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04화 - 난생 처음 본 장면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04화 - 난생 처음 본 장면
  • 조경호
  • 승인 2022.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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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 나서 도어를 쾅 닫았다.

나는 방에 들어와서도 화가 풀리지 않아 옷을 훨훨 벗었다.

그리고 샤워실로 들어가 냉수를 흠뻑 뒤집어썼다.

‘나를 느낀다고? 어떻게 느낄 건데? 내가 음식이야?’

사랑하면 사랑 고백을 할 일이지, 느낀다니 무슨 모욕적인 말인가.

물을 뒤집어써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성우 오빠가 평소에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 아닌가?

내가 유성우의 욕망의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 불쾌했다.

나는 좀체 진정이 되지 않아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프런트로 갔다.

로비에 앉아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남자란 여자를 모두 자기 욕망의 대상으로 보는 것일까?’

나는 일어나서 해변으로 나갔다.

공기가 서늘했다.

보름에 가까운 달빛이 심야의 모래 사장 위에 하얗게 부서졌다.

북적이던 낮과는 달리 너무나 적막했다.

나는 샌들을 벗고 맨발로 모래 위를 천천히 걸었다.

유성우의 평소 태도를 되새겨 보았다.

그의 모든 행동이 오늘 밤 그가 말한 ‘나를 느끼기 위해’ 하던 행동 같았다.

집을 떠나 타지에 오면 마음이 들뜨고 대담해진다고 선배들이 하던 말이 생각났지만 그래도

불쾌한 기분이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때였다.

10미터쯤 앞에 있는 벤치에 사람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낮이면 선탠을 즐기는 벤치였다.

남녀가 포개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좀 더 가까이 가서 보았다.

발가벗은 남녀가 벤치 위에 있었다.

섹스에 열중하느라고 내가 다가가도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호텔 방을 마다하고 왜 여기서 저러고 있을까?’

남녀의 사랑 행위를 직접 목격 한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나는 야릇한 기분으로 그들을 더 지켜보았다.

“오빠, 이건 비밀이야. 우리 아버지 눈치 못 채도록 해야 돼.”

나는 목소리를 듣고 깜작 놀랐다.

남자 밑에 있는 여자는 린윙이었다.

“알았어. 실은 너하고 사귀고 싶긴 해도 성우 때문에...”

상대는 권익선이었다.

권익선은 린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린윙이 접근하면 슬슬 피하던 사이 아닌가.

“오빠가 나를 끌고 이리 올 때 나는 혼나는 줄 알았어. 오빠는 수지를 더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린윙을 사귈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던 권익선이 먼저 린윙을 유혹했다는 말 아닌가.

평소에는 나한테 목숨을 걸 정도로 다가오려고 하던 남자 아닌가.

정말 남자의 마음이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란 욕망만 추구하는 걸까?

남자는 싫던 좋던 여자를 자기 욕정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일까?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한 없이 달렸다.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금방 잠이 오지 않아 눈만 감고 누워 있었다.

문득 지난달 어느 모임에서 만난 이상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노 바이오 학술 강연회에 갔다가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크리스틴이라는 여자를 알게 되었다.

스페인에서 왔다는 그 여자는 화장도 하지 않고 목이 감추어지는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다.

마치 중세의 수녀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저는 로즈 크리스틴이라고 합니다. 나노 바이오를 연구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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