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98화 - USB의 비밀
[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98화 - USB의 비밀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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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둘이서 여행을 가자는 말이지?”

“예. 아저씨하고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곳으로 가고 싶어요. 세상이 너무 어지럽고 더러워요.”

“거기가 어딘데?”

“지구 남쪽 먼 나라 뉴질랜드 어때요?”

“하긴 거기가 가장 청정한 나라라고 하지.”

“조용하고 맑은 해가 뜨는 청정한 나라에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싶어요. 뮤지컬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아직 미혼인 영지가 유부남과 단 둘이서 해외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 아냐.”

나는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우선 아내 엄정현이 알면 어떻게 될까?

“선생님과 저 사이인데 누가 뭐라고 흉보겠어요? 잠만 자지 않으면 불륜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우리만 당당하면 부끄러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지 않겠어요? 전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해요.”

“나도 남자인데, 나를 믿어?”

“선생님 같은 분을 못 믿으면 세상에 어떤 남자를 믿어요?”

이 말이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남자사람으로는 생각하지만 남친은 아니라는 뜻 아닌가?

내가 한영지에게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함께 여행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가슴 뛰는 일이었다.

“하긴 어려운 일이긴 하네요. 선생님은 사모님한테 거짓말해야 할 거고, 저는 엄마한테 거짓말 해야 할 것 아녜요? 그 숙제는 더 두고 생각해 보지요.”

“그렇겠지?”

“어쨌든 저는 좀 쉬고 싶어요.”

“영지야.”

나는 정색을 하고 한영지를 바라보았다.

영지는 볼우물을 파면서 생긋 웃었다.

“영지는 나를 남자로 생각하지 않지?”

영지는 긴장을 감추고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 선생님도. 제가 남자라면 남자고 아니라면 아닌가요? 선생님은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은 영원히 제 가슴속에 있어요.”

나는 영지를 더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아 화제를 바꾸었다.

“엄마와 변 사장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유성우의 말이 정말일까?”

영지는 긴장을 풀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 감동적인 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죠.”

“남의 방에 오래 있을 수도 없고 우리 나갈까?”

“그래요.”

우리는 유성우의 방에서 나갔다.

“우리 집으로 가요. 엄마가 뭘 하는지 가서 방해 좀 하자구요.”

한영지가 장난스러운 제안을 했다.

“밤이 늦었는데?”

“아직 12시 안됐어요.”

우리는 택시를 타고 한영지의 집으로 갔다.

집안으로 들어섰으나 아무 기척이 없었다.

“잠깐 기다려요. 엄마 화실에 가보고 올게요.”

한영지가 강혜림 여사의 작업실로 갔다가 금방 돌아왔다.

나는 궁금한 표정으로 한영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무도 없어요.”

한영지가 두 팔을 벌려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럼 유성우가 한 말은 무엇이며, 작품 완성하러 간다는 강혜림의 말은 무엇인가?

지금 둘이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변하진 사장의 비밀 연구실에서 정말 비밀 작업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호텔 방에서 욕정을 불태우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에 가득한 내 표정을 보고 한영지가 제의했다.

“우리 언니 방에 한번 가 봐요. 갑자기 언니 얼굴이 보고 싶어요.”

한수지의 방은 죽은 뒤에도 쓰던 물건을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전에 들어가 본 일이 있는 방이었다.

정갈하게 정돈된 채로였다.

벽에 한영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웃으면서 우리를 맞이했다.

“언니가 분명히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 것이 있어요. 한번 보실래요?”

“뭔데?”

한영지가 한수지의 컴퓨터 책상 서랍을 열더니 USB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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