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뇌물 사건 '팬텀' 이도형 회장, 에이엔피 귀환
PD 뇌물 사건 '팬텀' 이도형 회장, 에이엔피 귀환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0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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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엔피 주가 한 달 만에 60% 이상 급등, 개미 지옥 경계
펜덤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2007년 KBS·MBC·SBS 등 방송 PD들이 연예 기획사로부터 주식 등을 받은 뇌물비리 사건에 핵심 인사가 유가증권 시장에 귀환했다. 연예기획사 팬텀엔터테인먼트 이도형 회장이 에이엔피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에이엔피는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을 열어 전운관 대표, 박미경 경영관리실장을 재선임하고 이도형 펜텀엔터테인먼트 회장을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에 김문형 수협 목포지점 지점장을 선임했다.

에이엔피는 이 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면서 △게임개발ㆍ공급업 △소셜카지노게임 개발 △블록체인 플랫폼개발 투자△NFT제작 인증 중개△소프트웨어개발 제작 유통 △드라마, 영화,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배급 △음악, 영상, 출판물, 만화 저작권 관리업, 연예기획사업 △음반 기획 제작 유통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에이엔피의 주가는 최근 급등했다. 4월 5일 52주 신고가 3,12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30일 1,375원을 기록한 이후 11개월 25일만에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18일 전 거래일 대비 155원(-5.59%)하락한 2,620원에 마감했다. 5일에 비해 500원이 하락한 셈이다.

에이엔피는 일일 평균 10만주에서 2~30만주가 거래되는 평범한 주식이다. 2월 3일 57만주의 대형 거래가 나온다. 이후 10만주~40만주 이내에서 거래를 이어온다. 3월 8일 61만주를 나온 것을 기점으로 3월10일(131만주)→3월 11일(194만주)→3월14일104만주)→3월15일(90만주)에 대형 거래가 쏟아진다. 마침내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4월 5일에는 165만주 거래량이 나온다. 짧은 기간 62.5%의 급등했다. 이후 주가는 추풍낙엽이다.

‘만년 적자기업’ 에이엔피 

에이엔피는 5년 연속 영업적자 회사이다.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진 기업. 다만 껍데기 회사(Shell)는 기업사냥꾼에게는 매력적 기업이다.  이 회사를 눈독 들인 기업사냥꾼들이 많았던 것은 증권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정보이다. 

주식 시장에서 관심 밖 회사에 주가가 급등한 것은 적자사업을 물적 분할한 것이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는 분석이다. 

에이엔피는 지난 4일 PCB 제조 사업 부문을 분리해 신설회사 우진을 설립하는 물적 분할을 종료했다. 에이엔피가 우진을 100% 지배하는 물적 분할 방식이었다.

대신 신사업을 추가했다. 속된 말로 요즘 ‘핫(Hot)하다’는 NFT(대체불가능토큰)와 엔터테인먼트를 신사업으로 추가했다.

주주총회에서는 게임 개발을 비롯해 블록체인, NFT, 방송ㆍ음반, 디지털콘텐츠, 웹툰, 연예 기획 등 총 14개 항목을 정관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물적 분할이나 신사업 추가 만으로 주가 상승을 이유로 분석하기엔 역부족.  연결재무제표에는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자산, 부채, 당기순익 등을 합쳐서 하나의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적자 해소 외에는 주가 상승을 견인할 만한 모멘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도형 팬텀엔터테인먼트 회장의 등판 효과라는 분석이다. 물적분할→블록체인ㆍNFTㆍ엔터테인먼트 등 신사업추가→이도형 사내이사 선임 등의 수순이 증시에 모멘텀이 된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경영권 변경 △주가조작 의혹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장은 17년 PD뇌물 사건의 핵심인물이다.  2004년 400원대에 머물던 팬텀의 주가는 2005년 우회 상장이후 1년 만에 2만원대로 치솟았다. 급등락을 반복했다. 

당시 팬텀은 영화, 드라마제작,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면서  박경림,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노홍철, 이혁재 등이 소속됐다.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 강수정 등도 소속돼 있었다. 

