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채희봉 사장 14박17일 외유성 출장 의혹...산자부, 관광일정 짠 애먼 담당자만 경고
가스공사 채희봉 사장 14박17일 외유성 출장 의혹...산자부, 관광일정 짠 애먼 담당자만 경고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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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짠 실무진과 기관 대상 경고 조치
산업부 '실제 관광 없다'는 해명 수용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모럴헤저드는 심각하다.  한국가스공사(채희봉 대표) 직원들이 출장 중에 업무와 무관한 관광 일정을 계획해 산업통상부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비공식 관광 일정을 세운 담당자와 기관만 경고조치를 받은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가 지난 4월 7일에 보도하면서 공개했던 영수증과 휴일 일정에서 차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제기된 채희봉 사장 등 관계자 6명의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 감사를 진행한 결과, 비공식 관광 일정을 세운 실무 담당자와 기관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채 사장을 비롯한 가스공사 직원 6명은 지난 2월15일부터 3월3일까지 14박17일 일정으로 출장을 갔다. 출장 장소는 멜버른, 브리즈번 등 호주 주요 도시이다.  목적은 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소 확보를 위한 현지 기업을 방문하고 협업과 공동사업 추진한다는 것. 

출장계획서부터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현지 기업과 MOU체결 등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 추후 사업 파트너 모색하는 수준이었다. 일반적 기업이라면 추후 사업 파트너 모색에 사장 등 임원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전무하다.  경영진은 실무진끼리 업무 협약을 마무리하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출장계획에는 14박 17일 일정이 모두 드러나 있다. 2월 16일 브리즈번에서 퀸즐랜드 주정부를 면담한다. 2월 17일 호주 현지 기업 중 하나인 S사를 방문한다.  출장 기간에 모두 13곳의 현지 기관을 방문한다고 계획이다.

산업통상부 감사 결과, 16개 현지 기업과의 직접·화상 면담을 가졌다. 현지 기업 현장 5곳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가스공사 실무진이 출장 준비 과정에서 주말에 오페라하우스 등 현지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을 짰다는 것.

한국탐사저널리즘 뉴스타파가 입수한 출장계획서에 따르면, 2월 19일 토요일에는 유명 해변 관광지인 바이런 베이의 등대를 산책한다.  점심 식사 후 오후 3시부터는 호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골드코스트를 방문한다.  2월 20일 일요일에는 ▲오전 국립공원 산책, ▲오후 누사헤드 해변 산책 일정이 기재돼 있다.  2월 26일 토요일에는 ▲시드니 블루마운틴 등 산책, ▲점심 코스 요리, ▲오후 쓰리 시스터즈 전망대 방문 등이 적혀있다. 2월 27일 일요일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방문 및 로얄 보타닉 가든 산책, ▲오후 옵션 관광(헬기 투어, 왓슨스 베이, 본다이 비치 중 택일)이 적혀있다. 

뉴스타파는 채 사장 등 가스공사 임직원이 출장계획서에 적힌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는지 확인한 결과, 방문 대상 현지 기업 12곳 중 6개 기관에서 답변이 왔는데, 3곳에서는 애초에 가스공사와 만날 계획이 없었거나 면담 일정이 취소돼 면담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가스공사가 보내온 출장 관련 답변서를 분석한 결과, 채 사장 일행이 호주 출장에 사용한 공사 예산은 모두 1억 2천만 원(127,318,373원)이라고 밝혔다. 항공료(약 4천 6백만 원), 숙박비(약 3천 2백만 원), 차량 비용(차량 2대, 기사 포함해 30,720,639원)이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외유성 출장 논란이 제기됐다. 가스공사는 채 사장 일행은 2월 19일 토요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인 풀만 호텔에서 보내며 회의와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20일 일요일에는 골드코스트 일대를 산책했다.  26일 토요일 저녁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을 산책했다. 27일 일요일은 휴식 및 개인시간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감사 결과 출장단이 계획한 업무 일정을 정상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관광이 이뤄졌는지를 떠나 출장 목적 외 현지 관광계획을 세운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산업부 감사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식당 영수증과 숙소와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산책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월 19일 토요일 점심식사를 한 B식당은 채희봉 사장 일행이 체류하던 브리즈번 풀만 호텔에서 최단 거리 기준으로 3.5km 떨어진 곳이다. 다음날인 20일 일요일에 방문한 관광지 골드코스트는 해당 숙소에서 78km 가량 떨어진 곳이다.  20일 일요일 저녁식사를 한 K식당 영수증은 골드코스트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외유성 논란에 대해 가스공사는 감사 과정에서 논란의 비공식 자료는 출장을 준비하던 실무진이 휴일 일정이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든 보조자료라면서 실제론 관광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경영진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산업부도 채 사장을 비롯한 출장단에 대한 직접 징계는 하지 않았다. 다만 비공식 관광 일정을 짠 관계자와 가스공사에만 경고조치했다.

산업부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출장 자체는 목적에 맞게 이뤄졌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목적에 맞지 않는 (관광) 일정을 일부 포함하고 이게 언론 보도로 알려지게 해 조직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고려해 (일정을 짠) 담당자와 기관에 대해 경고 조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외유성 출장이란 일각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그린수소 협력을 위한 출장이었고 출장 비용도 여비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코로나 시국 기관장 해외 출장 일수 독보적 1위

뉴스타파는 채희봉 사장의 17일간 호주 장기 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기업 기관장이 수행한 국외 출장 중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2년간 공기업 기관장의 해외 출장 현황을 살펴 본 결과,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 모두 6회로 동일했다.  일수 기준으로 살펴볼 경우 한국가스공사 기관장의 국외 출장 일수가 52일로 나머지 두 공기업에 비해 2배나 많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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