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제109화 -심쿵! 출생의 비밀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제109화 -심쿵! 출생의 비밀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국 나와 데이트할 티켓은 아무도 따지 못한 셈이다.

뒤에 나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더 개입하고 싶지 않아 모르는 척했다.

나는 그들이 사랑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욕망의 대상으로 나를 삼으려 하는 것이 불쾌했다.

세 사람 중에 가장 소극적인 오민준이 그나마 나를 덜 괴롭힌 축에 속했다.

그러나 오민준도 뒤에 한국 바이오 컴퍼니에서 만나서는 나한테 많은 큰 실망을 주었다.

아니, 실망을 넘어 혐오를 느끼게 했다.

나는 엄마와 변하진 사장의 권유로 한국 바이오 컴퍼니로 다시 옮겼다.

그러나 내가 어디로 가든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연구 과제가 있었다.

그것은 나노바이오에 관한 DNA 융합 연구였다.

 

변하진 사장의 한국 바이오 컴퍼니는 겉으로 보기에 잘 나가는 회사였으나 내막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회사에 들어온 뒤에야 알게 되었다.

변하진 사장은 개인적인 부채가 엄청나게 많았다.

그뿐 아니라 엄마한테서도 돈을 가져다 써서 아버지의 유산도 거의 다 없어졌다.

변하진 사장은 혼자서 끙끙거리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한테 은밀한 제의를 해왔다.

변 사장은 어떻게 알았는지 UEC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마도 조진국 사장한테 들었을 것이다.

나는 크리스틴을 끌어들여 UEA의 지원을 받도록 제안할까 하는 문제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고민하던 나는 엄마한테 상의를 했다.

엄마는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니까 무조건 찬성했다.

엄마와 변하진 사장의 사이는 세상 사람들이 알면 엄청나게 욕을 먹을 수도 있는 관계였다.

영지도 전혀 모르는 일이지만 엄마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부터 변하진 사장과 밀회를 해 왔다.

내가 한국바이오 컴퍼니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한 날 엄마는 한밤중에 내 방에 들어와서 내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는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거의 전부 변하진 사장한테 밀어 넣었기 때문에 빈털터리나 마찬가지였다.

“수지야, 너한테 꼭 해줘야 할 말이 있다. 이 말은 내가 무덤에 갈 때까지 입밖에 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엄마는 내손을 잡고 한참 있었다. 굉장한 결심을 한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이야긴데요?”

나는 심상치 않은 말을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마음이 편치 못했다.

“수지야. 미안하다. 엄마를 용서해 다오.”

엄마는 다시 말을 머뭇거렸다.

엄마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실은 너는 한수지가 아니고 변수지란다.”

“예?”

나는 너무 놀랐다.

 

엄마의 말을 잘못 듣지 않았나 해서 다시 물었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아버지의 딸이 아니란 말이야?”

“그렇단다. 너는 변하진 사장의 딸이다.”

나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머리 속이 하얗게 바래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끝내 아무 말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

엄마는 아버지와 결혼 한 뒤 1년 만에 나를 낳았다.

아버지는 물론 집안에서는 당연히 아버지의 딸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누구의 아이라고 단정하지 못했다.

결혼 전부터 엄마는 변하진 사장과 밀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변 사장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변 사장은 고아 출신으로 배경이 없는 외톨이였다.

그뿐 아니라 나이도 두 살이나 연하였다.

엄마는 부잣집 장남인 아버지 한일선을 택했다.

그러나 결혼한 뒤에도 엄마는 변하진 사장을 잊지 못했다.

두 사람은 아버지 몰래 밀회를 즐겼다.

변 사장을 아버지 회사에 취직 시킨 것도 엄마였다.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변하진 사장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자라 학교에 들어간 뒤에야 내가 변하진 사장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 딸인지 확신이 없던 엄마는 아버지 몰래 유전자 검사를 해 보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정자 희귀 증으로 임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엄마도 아버지도 터놓고 사실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엄마는 남자를 사귀었다.

엄마는 남자를 좋아했다.

나는 엄마가 자기 욕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불행한 여자라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면 영지는 누구의 딸이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