<한국증권신문>은 에이엔피에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는 NFT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신규 인력 등 준비, 진행 상황에 대한 질의를 했다. 이도형 팬텀엔터테인먼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물었다. 또한 주가 급등기에 최대주주인 전운관 회장의 지분 변동에 대해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에이엔피의 핵심 등기임원이자 공시책임자 박 모 이사는 카톡 문자를 통해 “서울 사무실에 질문을 전달한 상황”이라는 것 외에 더 이상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에이엔피의 경영권 변화에 중심에 선 최대주주 전운관 대표에 행보는 현재는 오리무중. 다만 증권업계는 전 대표가 장내에서 주식을 처분할 경우 최악의 폭락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를 했다. 시장교란으로 주가는 폭락하면서 ' 개미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것. 

김만배 관련 기사 캡처
김만배 관련 기사 캡처

아직은 섣부린 판단은 무리. 전 대표가 지분을 장내 매각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도형 회장이 에이엔피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감독당국도 전형적인 무자본 M&A에 대해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주식 시장 거래내용 등에 대해 정밀 조사를 착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에이엔피 일봉 그래프는 지난 12일과 14일, 장대 음봉을 찍었다. 이에 따라 단기 이평선(이동평균선)은 역배열로 전환됐다.

자칫 그래프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개미투자자들이 투자에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업사냥꾼이 눈독 들이는 기업

기업사냥꾼(raiders)는 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 전문 투자가이다. 특정 목적을 위하여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투자자, 또는 투자전문가 집단이다. 우호적ㆍ적대적 인수합병(M&A)를 한다. 

초기 대상 기업의 주식을 약5% 장내 매입한다. 프리미엄부 환매를 요구하는 린메일러(greenmailer)가 된다. 대상 기업 경영진이 환매를 거부할 경우에는 실제로 적대적 인수를 위한 공개 매수를 시도한다.

기업사냥꾼은 △기업가치 극대화 목적(GE) △기업매매차익(칼아이칸) △그린메일(greenmail)ㆍ주식매매차익(워런 버핏) 등 M&A목적에 따라 세 부류로 나뉜다.

한국의 기업 사냥꾼은 어떤가. 몇몇 사모펀드를 제외하고는 전문 투자 집단은 없다.  대부분 사채시장에서 일하던 조폭과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들이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 우회상장 열풍을 경험한 뒤 기업사냥꾼으로 변신한 것이 대부분이다. 

라임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김모 회장 등이 대표적 엔터테인먼트사 출신의 기업 사냥꾼이다. 

이들 기업사냥꾼들에 타깃이 되는 기업은 시가 총액이 작은 기업이 대부분.  시가 총액 500억 원 미만 기업은 좋은 표적이다. 시가총액이 낮을 수록 부담이 없다.

한계 기업도 기업사냥꾼의 표적 대상. 낮은 시가 총액의 상장사를 높은 가격을 주고 인수 합병할 매수인이 없기 때문이다.

한계 기업의 인수합병(M&A)에서는 시가 총액이 낮은 기업을 노리는 기업사냥꾼과 현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에 엑시트를 꿈꾸는 상장사 대주주에 묵시적 합의에 경영권 양수계약 자체를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법은 일단 기업사냥꾼을 등기 임원으로 들어오게 조용히 문을 열어준다. 기업사냥꾼이 일정 기간, 일정 목표의 주가로 견인한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는 주식을 조용히 장내에서 매도 처분하고 현금만 챙겨 떠날 채비를 한다.

기존  등기임원이 사임한다. 기업사냥꾼측의  등기임원만 남는다. 기업사냥꾼의 등기임원 등재→대주주 지분 매각→기존 등기임원 사임→경영주체 변경 등에 수순을 마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자본 인수가 마무리된다.

검ㆍ경을 비롯해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엄벌하기 위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출범시켰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주식시장의 공정성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증시를 교란하는 기업 사냥꾼들이 활동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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