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87화 - 스킨쉽과 치킨게임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87화 - 스킨쉽과 치킨게임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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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한국 바이오 컴퍼니에 무엇이 있기에 이처럼 세계 최강의 암살자가 개입을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그냥 아무도 몰래 암살만 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사진을 놀리는 짓까지 하면서 사람을 죽이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내일 곽정 형사를 만나면 이 사건에는 범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술자리로 돌아 왔을 때 오민준은 한영지에게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네?”

나는 자리에 앉아 아직 반도 안 마신 5백 CC짜리 맥주잔을 들면서 말했다.

“버지니아 시절 제가 잘 모르던 일을 설명하고 있었어요.”

한영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세히 보니 영지는 오민준의 손을 쥐고 있었다.

어찌 보면 무심코 하는 행동 같았으나 내 눈에는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손 좀 놓아’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버지니아에서 일어난 일인데 아직 영지가 모르는 일이 있었나?”

 

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그러면서 쥐고 있는 두 사람의 손에 눈총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풍문으로는 들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어요.”

한영지가 대답했다.

내가 맥주를 권하자 한영지는 비로소 오민준의 손을 놓았다.

일부러 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이야기를 하다가 무심코 손을 쥐게 된 것 같았다.

스킨십은 아닌 듯 했다.

“그게 무슨 사건인데...”

“치킨 게임이에요.”

“그건 유성우와 권익선이 저질렀던 일 아니야? 모두 알고 있지 않았어?”

“그게 아니고 그 뒤 이야기에요.”

“그 뒤에 또 스킨 게임을 했나?”

“예? 스킨 게임이라고요? 남자 친구 끼리 무슨 스킨...”

“아, 아니 치킨 게임.”

나는 한영지가 오민준의 손을 쥔 것이 스킨십이냐 아니냐를 생각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말이 헛나갔다.

“예. 진짜 치킨 게임을 했대요.”

“그래? 그런데 결과는 두 사람 다 지금까지 멀쩡하잖아?”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아요. 나중에 회현동 솟을대문 집에 식사 초대해 주면 얘기 할게요.”

나는 한영지를 자연스럽게 만날 핑계가 다시 생겨 즐거웠다.

“그건 그렇고 유성우는 정말 미국에 있는 거야?”

나는 다시 오민준의 주장을 더 자세하게 듣기 위해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이 몰라서 그렇지, 걔 은근히 비겁한 놈이에요.”

오민준은 유성우를 본부장이라고 깍듯이 존칭을 붙이던 때와는 달리 형편없이 깎아내렸다.

“그래도 유학 중지하고 조국에 돌아와 군복무 마치고 다시 유학 간 것이라든지, 기술 배워서 조국 위해 바치겠다고 정부에서 근무하는 걸 보면 비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유성우를 두둔하고 나섰다.

유성우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민준이 한영지와 가까운 것 같아 심술이 나서였다.

“아이고, 걔가 은근히 제가 뭣인 체 하기는 얼마나 잘 한다고요.”

오민준은 끝까지 빈정대는 투로 나왔다.

“유성우나 권익선이 그래도 목숨 걸고 여자를 차지하려고 나선 걸 보면 용기 있는 젊은이들 아니겠어? 유성우도 영지를 좋아했지?”

나는 오민준의 약을 올릴 셈으로 어거지 섞인 말을 계속했다.

“아버지 돈으로 우리 회사에 한자리 차지하고 동기생은 나를 깔아뭉개고 오는 것 봐요. 우정도 정의감도 없는 애예요.”

“유성우가 한국 바이오 컴퍼니에 들어온 것은 무슨 목적이 있을 거야. 전에 나하고 처음 만나던 날 한수지를 죽인 살인자를 자기 손으로 잡고 말겠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범인을 찾기 위해 일부러 이 회사에 들어온 것 아닌가?”

“한수지가 죽었을 때 유성우는 벌써 싹 잊어버렸어요. 죽은 여자의 원수를 갚아 줄 의리 있는 놈이 아니라고요.”

오민준은 점점 더 열을 올렸다.

흥분에 못 이겨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오빠, 이제 그만해. 성우 오빠 섭섭해 하겠어.”

보다 못한 한영지가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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