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 "박정희ㆍ박태준 지우기...최정우 자성 촉구"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 "박정희ㆍ박태준 지우기...최정우 자성 촉구"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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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2018년 50년 사사 때부터 박정희·박태준 흔적 지우기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설립 통해 국민기업 정체성 훼손 비판
최정우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황경로 전 포스코회장을 비롯한 창립요원 6인이 최 회장에게 성명을 통해 ‘포스코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 경영진의 진정한 자성을 촉구한다'는 고언했다. 황 전 회장을 비롯해  황경로(92) 2대 포스코 회장, 안병화(91) 전 포스코 사장, 이상수(91) 전 거양상사 회장, 여상환(85) 전 포스코 부사장, 안덕주(84) 전 포스코 업무이사, 박준민(82) 전 포스코개발 사장 등이다.

포스코창립요원 6인은 16일 오전 성명을 통해 "포스코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 경영진의 자성을 촉구한다"면서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자성을 촉구하는 고언을 보냈다.

황경로 전 회장은 포스코의 창립 멤버이다.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1992년 집권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으로 퇴진하자 그 뒤를 이어 2대 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생존하는 포스코의 가장 웃어른이다. 황 전 회장은 김영삼 정부의 압력으로 6개월 만에 회장직을 그만둔다. 1986년 설립 이후 끈임없이 내려온 권력의 개입에 시달려 온 포스코의 산증인이다. 박태준-황경로-정면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권오준에 이어 최정우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황 전 회장을 주축으로 원로들이 현 경영진에 자성을 촉구한 데는 포스코 경영진이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면서 포스코의 정체성을 부정했기 때문.

황 전 회장 등은 "최정우 회장에게 직접 의사를 통보하려 했으나 극구 대면을 회피해 우선 우리의 의견을 공개한다”면서 성명서를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황 전 회장 등은 “1968년 4월 포스코 창립요원 34인 중 25인이 타계하고 현재 건강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우리 6인을 포함해 9인만 생존해 있다"면서 "이번 고언에는 하늘에 계신 박태준 회장을 비롯한 창립요원 34인 모두의 이름으로 ‘포스코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 경영진의 진정한 자성을 촉구하는 뜻’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창업주가 1968년 대일 청구권 자금 중 7370만 달러에 일본은행 차관 5000만 달러를 보내 '종자돈'을 마련했다. 이를 밑천으로 포항 영일만 허허벌판에 '할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안된다'는 선진국들을 비웃듯 세계적인 제철소를 세웠다.  

황 전 회장 등은 대일청구권자금의 성격과 관련해 “그것이 포스코의 뿌리라는 사실은 ‘그 돈을 정부에게 언제 다 상환했느냐’라는 '돈의 문제'를 초월하는 역사의식과 윤리의식의 문제"라며 "'산업화의 초석이 되어야 하겠다'는 선배들이 포스코의 탄생과 성장에 혼신의 힘을 쏟게 만든 '포스코 정체성의 핵'"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족기업,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는 포스코가 민영화되었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법규적 요건에 의한 '국민기업'과 역사적, 윤리적, 전통적 근거에 의한 '국민기업' 칭호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상업상 주식회사인 국영기업체인 포항제철로 출범했다. 대일청구권자금에 의존해 포항 1기 건설을 시작한 당시부터 줄곧 ‘제철보국’의 기치 아래 성공적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도경영의 모범’을 보이며 중화학공업을 선도해 나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스코는 1988년 4월 ‘국민주’ 발행과 청약으로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민영화 포스코의 비전'은 '다음 세기의 번영과 다음 세대의 행복을 창조하는 국민기업의 지평을 열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국민기업 포스코의 영원한 정체성’을 규정한 것”이라고 했다.

황 전 회장 등은 "현재 포스코에는 정부의 지분이 없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난 50년 동안 국가경제와 우리사회에 대한 모범적인 기여를 통해 '국민기업'이라는 국민적 인식과 기대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며 "외국인 주주가 절반이 넘더라도 포스코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국민기업으로 이것은 역사가 바뀔 수 없는 이치와 똑 같다"고 했다.

