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규정위반 공매도 들통...김남구 경영총괄 리더십 타격
한국투자증권, 규정위반 공매도 들통...김남구 경영총괄 리더십 타격
  • 정연숙 기자
  • 승인 2022.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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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2017-2020년까지 3년 삼성전자 현대차 한국전력 KB금융 등 공매도
윤석열 대통령 '공매도 불공정 해소' 공약사항...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공매도 규제 발언
김남구 회장 @뉴시스
김남구 회장 @뉴시스

한국투자증권이 규정을 위반해 공매도(空賣渡, short stock selling)를 했다. 공매도는 채권이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짜 매도인 것처럼 속이고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2020년까지 3년간 삼성전자, 현대차, 한국전력, KB금융 등의 대형주를 공매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매도 불공정 해소'를 공약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공매도 거래금지 할 수 있다'는 의미의 말을 취임식에서 밝힌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장기간 공매도가 발생하면서 경영 총괄을 맡고 있는 김남구 회장이 곤혹스런 상황이다. 금융기관으로써 신뢰 추락이 예상된다.  

국민일보는 28일 <[단독]한투, 규정 위반해 삼성전자 2500만주 공매도>제하 기사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주식들을 공매도해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해당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한국투지증권은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년3개월간 939개사 1억4089만주(5조9504억원어치)에 대해 공매도를 실행했다는 것. 

삼성전자의 주식 2552만주를 3년간 공매도했다.  한국투자증권이 공매도 제한을 위반한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했다. 2017년 11월 286만1000원(수정주가 5만722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 하락 영향이 겹치며 2020년 3월 4만2500원까지 급락했다. 이어 SK하이닉스(385만주), 기아차(179만주) 셀트리온(109만주) 신한지주(279만주) 미래에셋대우(298만주) 삼성중공업(285만주), 세종텔레콤(269만주), KB금융(244만주), 한화생명(227만주), 우리금융지주(209만주), BNK금융지주(201만주) 등을 공매도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불법 행위에 개인투자자들만 애간장을 탔던 것으로 보인다.  합법적인 공매도도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데 비정상적인 공매도까지 덮쳐 평가손이 확대됐다는 불만이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특정 기관만의 문제가 아닌 증권사·금융당국의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 문제”라고 했다.

이어 “시장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공매도는 그 자체로 시장교란 행위”라며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고질병인 불법 공매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비공개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 당국은 그동안 이를 적발해도 과태료 등 낮은 수위의 처벌만 단행했다. 3년간 공매도를 했던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과태료는 10억원에 불과하다. 수익에 비하면 조적지혈이라는 비판이다.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됐다. 개정안은 공매도 관련 법규 위반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징역 또는 벌금형 선고도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황. 2021~2022년 적발된 22개 기관은 모두 과태료를 부과받았을 뿐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은 피해갔다.

한국투지증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호가 표기를 하지 않아 마치 실매도인 것처럼 시장에 물량이 나온 사고”라며 “주가조작·시세조종 등 목적이 아닌 직원의 단순 실수가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무차입공매도가 아니었다는 점과 삼전 하루 거래량이 700만주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사고가 주가에 실질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  공매도 1회에 그쳤다면 직원의 단순 실수로 볼 수 있지만, 2017년에서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공매도가 발생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10여개가 넘는 회사가 공매도 대상이 됐다는 점 때문이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주요 투자방법이다. 물건을 우선 팔고 나중에 그것을 사서 넘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가격이 내려가면 이득을 보고, 가격이 오르면 손해를 본다. 개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주식시장 전체의 투자심리를 강하게 위축시킨다고 보고 있다. 미리 공매도를 쳐놓은 쪽은 어떻게든 주가를 떨어뜨려야 이익을 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어떻게든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쁜 소문이나 루머, 불리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차별적으로 유포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의 공매도 전문투자업체인 헤지펀드 머디 워터스는 최소한 팩트는 수집한 다음 기업 상태 파악해 공매도를 한 뒤, 회계부정 등을 폭로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하락시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거래마다 일일이 빌린 주식을 확인하기 어렵다. 각 금융투자사가 시스템상 빌렸다고 표기하면 공매도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이런 시스템에서는 악의를 가진 투자자가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해도 당국이 즉시 알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주식 공매도 전담 감시기구를 만들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실시간 점검하고 이와 연동한 금융당국과 검찰과 연동한 수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행 공매도 시스템은 자금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무차입 공매도는 확실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도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국인과 기관들보다 불리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공매도(空賣渡, short stock selling)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다. 이는 고평가된 종목의 주가를 진정시키고 하락장세에서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 다만, 공매도 시스템이 자금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개선책이 나오기 전까지 이를 금지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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