 한두 명씩 저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싸우기도 하고 화해를 하기도 하고 친한 친구들도 있었고 그냥 그런 학생이었어요. 

이상아  저도 쉬는 시간마다 음악실 뛰어가고, 첫 번째로 밥 먹으려고 급식실 뛰어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윤진솔  맞아요. 급식 1등으로 먹으려고 뛰어갔죠.

이상아  밥 다 먹고 나면 배부르니까 운동장 돌면서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재밌게 지냈던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을까.

이상아  저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이 거의 똑같이 3학년으로 올라갔었거든요. 그래서 다 아는 친구들이다 보니까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어요. 어떤 큰 사건사고 같은 건 없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세 명 있어요. 지금도 연락하는 친구들인데, 그때 사물함 앞에서 떠들었고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뭐 때문에 웃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너무 웃어서 울면서 웃었거든요. 체육복 입고 진짜 막 누워서 웃었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윤진솔  저는 앞서 예체능 쪽을 준비하다가 그만두게 돼서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야자를 해야 했었거든요. 야자를 했어야 됐는데 사실 한동안 계속 연습하러 다니는척하고 야자를 뺐었어요. 누가 물어보면 학원으로 연습하러 간다고 빠지곤 했었는데, 그러다가 제가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던 적이 있어요. 진짜 제가 다니던 학교가 산 중턱에 있어서 정말 경사가 높았거든요. 제가 다리가 부러져서 혼자서 학교를 갈 수가 없더라고요. 올라갈 수도 없고, 그 길을 내려갈 수도 없었죠. 그래서 엄마가 학교를 가는 시간 그리고 오는 시간에 데리러 오셨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야자를 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렇게 야자를 해야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한테는 그 정도가 저만의 어떤 일탈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상아처럼 되게 말을 잘 듣는 아이였었거든요. 딱히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춘기가 심하게 오지 않았었어요. 그래서 그 야자를 뺀다는 것만 해도 저만의 일탈이었는데 다리를 다치고 바로 걸렸죠.

Q.  빨리 회복되길 바랐을 것 같다.

윤진솔  다리가 부러지고 나서 진짜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진짜 급하지 않으면 화장실도 안 갔었어요. 그냥 학교에 등교하고 나서 웬만하면 제 자리에만 앉아있었어요. 그러다가 책을 보고 공부를 하게 됐는데, 하다 보니 모의고사에서 총점이 100점이 넘게 오르더라고요. 다리가 다쳐서 어쩔 수 없었던 건데, 할 게 없으니까 공부만 했던 건데 말이죠. 제가 조금만 더 열심히 했었어도.... 진짜 안 하기는 했었나라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이상아  저도 갑자기 생각나는데, 1학년 때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2학년 때는 조금 덜하고, 3학년 때는 진짜 거의 안 했어요. 아무래도 실기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제가 수시를 봤었는데 딱 붙었어요. 그래서 그 뒤로 마음 편하게 수업 시간 때 잠을 잤었거든요.(웃음)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셔서 저를 보더니 깨우라고 하는데 친구들이 "상아 수시 됐다"라고 "어제 늦게까지 학원에 있었다"라고 말하니까 선생님이 안 깨우시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잠에서 깼었거든요. 일어났었는데 더 말을 안 하시니까 마음이 뭔가 찝찝했다고 해야 할까요? 포기하신 건가?(웃음)

Q.  어떻게 보면 인정을 받은 게 아닐까

이상아  그런 걸까요? 사실 학교 다닐 때 정말 시끄러웠거든요. 아,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이지수라고 같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랑 같은 반이었었거든요. 저랑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계속 같은 반이었어요. 앞서 음악실로 뛰어가던 애가 누구냐면 저랑 지수였어요. 매일 음악실 가서 피아노 쳐주면 제가 노래하고, 같이 노래하고 그랬었죠. 공부요? 저는 뒤쪽에서 자고 지수는 앞에서 공부하던 친구였어요.(웃음) 심지어 공부를 엄청 잘했어요.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꺼내면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이유 없이 즐거웠고 큰 고민이나 걱정도 없었던 것 같다. 

윤진솔  진짜요. 

이상아  그냥 밥 먹고 운동장을 돌아다니면서도 웃고,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플 때도 있었고요.

Q.  사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지만, 그때 어릴 때만의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바라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날 때 뭔가를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이상아  맞아요. 전 개인적으로 그때 뮤지컬을 제일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인생에서 제일 좋아했었던 시기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그때 왜 그렇게 뮤지컬을 좋아했었던 건지 이제는 조금 흐릿하게나마 남아있거든요.

