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우란 문화 재단’ 우란 2경에서 성공적인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였던 창작 뮤지컬 <렛미플라이>가 2년만에 대학로 무대서 관객들을 만났다.
작품은 1969년의 어느 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남원’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담긴 편지를 받게 되고, 기대에 부푼 ‘남원’은 사랑하는 ‘정분이’와 함께 서울에 갈 약속을 하게 되는데,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순간 점점 커지는 달을 마지막으로 ‘남원’은 쓰러지고, 눈을 떠보니 2020년의 어느 날로 이동했다.
‘남원’을 잘 알고 있다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낯선 2020년에 적응해 가지만 ‘남원’은 어떻게든 사랑하는 ‘정분이’가 있는 1969년으로 돌아가려 고군분투한다. 과거로의 통로를 찾기 위한 미래탐사를 시작하며 선보이는 ‘남원’과 주변 인물들의 고군분투기는 재치 넘치는 코믹 요소와 탄탄한 드라마로 관객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클래식과 어쿠스틱의 따뜻함과 대중음악의 밝은 색깔을 기반으로 알앤비, 힙합, 재즈 등의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킨 다채로운 넘버들은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이끄는 드라마에 듣는 재미를 더했다.
해당 인터뷰는 앞서 진행한 [[인터뷰] 배우 홍지희 "좋은 기회, 놓칠 수 없었던 '렛미플라이'"]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Q. 같은 역할에 두 명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사실 다 너무도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들인 것 같은데
홍지희 맞아요. 아마 보시는 분들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저는 제가 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저를 잘 모르겠고, 관객분들이 더 잘 아실 거 같아요. 다른 두 배우, 나하나 배우나 신혜원 배우는 연습 때부터 연기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정말 좋다였어요. 참 좋다 저렇게 생각을 하고 저렇게 표현을 할 수도 있구나 이런 걸 느꼈죠. 그런데 사실 저는 어떤 작품에서 특별한 걸 연기하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대본에 충실하고 제가 연기하는 인물에 최선을 다해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제일 노력해요. 공감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느냐, 얼마만큼 그 인물처럼 생각하고 행동을 할 수 있나. 그 모든 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가가 중요해졌다랄까요. 그래서 특별하게 뭔가를 만들고 보여주겠다는 건 없었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캐스팅이 너무 잘 된 것 같았어요. 하나 배우나 혜원 배우나 모두 다 정분이와 맞닿아있는 면들이 많았고 정말 순수하고 정분이스러운 모습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저도 저런 에너지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오히려 제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라기보다는 연습할 때부터 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동료 배우로서 서로를 응원했다랄까요.
Q. 청년 남원역에 두 배우가 함께하고 있는데, 이들은 어떤가.
홍지희 이 둘도 정말 캐스팅을 잘한 것 같아요. 지환이나 재범이나 제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을 많이 알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 보기 드물게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이 역할이랑 정말 너무 잘 맞다랄까요. 지환이 같은 경우에는 진짜로 되게 유연한 배우라서 무대에서 제가 어떻게 하던 그냥 신뢰가 가고 믿음이 가요. 어떻게 해도 그냥 편안하게 잘 받아주고, 재범이도 정말 잘 받아주고요. 그냥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남원이에요. "너네는 진짜 그냥 남원이야"라고 말을 했을 정도로 정말 두 배우 모두 공연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첫 공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같은 무대에 올라가는 저로서는 정말 너무나도 고마운 파트너가 아닌가 싶었어요.
Q. 공연 중에 애드리브가 허용되는 편이었을까
홍지희 다는 아니고 애드리브가 어느 정도 허용되는 구간이 있어요. 세트를 옮길 때라든지 그럴 때 노인 남원이나 청년 남원이 조금씩 애드리브를 넣기도 하죠. 저는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연결을 더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더라고요.
Q. 많은 질문을 받았을 것 같은데,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
홍지희 세 번째로 받는 것 같은데, 공연하기 전 프로필 촬영 때 저는 과거로 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진짜 어릴 때 그냥 막 아장아장 걸었던 아기로 가보고 싶다고요. 지금 제가 생각하는 의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상태로 아기로 돌아간다면 세상이 더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공연이 시작된 이후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미래로 가보고 싶다고 했죠. 지금 현재를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래로 가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지금은 그냥 과거나 미래 모두 가고 싶지 않아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해도요. 저는 그냥 현재가 제일 좋거든요. 항상 하는 말이 지금이 제일 좋다는 말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보니 과거는 돌아가고 싶지 않고, 미래를 미리 안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바뀌거나 달라지지 않을 거고 특별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 지금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Q. 현실을 직시하는 편일까
홍지희 저는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랄까요.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서는 되돌아보지 않지만, 다가오는 일들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도 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냥 지금 좋은 게 있으면 좋은 걸 최대한 즐기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한 삶을 살기 위해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진짜 그렇게 되고 있는 것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Q. 실수나 후회는 빠르게 털어내는 편인가?
홍지희 그러려고 하죠.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어떤 실수를 했을 때 그 실수로 인해 되게 괴로웠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더라고요.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너무 좋은 거니까, 정말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나간 일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현실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