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女직원 성추행 파문... '포스트 최정우' 김학동 스스로 징계...무너진 신뢰 회복 쉽지 않을 듯
포스코 女직원 성추행 파문... '포스트 최정우' 김학동 스스로 징계...무너진 신뢰 회복 쉽지 않을 듯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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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유포적 태도가 기업 신뢰 추락...임원 6명 징계, 관련자 추후 징계
노조 "왜곡된 성문화가 기업 신뢰 추락...최정우 회장 책임져야"
김학동 부회장 @포스코
김학동 부회장 @포스코

포스코홀딩스(최정우 회장)가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등 고위직 임원 6명을 중징계했다.  사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은 사태 수습에 나선  것. '포스트 최정우'로 불리던 김 부회장이 직장 내 성폭행 문제가 불거져 위기를 맞고 있다. 차기는 이미 "물 건너 갔다"는 평가이다.

포스코는 28일 "전날(27일) 사건 피해자와 관련 직원에 대한 관리책임을 물어 임원 6명에 대해 중징계했다. 관련 직원 4명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7월 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징계 대상은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과 부사장급인 생산기술본부장, 포항제철소장 등 6명이다. 김 부회장은 최고 책임자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징계를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동의 없이 피해 여성의 집에 찾아가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지목된 임원 2명도 징계에 포함됐다. 다만 6명의 임원에 대한 징계 수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자 4명에 대해서도 금주 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성 윤리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해 종합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합대책 수립에 앞서, 향후 성 비위 발생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한 ‘선(先) 인사조치, 후(後)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후속 대책도 내놨다. 포스코는 ①피해자 선호에 따라 사내·외 법률·심리상담 전문가 지정 운영 및 의료 지원 ②외부 전문기관의 성 윤리 조직진단 ③소수 직원 독립 근무장소 외부 전문가 진단 및 개선 ④양성평등 조직문화 자문단 운영 ⑤최고 경영층 핫라인 구축을 통한 신속한 초동 대처와 피해자 보호 등을 즉시 시행하겠단 계획이다.

앞서 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상사 3명을 성추행 혐의로, 선임 직원 1명을 특수유사강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에 따르면 상사 3명은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회식 장소와 사무실 안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것. A씨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선임 직원은 지난달 29일 오전 3시쯤 A씨의 집으로 찾아가 도움을 청한 뒤 따라 들어와 폭력을 행사하고 성폭행했다.

◇포스코 뒷북 사과...리스크 관리 한계

포스코는 사건이 처음 공론화 될 당시에도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사건 관련 MBC가 취재에 나선 뒤, 피해 여성에게 언론 제보에 대해 압박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됐다.

포스코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일주일이 지나서야 고위직 임원 징계로 뒷북 수습에 나섰다. 뒷북 사과인 셈. 골든타임이 지났다. 

김정희 포항여성회 회장은 "외부 전문가의 의견도 들을 수 있도록 포스코를 개방해야 한다. 사내 성폭행은 기업과 사업주의 책임이 크다. 예방조치를 못한 이유에서이다. 향후 강력한 대응 조치, 예방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과 여성단체에는 포스코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다른 여성 직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의 왜곡된 성문화가 기업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노조는 최정우 회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해 여성도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 폐쇄적인 조직 문화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 여성 A씨는 "포스코 내에서 성 관련 피해 여성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기업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피해자가보호받을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고삐풀린 아랫도리 무너진 후계구도

포스코의 기업 윤리는 땅 끝 추락했다.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유보적 태도로 방관했기 때문. 수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언론 보도로 여론에 지탄을 받았다. 결국 책임자 징계와 관련자 징계 등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스트 최정우'로 차기 회장 물망에 올랐던 애먼 김학동 부회장만 날라갔다는 지적이다. 리스크 관리 못한 책임을 스스로 물은 것.  최고경영자로서 자신 스스로 징계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통과 전문성을 가진 철강 전문가 평가를 받던 김 부회장은 직원의 성폭행 사건으로 한 순간에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는 모양새이다. 직장 내 성폭행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갑기 때문. 스스로 징계를 통해 책임을 졌다고 하지만, 성 문제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에 책임을 묻는 ESG경영이 바로 그것. 포스코에서 발생한 성 관련 사건은  ESG경영을 역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업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고 했다.

이어 "리스크가 발생하면 곧바로 처리하는 것도 최고경영자의 능력이다. 방관하다 사건을 키웠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며 "현 최정우 회장이나 차기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포스코는 리스크 관리에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김선제 교수는 "포스코는 선조들의 피와 땀인 대일청구금이 자본금이 됐다.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민영화됐다. 포스코가 국민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라고 하는 것 부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1세대 경영진들까지 나서 최정우 회장을 비토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본분을 되살렸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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