Q.  그래도 지금 두 사람의 연기를, 공연을 보면서 또 다른 친구들이 뮤지컬에 빠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상아  정말로 감사한 말인 것 같아요. 정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매일매일 더 잘하고 싶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앞서 이야기도 조금 나눠봤지만 공연을 하는데 체력적인 어려움보다는 정식적으로 어려움이 조금 있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있나.

윤진솔  사실 공연 자체가 감정도 많이 써야 되고 체력도 많이 써야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해소되는 느낌이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우리가 무대 위에서 같이 공연을 하고 관객들의 표정과 감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느끼면서 저희가 더 위로받는 게 크다 보니까 사실 어려움보다는 하면 할수록 힘이 나고 오히려 어떤 테라피를 받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저희는 직업이기도 하고 일로서 이 공연을 하고 있지만 정말 뭔가 마음 한편에 쌓여있던 어떤 일상에서 찌든 마음들을 다 날려보내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상아  저도 너무 공감하고 있어요.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무대에서 작은 유진과 큰 유진이 정말 딱 둘만 무대 위에 존재하고 있는 순간을 느끼게 될 때가 있거든요. 어떤 장면이라고는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 순간에 너랑 나만 있구나 라는게 딱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때 뭔가 큰 쾌감이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작은 유진이 작은 유진의 엄마랑 딱 마주쳤을 때, 그 기분이 뭔가 저를 좀 마음 놓이게 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전까지는 뭔가 너무 아프고, 힘들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조금 무겁고 그런 부분이 있는데 두 사람이 마주할 때 그게 다 날아가고 해소돼요. 그래서 사실 그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윤진솔  사실 어떤 에피소드를 물어보실 때마다 기억나는 건 실수 같은 거 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좋았던 기억은 빠르게 지나가고 실수는 오래 기억 속에 남는다.

이상아  저는 사실 둘공(두번째 공연)까지도 뭔가 너무 불안했었어요. 가만히 못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공연장에 나와서 런스루를 돌고 연습을 했었어요. 

윤진솔  저는 어떻게 보면 진짜 상아랑 공연을 해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너무 좋았고 그냥 마음으로 너무 많이 의지가 됐었거든요. 물론 다른 큰 유진들과도 정말 마음으로 맞닿아있는데 메인 페어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상아랑 더 많은 공연을 하는데 더 좋다, 아니다가 아니라 마음 적으로 서로를 들여다보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탁' 하고 만나지는 느낌이 들어서 호흡이 정말 잘 맞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한 부분들이 있어요. 

이상아  그럼 전 그거요. 언니가 저보고 "상아야,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고 말했던 거요. 

윤진솔  맞아요.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어요.(웃음)

이상아  "너 왜 그렇게 열심히 해?", "너 되게 열심히 한다"라고 말해서 그런 말을 별로 안 좋아하고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거든요. 왜냐하면 내가 열심히 한다고 이야기가 되면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라고 그랬었는데, 제가 걱정이 되니까 맨날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서 혼자 막 무대에서 런스루 돌고 있고 그러고 있으면 언니가 와서 "상아, 또 열심히 한다"그래요. 그럼 또 저는 "전혀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죠.

윤진솔  아니,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자꾸 아니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상아  그냥 대사만 읊어봤을 뿐입니다.

윤진솔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서로가 연습 벌레 아니냐며...

이상아  서로 막 (연습)벌레라고 그랬어요.

윤진솔  진짜 매일 보면서 서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이상아  영미도 그렇고 서로 그랬는데, 서로 또 불쾌해하는 게 포인트예요. 서로 "나... 연습 벌레 아니야....!" 이렇게 말이죠. (웃음)

윤진솔  왜냐면 연습을 많이 했으니까 잘해야 할거 아녜요. 그리고 내가 연습을 많이 하는 애로 비치면 그만큼 또 해줘야 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이상아  하도 그래서 "나 진짜 열심히 안 해"라고 말하고 진짜 칼출근 칼퇴근하겠다고 말했던 적도 있어요. 

윤진솔  그래놓고 1시간씩 일찍 와서 그렇게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콜 타임이 상아보다 늦거든요. 그런데 제가 상아 콜타임보다 먼저 갔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분명 그 시간보다 더 먼저 갔는데 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너 왜 지금 와있냐"그랬더니 얘가 "언니는 왜 이때 왔어"라면서 말하는 거 있죠. "나 불안해서 먼저 왔어"그랬더니 "나도"라고 받아치더라고요.(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그래서 더 빠르게 캐릭터에 빠져든 게 아닐까

이상아  사실 뭔가 콜 타임에 딱 맞춰가는 게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윤진솔  맞아요. 불안해. 아직도 그래요. 사실 초반에만 그랬던 게 아니라 계속 늘 조금 일찍 오고있어요. 

