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06화 - 욕정 없는 인간
[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06화 - 욕정 없는 인간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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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휴가의 이튿날도 나에게는 그렇게 유쾌한 날이 아니었다.

권익선은 여전히 높은 파도와 싸우느라 거의 하루를 보냈다.

유성우는 나와 린윙을 데리고 해변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수영복 차림으로 뜨거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다니며 바람을 쐬기도 했다.

유성우는 틈이 있을 때마다 나한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언제나 곁에 붙어 있는 린윙이 방해가 되어 좀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저녁 무렵.

수평선 너머로 지는 태양이 장엄한 노을을 연출했다.

하늘이 온통 핏빛으로 물든 것 같은 호놀룰루의 황혼은 감동적이었다.

나는 종일 마신 맥주로 노곤해진 몸을 선탠 벤치에 뉘고 노을을 감상했다.

그러다가 한참 만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왔는지 권익선이 내 곁에 서서 내 모습을 핸드폰에 담고 있었다.

“오빠, 뭐하는 거야.”

권익선이 나의 수영복 차림의 모습을 마음대로 찍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것 같은 네 모습이 정말 순수해 보였어. 마음을 비운 듯한 아름다운 표정, 그걸 영원히 잡아 놓고 싶었어. 정말 근사해. 너한테 전송해줄게.”

권익선이 사진을 보내주었다.

나는 기분이 풀리지 않아 일부러 열어보지 않았다.

“유성 오빠와 린윙은 어디 갔어?”

“호텔로 들어갔어.”

“게임?”

“오락실에 간다고 했는데 룸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는 없지.”

권익선은 야릇한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룸에 ?”

나는 어젯밤 일이 생각났다.

@하와이관광청
@하와이관광청

린윙과 권익선이 달빛 아래서 벌이던 섹스 장면이 머리에 떠올랐다.

“린윙은 성우를 좋아 하잖아. 아마 룸에 가서 밀회를 즐길지도 모르지. ㅋㅋㅋ.”

나는 권익선이 쿡쿡거리며 웃는 모습에 정말 화가 나려고 했다.

어제 밤 섹스 파트너가 오늘 자기의 친구와 함께 룸에서 섹스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나는 화가 치솟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린윙에게 남자 둘을 뺏긴 것 아닌가 하는 상실감도 슬쩍 들었다.

질투일까?

얼굴로 보나 몸매로 보나, 공부 실력으로 ㅗ나 내가 린윙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자 둘을 다 차지한 린윙이 승자이고, 내가 패자란 말인가.

나는 별 유치한 생각을 다했다.

나는 하와이 빌리지 호텔에서 한 경험으로 유성우와 권익선, 그리고 린윙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내리게 됐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나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유성우나 권익선과는 결코 짝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왜 결사적으로 여자를 짝으로 삼으려고 하는가?

남녀는 사랑을 하면 왜 섹스를 해야 하는가.

나는 버지니아로 돌아와서 워싱턴DC에서 유명한 나노바이오 연구소에 근무하는 크리스틴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이튿날 알렉산드리아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크리스틴은 만나자 마자 나한테 책 한 권을 보여 주었다.

-Goble of Truth

(진리의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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