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셰일가스 부실대출 2200억 손실에 방문규 수출은행장에 불똥 튈까
美셰일가스 부실대출 2200억 손실에 방문규 수출은행장에 불똥 튈까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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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원금 85% 회수 못해" 한도 과다산정 2명에 징계요구
정권교체 시기에 불거진 전임 행장 때 부실 대출이 리스크 될 판
방문규 수출은행장 @뉴시스
방문규 수출은행장 @뉴시스

한국수출입은행 방문규 은행장이 거취가 불투명하다. 2011년 11월 1일 임기를 시작한 방 시장은 ‘창을 베고 누운 채로 아침을 맞는다’는 의미로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일한다며 취임 각오로 사자성어 ‘침과대단’(枕戈待旦)을 제시했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인사태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 정부로부터 투터운 신임을 받던 방 은행장의 하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설상가상 미국 셰일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이 제공한 유전·가스전 담보에 대한 부실한 가치 산정으로 약 2600억원을 대출해준 후 약 2200억원을 상환받지 못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에이터넘에너지 부실 대출은 전임 은행장 시절에 발생한 문제다. 하지만 정권교체라는 민감한 시기에 나온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현직 방 은행장에 거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사원은  29일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정기 감사' 보고서를 통해 수출입은행은 2015∼2016년 셰일가스 프로젝트 참여 기업 에이티넘에너지에 빌려준 2억1700만달러(약 2600억원) 중 원금 1억8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회수하지 못한 채 2020년 12월 이를 최종 상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5년 6월 에이터넘에너지로부터 2억2500만 달러의 대출 신청을 받은 시점에 이미 유가와 가스 가격 하락으로 추가 시추 작업이 연기 또는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출입은행이 부실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을 해줬다. 결국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5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에이티넘에너시에 2억1700만달러를 대출해줬다. 당시 수출입은행 업무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의뢰로 유전·가스전 매장량에 기초한 순현재가치(NPV)를 3억1300만달러로 산정한 기술분석 보고서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 수치 대신 에이티넘에너지의 의뢰를 받은 업체가 산정한 4억9100만달러를 NPV로 기재해 대출을 심의하는 확대여신위원회 안건에 올렸다. 

감사원은 "당시 대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보고 내용이 제대로 처리됐더라면 최소 3400만달러에서 최대 9500만달러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대출 한도를 합리적 근거 없이 과다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당시 대출에 관여한 직원 2명에게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에이터넘에너지는 MB(이명박)정부 시절 자원외교에 전면에 섰던 이민주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 지분현황은 이민주(94.9%), 에이티넘파트너스(5.1%)이다. 에이티넘파트너스도 이 회장의 개인소유 투자회사다.

이 회장의 인맥은 '하트-하트 재단'이사장인 부인이 핵심이다. 재단 소속 이모 이사는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과 서강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이다. 2011년경 모교 경제대학원에 초빙교수로 함께 재직한 인연이 있다.

이 전 행장은 에이티넘에너지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2,700억원의 대출을 받던 시점에 은행장을 지냈다. 이 모 이사는 박근혜 정부(2014~2016)에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학교의 대외부총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방 은행장에게 부실 대출에 대한 책임을 묻기 힘든 상황. 전임 이덕훈 은행장 시절에 발생한 대출이기 때문. 무멋보다 당시 대출 과정에 모 회사의 보증 등의 절차를 생략했고, 한 번의 현지 시찰 만을 통해 대출이 실행됐다. 책임은 전임과 당시 대출에 관여한 직원들에게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문규 연임은 불구 잔여 임기 못채우고 낙마설

방문규 은행장은 거취는 사면초가. 2019년 10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해 오는 10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임기를 못채우고 낙마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기재부 수장이 교체된다. 필연적으로 후임 행장 인선 논의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방 은행장이 현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인사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임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19년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방 은행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재부에서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제2차관 등을 거친 ‘예산통’이다. 금융 경력은 세계은행에 파견 나간 3년이 전부.  취임당시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낙하산 인사 비판을 받았다. 

새 행정부의 의중에 따라 조기에 하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이면엔 양호한 경영행보를 고려해 정해진 임기를 보장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방 은행장의 임기 중 성과는 긍정적인 평가이다.  산업은행과 함께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조선업과 항공업에도 자금을 투입하며 회복을 도왔다. 신재생에너지·2차전지 등 산업에 60조원을, 수소·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1조4000억원을 공급했다.

당선인 측 의중은 변수가 될 것. 수출입은행장도 금융권 내에서 요직으로 통하는 자리이다. 역대 수출은행장은  정부와 가까운 성향의 인사가 줄곧 차지해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이덕훈 전 행장이, 문재인 정부에선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에 이어 방문규 은행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의 변화에 민감한 자리 중 하나이다. 방 은행장이 현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임기를 채우거나, 연임이 결정 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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