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장, '불법 정치자금' 연루에 탈세 문제까지 불거져 '중도하차론' 급부상
국세청이 KT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KT의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불법후원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영화에도 공기업 성격이 강해 세무회계에 모범을 보여할 KT가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매입해 되 파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국세청은 이 말고도 변칙회계 처리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서둘러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내년 연임을 노리는 구현모 사장의 경영권 연장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상품권 깡’ 사건 연루로 사장 정통성 시비에 휘말려 거취를 결정하라는 압박에 놓인 구 사장이 회사의 탈세 혐의까지 불거져 '탈세' 불명예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거센 퇴진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중도퇴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14일 세무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부터 광화문에 위치한 KT 사옥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인력을 투입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달 초에 KT에 세무조사 계획을 통보하고 이날부터 현장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통상 5년마다 실시되는 정기 법인세 조사는 사전에 통보된다는 점에서 이번 KT 세무조사는 정기세무조사로 보인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외부압력이나 청탁 로비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과 KT를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과 서울지방국세청이 교차로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토착 세력과 세무 관서 간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교차세무조사는 일반 세무조사 보다 강도가 훨씬 높은 특징을 띈다.
국세청은 철저한 조사를 위해 첨단탈세방지팀을 투입했다. KT가 첨단 IT기술이 집약된 통신기업이라는 점에서 세무요원들이 업무내용을 제대로 파악해 회계처리 과정이나 내용의 적절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조사요원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KT가 상품권 깡에 의한 정치자금 불법 후원으로 관련 전·현직 임직원이 최근 유죄판결을 받은 점을 감안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변칙회계에 의한 탈세 여부에 조사의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KT는 ‘상품권깡’으로 2014년부터 2017년 까지 비자금 11억5000만원을 조성한 뒤 이 가운데 4억37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금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구 사장 역시 2016년 9월 KT 전 CR지원실 실장 등 대외업무 담당 임원으로부터 지인 등 명의로 정치자금 기부를 요청받자 이를 승낙하고, KT 비자금으로 구성된 자금 1400만원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벌금 1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와 관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조사결과 KT가 자선 기부금, 제3자 지급, 임원 상여금, 기프트 카드 구매 등에 대한 내부 회계 감시가 부족했다고 보고 350만달러(42억4000만원)의 과징금과 280만달러(34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해 이것이 회사의 손실로 이어지면서 구 대표의 경영능력이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자금 불법 후원 연루로 대표 자격론에 휘말려 있는 구 사장이 이번에 세무조사라는 돌발악재를 만나 KT 새노조 등에서 퇴진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시민단체와 KT 새노조는 얼마 전 KT 전·현직 임직원들이 ‘쪼개기 후원’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구 사장이 거취를 결정할 때라고 비판했다.
그 역시 이 연루된 데다 SEC과 제재금 합의로 회사에 큰 손실을 초래한 만큼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새노조의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KT가 SEC과 합의한 해외부패방지법 위반혐의 제재금 76억원은 결국 KT의 손실로 돌아왔다며 구 사장을 비롯한 책임 있는 임직원들에 변제와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KT 새노조도 구 사장이 연임을 의식해 불법 정치자금 후원 사건 등에서 빠져나가려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거취를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구 사장이 KT를 계속 이끌고 나가기 어려운 리더십 위기에 처한 만큼 를 맞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연임은 고사하고 빠른 시일 안에 거취표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 구사장이 정치자금 불법 후원문제에 사고를 미루면서 계속 발뺌하는 것은 국민기업 KT의 ESG 경영 취지에도 안 맞고 회사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드는 일“인데 이번에 탈세 문제마저 불거져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