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 소설 ‘천재들의 지극’] 제101화 - 도깨비 음성 해독
[과학 추리 소설 ‘천재들의 지극’] 제101화 - 도깨비 음성 해독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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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무슨 도깨비 소리인지 좀 알고 싶네. 한번 들어보아.”

내가 USB를 내밀자 고유석 교수는 빙그레 웃으며 그것을 자기 PC에 꽂았다.

화면이 열리자 그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도깨비 소리 맞지?”

내가 반 농담 삼아 물었다.

“도깨비 소리 맞아. 이거 어디서 녹음 한 거야?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음성에 대한 첨단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도깨비임에 틀림없어.”

나는 고유석이 하도 정색을 하고 말하는 바람에 농담을 농담으로 받은 것인지 진짜 도깨비 소리라서 하는 소리인지 어리둥절했다.

“이 사람아, 요즘 세상에 도깨비가 어디 있나.”

“ㅋㅋㅋ. 이건 사람의 음성이야.”

“뭐라고 사람의 음성이라고?”

정말 뜻밖이었다. 

사람의 음성이 어떻게 저렇게 들릴 수 있단 말인가.

“더 정확히 알아보지.”

고유섭은 PC에서 나는 소리를 다른 기기에 옮겨 녹음을 했다.

5분 정도를 녹음한 뒤 그것을 또 다른 기기에서 다시 재생시켰다.

소리를 측정하는 스크린에 성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성 분석에 사용되는 기구였다.

“이 모양 보이지? 이게 사람의 음성이란 뜻이야.”

“그럼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변환할 수 있나?”

“물론이지. 이건 최첨단 기술이기 때문에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일 걸.”

“으스대지 말고 좀 풀어봐.”

나는 고유섭의 거만한 태도가 못마땅했으나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건 말이야, 녹음한 것을 거꾸로 돌려서 다시 녹음을 해놓은 거야.”

나는 고유석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단순한 생각을 했다.

“그럼 그것을 녹음했다가 재생시킬 때 거꾸로 돌리면 제대로 될 것 아닌가?”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음성의 세계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네. 예를 들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ㅅ,ㅏ,ㄹ,ㅏ,ㅇ 이니까 거꾸로 ㅇ,ㅏ,ㄹ,ㅏ,ㅅ 으로 읽을 수 있겠는가?”

“음, 그렇게 되나?”

나는 금세 고유석의 이야기를 알아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걸 만든 사람은 누군지 모르지만 상당한 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야. 내가 좀 만나보고 싶은데...”

고 교수는 의외로 놀라워했다.

“만날 수가 없다네.”

“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네.”

“그래?, 참으로 아까운 음성학의 천재네.”

“그 사람은 음성학과는 관계가 없는 바이오 과학자였다네.”

“뭐야? 자기 전공도 아닌데 이런 지식을 갖추었단 말인가?”

“어쨌든 이걸 좀 풀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해 주게.”

“쉬운 일이 아닌데 조건이 있어.”

“조건? 뭔데?”

“엄정현 여사와 함께 저녁 한번 사게.”

“뭐야? 자네도 우리 마누라를 짝사랑하나?”

“나 말고 또 그런 놈 있어?”

“있지. 곽정이.”

“걔는 안 돼.”

우리는 그 말을 하고는 유쾌하게 웃었다.

학창 시절 우리 세 사람은 자주 만났었다.

주로 당구장과 대학로 술집이었다.

디스크자키가 멋진 사설을 풀어놓는 뮤직홀은 우리가 낭만을 체험하는 아지트였다.

그 모임에 아내 엄정현이 가끔 자리를 같이했다.

아내는 흰 살결에 갸름한 얼굴의 미인 형이었다.

남학생들의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물론 결혼하기 몇 년 전의 일이었다.

나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공부벌레인 고유석, 노래를 잘 부르는 곽정에 비하면 나는 여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특별한 재능이 없었다.

내가 일찍 소설로 문단에 데뷔한 뒤 어느 문학의 밤 행사에서 아내와 만나게 되었다.

진주의 개천(開天) 예술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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