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금속, 영풍제지 인수 '무리수'로 유동성위기 맞을 수도
대양금속, 영풍제지 인수 '무리수'로 유동성위기 맞을 수도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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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현금은 인수대금에 턱없이 모자라…외부자금 조달 불가피
접점없는 분야 진출로 시너지효과 안 나타나면 재무부담 가중
영풍제지 주가 급락에 기업가치 '반토막'…계약 재논의 가능성

창사 이래 스테인레스강 생산에 전념해온 대양금속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골판지 제조업체 영풍제지를 인수한 것과 관련, 인수대금을 모두 치르고 M&A를 최종 완료하기 전까지는 계약이 깨질 수도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양금속의 인수능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양금속이 현금 사정에 여유가 있지도 않으면서 기존 사업영역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는 골판지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재무부담 가중으로 결국 독배를 마신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 과정에서 계약협상이 원점에서 재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양금속은 PEF(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보유 중이던 영풍제지 지분 50.55% 및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14일 체결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대양금속은 SPC인 그로쓰 제일호 투자목적주식회사가 보유한 영풍제지 주식 1122만1730주를 약 1289억원에 매수키로 했다. 대양금속은 이미 계약금 129억원을 지급했고 나머지 1160억원은 오는 10월 14일까지 납입해야 한다.

대양금속은 이 말고도 이관형 영풍제지 대표가 보유한 보통주 9만5000주를 약 11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인수가액은 모두 13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양금속은 현금 사정이 넉넉지 못해 인수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120억원 수준이고 보유한 단기금융상품을 매각해 133억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모두 끌어모아도 253억원에 그쳐 인수대금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런데 단기차입금(21억원), 유동성전환사채(80억원) 등 1백억원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어 가용자금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대양금속은 이에 따라 전환사채(CB)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1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269만1186주로 주당 가액은 4459원이다. 전환청구는 2023년 5월 17일부터 2025년 4월 17일까지 가능하다. 회사 측은 CB를 발행하며 "신규사업 투자를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즉 영풍제지 인수자금용이다.

대양금속 공장 전경.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대양금속 공장 전경.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물론 대양금속이 상장사라는 점에서 여려 경로를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인수자금이 모자라면 추가로 CB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으로보고 있다. 그래도 부족하면 인수금융, 브릿지론 등 대출 비율을 높이거나 PEF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인수 의도에 회의적이다.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하려는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양금속의 최대주주인 대양홀딩스컴퍼니가 대양금속을 인수할 당시의 자금조달 사례가 소환되면서 시장의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대양홀딩스컴퍼니는 지난 2019년 8월 23일 설립돼 경영컨설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2020년 4월 15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양금속 보통주 732만 6,007주를 인수했고 이후 보통주와 우선주의 양수도를 통해 최대주주(34%)에 올랐다. 인수 당시 자금이 넉넉지 않았던 대양홀딩스컴퍼니는 주식을 담보로 한 제2금융권 대출을 통해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무자본 인수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때문에 시장의 눈은 대양금속의 자금조달방식에 쏠려있다.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무리하게 끌어올 경우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인수절차가 진행되는 과정과 자금조달의 투명성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 문제는 영풍제지 주가의 급락이다. 이는 기업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져 인수대금에 영향을 미쳐 계약이 백지화될 수 있는 위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대양금속의 인수발표 후 영풍제지 주가는 절반 수준으로 폭락해 대양금속이 인수를 이어갈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 대양금속의 인수 발표 이후 영풍제지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26일 종가는 7700원으로 공시 직전인 14일 종가(1만3050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에 따라 대양금속이 인수한 지분 50.55% 가치가 1464억원에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계산이다. 대양금속이 인수가를 다시 저울질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파기 카드를 꺼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새 주인 찾았는데 영풍제지 주가가 폭락한 원인은 사업 영역상 두 기업의 접점이 전혀 없어 시너지 기대감이 사라진 때문이다. 올 초부터 애타게 기다리던 인수자를 비로소 찾았지만 영풍제지의 주가가 이처럼 저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새 주인이 되는 대양금속과 사업 시너지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골판지 산업 구조의 특성상 원자재부터 최종 제품인 골판지 상자에 이르기까지 일관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같은 기대가 아예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제지업계는 제지기업이 새주인이 될 경우 지종 다각화를 통한 사업 시너지 등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모두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그동안 인수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는 대양금속이 최종 인수자가 되면서 이같은 기대감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실망 매물이 줄줄이 쏟아져나오면서 주가가 하락을 거듭했다.

대양금속 측은 아직까지는 영풍제지 인수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주가는 시장에서 평가하는 부분이고 내부에서는 주가와 상관없이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금 조달계획도 이미 짜여 있고 이를 감안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어서 주가의 등락과 계약은 현재로서는 상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양금속은 무리한 인수가 결국 독이 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 듯한 대답이다.그러나 그 결과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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