이어 "그 원천은 무엇보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독특한 역사와 전통, 소명의식과 도전의식으로 융합된 '포스코 정신(posco spirit)'"이라며 “이제 와서 몇 가지 빈약한 사유를 내세워 ‘더 이상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무모하게 편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자랑스러운 창립정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성공의 역사, 불굴의 도전정신을 한꺼번에 묻어 버리려는 심대한 과오이며 회사의 가장 귀중한 정신적 자산을 스스로 던져 버리려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기업윤리 최악

포스코는 산재사고 급증과 교육지원 소홀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근년에 정비 예산이나 설비교체 예산의 무리한 절감과 느슨한 안전교육 때문에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산재사고 급증에 대해 종합제철공장에서 안전과 복지에 대한 적시적소 투자와 교육은 직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경영철학에서 비롯되며 이것 역시 '포스코 정체성의 유전인자'라는 점을 현 경영진이 새삼 명심할 것을 충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 경영진은 포스텍에는 '포스코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건학이념을 계승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금년부터 포스코교육재단 학교들에 지원을 중단한 것에 대해 그것이 포스코, 신사업분야, 미래기술연구원, 포스텍의 우수인재 유치와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차원에서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다"고 했다.

생존 창립 요원 일동은 “타계한 박태준 회장 등 25인을 포함한 포스코 창립요원 34명 전원의 이름으로 포스코의 정체성에 대해 늙은 아비가 자식들을 나무라는 심정으로 노구를 움직여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현 포스코 경영진에게 자성을 촉구한다"며 "혼(魂)이 없는 개인, 조직, 국가는 시간과 더불어 소멸되고 말았다는 역사적 교훈에 대해 깊이 유념해 앞으로 포스코가 더욱 대성하고 더욱 존경받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축원한다”고 했다.

◇ 역사지우기는 오래 전부터 진행

포스코의 역사 지우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정우 회장의 전임 권오준 전 회장 시절이던 2018년 포스코 50주년을 기념해' 사사(社史)를 만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관련 내용을 대폭 삭제·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5년 '포스코 50년사 발간 TF팀'이 발족됐을 때 사사 편찬 방향은 박정희·박태준 두 사람을 중심 축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다.  이어 포스코의 사사 편찬 방향은 두 사람에 대한 내용의 대폭 축소·삭제로 바뀌었던 것.

경북에서 발행되는 매일신문은 2018년 4월 6일 <[사설]50년 사사에서 박정희·박태준 흔적 지우려는 포스코>제하의 글을 통해 " '박정희·박태준 흔적 지우기' 시도가 포스코의 자발적 판단이 아닐 수 있다"면서 "포스코 주변에서 사사 편찬 방향 수정이 역사 교과서 개편 등 문재인 정부가 시도 중인 역사 수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은 심상찮다. 사사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황경로 전 회장 등 원로들의 현 경영진 비토로 최정우 회장의 리더십은 땅 끝 추락했다.

최 회장은 연임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포스코의  상생경영에 회의적이다. 오죽하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에 만나 "섬성은 잘 하는데 포스코는 불합리하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후 포스코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나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 회장은 정치권 인사 영업에 적극적이다. 사외이사에 권태규 전 조달청장과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을 임명했다. 국회 보좌관 출신 2명을 상무보(임원)로 영입해 정치권 대관업무를 맡겼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에서 보좌진협의회장을 지낸 박도은 전 보좌관,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장을 역임한 이상욱 전 보좌관이다.

지난해 6월 한화그룹 커뮤티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을 지낸 오석근 부사장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최근 김영종 법률사무소 호민 대표변호사를 포스코홀딩스 법무팀장으로 채용했다. 김 변호사는 사시 33회로 윤 당선인과 사시 동기다. 검사 임용 후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등을 지냈다. 윤 당선인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차기 정부에 줄대기하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최 회장의 정치권 줄대기 논란에 2021년 회장 선임과정에서 정치권의 외풍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구성한 'CEO후보추천위원회'설립 취지는 온데 간데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 최 회장에 임기가 보장받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포스코에서는 정권교체=회장교체의 공식이 이어져 왔기 때문.

포항제철-포스코-포스코홀딩스로 간판을 갈아 탄 포스코에서 최 회장이 위기를 넘기고 연임 임기를 다 채울 것인가에 재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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