이상아  저는 사실 적응되면 딱 맞춰서 출근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안될 것 같아요.

윤진솔  맞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 막공까지 그럴 거야.

이상아  혼자 무대 위에 런을 안 돌아보면 불안해서 못하겠어요. 뭔가 버릇을 잘못 들인 걸까요?

Q.  힘들지 않나.

이상아  그래서 조금 힘든 것 같기도 해요.(웃음) 하루에 두 번씩 공연을 하고 있거든요.

Q.  지금 두 사람에게 울림이 있는 대사나 가사가 있을까. 앞서 초반 때와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의 대사가 가사가 다가올 것 같은데

윤진솔  어떤 대사나 가사라기보다는 전 전체적인 맥락이 좀 그런 것 같아요. 초반에는 작은 유진이 가지고 가는 라인들이나 어느 시점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가 중요했었거든요.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흘러가는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상아처럼 준비하고 런을 돌고 공연을 하다 보니까 이제는 장면 하나하나에 더 집중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어떤 장면에서 불필요한 부분들이 있었다면 조금씩 힘을 빼고, 다음 장면에서 풀어줘야 되는 부분 혹은 챙겨가야 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더 힘을 주고 그런 스킬들이 생긴 것 같아요. 확실히 연기나 노래도 많이 변화가 생겼죠. 마지막 공연까지 계속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아  저도 비슷한 것 같은데 파트너가 매일 바뀌다 보니 순간순간마다 다르게 보이는 부분들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최근에 가장 다가왔던 건 "잊는다고 없던 일이 아닌데, 지났다고 괜찮지는 않은데"라는 가사가 되게 많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잊는다고 없던 일이'라는 넘버인데 슬픈 장면인데, 울면서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장면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확 다가왔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초연도 그렇고 재연도 그렇고 이 장면을 보면서 부모님이 내 또래였을 텐데, 나는 달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잘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다가왔던 장면이자 넘버였던 것 같다.

윤진솔  맞아요.

이상아  다들 연습하면서 엄마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었어요.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고들 말했었죠. 작은 유진의 엄마 부분을 연기할 때 저희 엄마의 젊었을 때를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저에게 엄마의 어떤 모습들이 남아있을까란 생각을 해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연습할 때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Q.  두 사람은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윤진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마음먹은 만큼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고 친구들한테 어떤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하는 것처럼 엄마한테 다 이야기하고는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었거든요. 그리고 엄마가 저로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보니 더 줄어들은 것 같아요. 그러면 안 되지만 조금 속상하게도 엄마 시절의 정도가 있고, 저는 제가 사는 이 시절에 맞다 하고 하는 정도가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가끔 부딪힐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엄마를 설득시키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어느 순간 대화를 회피하려고 하더라고요. 그걸 느끼고 이제 어릴 때처럼 엄마랑 친구처럼 이야기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시절을 되게 많이 그리워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그 시절로 돌아가진 못하겠죠? 

이상아  저도 그래요. 너무 공감 가는 부분이에요. 저도 그런 것 같거든요. 사실 부모님 두 분 다 대구에 계시는데 다 무뚝뚝하시거든요. 어떻게 보면 서로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는 편인데 아빠도 나이를 드시고 하다 보니 전과는 다르게 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막 잘 통하지는 않고 엄마랑은 기분이 좋고 상태가 좋을 때는 40분씩 통화하기도 해요. 그래도 다행히 동생들이 어려서 동생들이랑은 잘 통화하고 동생들이 부모님을 잘 따라주고 있어서 큰 걱정은 없는 것 같아요. 

Q.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말을 하기가 힘든 것 같다.

이상아  K(한국) 장녀라고 불러주세요.

윤진솔  정말 어려워요. 그런데 또 그런 생각도 있어요. 엄마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그렇게 많지 않으시거든요. 제가 비교적 엄마에 비해서 밖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시대의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반면 엄마는 저랑 대화를 하지 않으면 점점 이 시대의 트렌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엄마와의 대화를 답답하다고 안 나누면 엄마가 이 시대에서 자꾸 고립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그래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상아  저는 동생들이 해주고 있습니다.(웃음)

윤진솔  다행이네.

이상아  그래서 저는 조용히 용돈만 보내고 있습니다. 동생한테 전화해서 "그래.... 용돈 보내줄게, 엄마 생신 때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말하면서 용돈을 보내줬던 적이 있습니다.

Q.  지인들이 공연을 보러 왔을까, 왔다면 어떤 말을 하던가.

윤진솔  다들 너무 좋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이상아  마스크 갈아 꼈다고도 했어요. 이런 공연이라고 말을 해주지 그랬냐면서...

