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한항공 에어버스 180억 원 리베이트 조사...조원태 회장 일가 정조준
檢, 대한항공 에어버스 180억 원 리베이트 조사...조원태 회장 일가 정조준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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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좌)-조현아 전 부사장(우)
조원태 회장(좌)-조현아 전 부사장(우)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일가에 검찰의 날선 칼날이 향하고 있다.  '180억원의 에어버스(Airbus) 리베이트 의혹' 사건 수사가 검찰에 고발된 지 2년 만에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4부(부장 김지완)가 최근 프랑스 사법당국 등에서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 리베이트 사건 수사 자료를 넘겨 받아 대한항공 오너 일가 관여 여부, 리베이트를 받은 경위, 자금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6일 확인됐다. 

'유럽 최대 부패 스캔들' 에어버스 리베이트 사건은 2016년 프랑스 파리고등검찰청 소속 국가금융검찰청(PNF)이 수사를 통해 실체가 밝혀졌다. 이듬해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이 합류했다. 미국 법무부와 국방부도 공조수사에 나섰다.

대한항공의 연루 정황도 드러났다. 에어버스는 대한항공 고위 임원에게 항공기 구입 대가로 1,500만 달러(약 180억 원)를 건넨 단서가 밝혀졌다.

이는 2020년 1월 프랑스 금융검찰청과 에어버스가 맺은 공익사법협약(CJIP) 문서에서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의 최대 고객. 대한항공은 1974년 9월 파리에서 에어버스사의 A300-B4 기종 6대를 최초로 구입한다. 1985년 A300-600, 1996년 A330을 구매한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A321NEO 차세대 기종을 최대 50대 도입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프랑스 사법 당국이 밝힌 대한항공에 관한 리베이트는 문간 3장91~101조에 부당 거래 내용이 상세히 명시됐다.

에어버스는 지난 1996년부터 2000년 사이 대한항공과 3건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이 에어버스로부터 1996년 A330 기종 4대, 1998년과 2000년에는 A330 기종 3대씩 총 10대를 매입하는 거래였다.  에어버스 측이 이 거래의 대가로 대한항공 고위 임원에게 1500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약속한다.

문건에 확인된 리베이트는 모두 세 차례로 지난 2010년 항공기 매매 중개상을 통해 처음으로 리베이트가 지급한다. 자금은 프랑스 소재 에어버스 국제전략마케팅기구(SMO)로 부터 나왔다.

프랑스 사법당국의 에어버스 수사관련 서류 표지 @한국증권 자료 사진
프랑스 사법당국의 에어버스 수사관련 서류 표지 @한국증권 자료 사진

2010년 에어버스 국제전략마케팅기구(SMO)가 항공기 매매 중개상 자녀 소유 기업을 거쳐 200만 달러(24억 원)를 대한항공 고위 임원에게 보낸다.

이듬해 에어버스는 또 다른 중개상과 허위 컨설팅 계약 등을 맺는 방식으로 650만 달러(78억 원)를 전달한다. 

2013년 대한항공이 대한항공 임원과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  600만 달러(72억 원)를 기부한 것도 에어버스 내부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됐다. 

프랑스 사법당국의 에어버스 수사 관련 문건의 3장 91~100조에는 에어버스와 대한항공 간 부당 거래가 상세히 명시돼있다
프랑스 사법당국의 에어버스 수사 관련 문건의 3장 91~100조에는 에어버스와 대한항공 간 부당 거래가 상세히 명시돼있다

 공익사법협약은 검사가 부패범죄와 돈세탁 등에 연루된 기업에 공익과징금 납부와 시정조치 이행을 제안한다.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면 법원에 제출해 효력이 생기는 프랑스 반부패 제도다. 에어버스가 리베이트 지급을 인정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형사 소추를 피한 것으로 알려진다.

◆2020년 채이배 대한항공 연루 의혹 제기.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리베이트는 2020년 3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간 경영권 분쟁 당시 진흙탕 싸움을 통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조 전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은 조원태 회장이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공세를 퍼부었다.

당시 조 회장 측은 “3자 연합은 프랑스 경제범죄 전담 검찰의 ‘수사종결합의서’를 고등법원의 판결문이라고 거짓 주장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3자 연합이 제시한 문서는 검찰과 에어버스 사이에 체결된 사법적 공익 관련 합의서로, 객관적 증거에 기초한 재판의 판결이 아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같은 남매 간 진흙탕 싸움을 통해 드러난 에어버스 리베이트 사건이 검찰로 간 것은 채이배 당시 민생당 의원의 역할이 한몫했다.

채이배 당시 민생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한항공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참여연대 등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오너 일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채 의원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모두 대한항공 등기이사로 리베이트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리베이트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 사건 추이  촉각

한진그룹은 에어버스 리베이트 수사가 2년 만에 본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2019년 4월 24일 조 회장이 회장직에 취임했다는 점에서, "당시 경영자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리베이트에 관여할 위치가 아니었다"는 방어 전략으로 검찰 수사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에 분석이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검찰청법 개정안이 공포된 데 이어,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신설되면 국가 간 형사사법공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이 오랫동안 각국 카운터파트와 신뢰를 쌓으며 공조 요청 서류를 작성하는 등 전문성을 보였는데, 향후 사법공조에 상당한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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