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부동산대책 그 이후 주가는
8·31부동산대책 그 이후 주가는
  • 김종남 기자
  • 승인 2005.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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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달라, 증시 자금유입 기대

부동자금 증시로 물꼬 틀까

과거 18차례 대책 발표직후 대부분 주가 하락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8·31 부동산 대책 이후 아직 부동산 시장의 뭉칫돈 증시 유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형증권사 강남지점장들은 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전후로 새로 유입된 자금은 거의 없으며 단기간에 부동산시장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체로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적립식 펀드 세제혜택을 비롯한 증시 쪽으로 자금을 돌릴만한 유인책이 없었던 데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자금은 성격이 달라 대체효과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8일 12조151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지난달 30일에는 11조802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줄었다.

◆8·31효과 아직은 나타나지 않아
장윤현 현대증권 개포지점장은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후로 눈에 띄는 자금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주식에서 수익을 낸 고액 고객 가운데 건물이나 상가를 구매하려다가 포기한 경우는 더러 있다”고 밝혔다.
김종태 대우증권 도곡지점장도 “지난 몇달 동안 고객들의 투자총액이 늘었지만 부동산자금이 전환된 것은 아니며 주가가 1000포인트에 안착하면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 지점장은 “부동산 투자자들은 정부 대책에 즉각 반응하기 보다는 당분간 정부의 집행 의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부동산 투자자금과 주식투자 자금은 성격이 달라 단기간이 쉽사리 유입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공식적인 발표 이전에 언론을 통해 부동산 대책의 윤곽이 미리 알려져 증권사 지점은 별다른 동요가 없는 상태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주가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과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주가 하락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과거에는 주식시장이 중장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한화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7년 이후 정부에서 18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그 후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78년, 83년, 90년, 2002년 등 부동산시장이 고점을 찍을 무렵 정부의 주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주식시장은 하락 곡선을 그렸다.
18차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1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9차례, 상승한 경우는 9차례로 균형을 이뤘으나 6개월 뒤에는 주가가 11차례 떨어지고 7차례 올라 하락한 경우가 더 많았다.


78년 8·8부동산 억제대책이 발표된 이후 1개월 동안은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다가 6개월 뒤에는 발표시점 기준 20.7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9월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1개월 동안 주가가 1.93% 상승했지만 6개월 뒤에는 17.13%나 하락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개월 기준으로 보면 부동산 대책이 주가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책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주가가 대세 하락하는 동안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주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부동산 대책의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해 버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75년 이후 자료를 보면 주가가 크게 상승한 이후 토지가격이 뒤늦게 오른 경향을 보였다. 부동산은 주가보다 늦게 오를 뿐 두 지표의 방향은 대체로 일치했다.
이 센터장은 “먼저 주가가 오르고, 금리와 부동산이 차례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주식은 경기에 선행하는 반면 부동산은 후행하며 주식은 적은 유동성으로 상승이 가능하지만 부동산은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 고점일 때 정책 발표돼 효과 적어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가가 떨어진 경우가 많은 것은 부동산시장이 고점을 찍을 무렵에 정부 대책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2002년 9월 부동산종합대책과 89년 2월, 90년 5월 간격을 두고 발표된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83년 세차례 발표된 부동산 투기억제대책과 78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취해진 8·8 조치도 마찬가지다.


그는 “정부의 주요 부동산 대책은 대체로 주식시장이 대세 하락하는 동안, 부동산시장이 고점을 향해 달려갈 때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일부 지역 주택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상황에서 정부 대책이 발표됐으나 주식시장은 올해 초 이후 대세 상승을 이어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 곳곳에서도 이번에는 부동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만큼 주식시장의 매력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달라, 주식시장 자금 유입 기대
김선열 삼성증권 Fn아너스(Honors) 청담지점장은 “단기적으로는 어렵겠지만 국내 기업의 이익구조 안정과 주주 우선정책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장기적으로 부동산자금의 증시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은 위험 없는 고수익 투자처였으나 이제는 상당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투자로 인식이 전환될 수 있다”며 “특히 토지부문 실거래가과세와 1가구2주택 중과세정책은 상당히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자금을 끌어 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증권 김 지점장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자금인 부동산자금이 단기 부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 자금을 제도권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주는 장기 채권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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