Q.  본지는 '부모님'이라는 키워드가 눈물 포인트라 눈물 흘리며 봤다.

이상아  다들 비슷한 것 같아요. 울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친구들 말고도 관객분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DM으로도 "처음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이런 느낌이 들었다" "되게 많이 울었다" "눈치 보지 않고 눈물을 흘렸는데 너무 좋았다" 등등 너무 좋았다면서 연락을 주셨어요. 아 그리고 어떤 관객분은 "사실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우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뭔가 울고 나서 마음을 정리하고 추스르는데 힘이 들어서 안 좋아했는데 그런데 이 공연은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공연이라 정말 좋았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을 때 오늘은 공연을 잘했나 보다라고 생각을 하곤 합니다.

 

Q.  모든 장면이 다 좋겠지만, 다른 장면은 다 놓쳐도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장면, 무조건 보고 들어야 하는 장면을 추천해 보자면?

이상아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과 넘버가 다 좋아서 놓쳐선 안됩니다.

윤진솔  맞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셔야 해요. 그래도 굳이 말해보자면 저는 '손 내밀어 리프라이즈' 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둘이서 의지하고 또 다른 내가 나의 곁에 있어주고, 같이 울어주고 위로해 준다는 내용이 담겨있거든요. 우리 극에서 제일 포인트가 되는 내용이라서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상아  그 이야기를 하려고 공연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저도 가면 갈수록 그 곡을 할 때 느낌들이 너무 좋아서 이걸 하려고 공연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아요.

Q.  <유진과 유진>이 말하고 있는 가장 큰 메시지는 뭘까

윤진솔  "손 내밀어"

이상아  아이~ 참

윤진솔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두 명의 유진이 등장하지만 극 중 노래 가사에 보면 '또 다른 나 밖에 없다'는 게 그리고 큰 유진이 하는 대사 중에 '어린 시절에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우리밖에 없다'는 대사가 있어요. 30대의 내가 어린아이, 아픈 나의 어린 시절을 내가 제일 감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참 저도 보면 저의 어린 시절 모습들 중에 결핍이 있는 구석들이 있어요. 제 모습이지만 꼴 보기 싫었을 때가 있었거든요. 그걸 외면하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그런데 사실 주위에선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안 괜찮아하면서 저 스스로를 더 미워하고 그랬던 부분들이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되돌아봤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저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고, 그걸 맞보고 바꿀 부분들이 있거나 좋은 부분들에 대해서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런 것 같아요. 나를 마주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나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거요.

이상아  저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부딪히는 어떤 문제들이 있는데 그게 아프지만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해 나가는 게 있잖아요. 친구 혹은 저 스스로를 의지하면서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저는 이 공연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껴도 되게 자연스럽게 느끼고 담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억지로 만들어내는 공연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게 우리 공연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억지스럽지 않은 자유로움이요. 

Q.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어떻게 보면 앞서 두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상처를 받고 이겨내고, 치유하고, 극복해서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유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윤진솔  앞서 했던 말과 맥락이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 분명 좋은 사람들이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위로해 줄 수 있고, 사랑해야지 온전하게 서 있을 수 있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조금 더 잘 위로해 주고 보듬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그랬었거든요. 남한테는 되게 너그러운데 저한테는 되게 엄격하고 조그마한 실수에도 자책하고 미워하고 매일 저녁 이불킥을 했었어요. 그렇다고 나쁜 짓을 하고 난 괜찮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걸 제외하고 내가 나를 조금 더 믿어주고, 생각하고 보듬어주면 분명 더 건강하고 좋은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저도 생겼고, 그러다 보면 나뿐만 아니라 이제 주변 사람들도 챙길 수 있는 시야가 생길 거예요. 그러니까 꼭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오늘 힘든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이상아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가끔 괜찮지 않아, 근데 또 괜찮아질 거야"라고요. 오늘 안 좋은 일이 있다고 내일 또 그런 건 아니잖아요. 내일은 다 잘 될 거니까 힘을 내고 용기를 얻길 바라요. 내일 안되면 모레는 괜찮을 거예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그러고 보니 상아 배우는 지난 인터뷰 때 회식을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할 때 했었나.

윤진솔  그랬어요?

이상아  다 같이는 못했어요. 다들 공연도 하기도 하고 일들이 있다 보니까 다 같이 모여서 뭔가 회식 같은 걸 하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될 때마다 언니들이랑 이렇게 모여서 파티 정도? 밥을 먹기도 하고요.(웃음)

윤진솔  아무래도 공연을 하고 있다 보니까 다 같이 모이지는 못했고, 소소하게 식사는 하고 있습니다.

이상아  그래도 다음날 일정이 없다면 공연이 끝나고 나서 한잔하고 갈까라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많이 먹거나 마시지는 않아도 이런 자리에서 수다도 떨고 놀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