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지역농협 외면하는 농협중앙회
농민과 지역농협 외면하는 농협중앙회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5.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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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사업에만 치중, 유통·판매 등 경제사업 등한시
농협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지난 3일 농협 신용사업부문 정용근 대표가 “농협은 증권사 인수와 엘지카드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이에 대해 전국농협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고 금융권 일각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전국농협노조 선재식 위원장은 “농협중앙회가 지역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소홀히 하면서 돈벌이가 되는 신용사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중앙회가 신용사업에서 수익을 내 지역농민들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역농민들을 위해 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선 위원장은 “농민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협동조합이 농협중앙회를 만들었는데 이젠 주객이 전도되어 농민과 지역농협 위에 군림하는 권력세력이 되었다”면서 “현재의 새 농촌 새 농협 운동은 중앙회가 농민과 지역농협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현재 농협 중앙회가 농민과 지역농협을 소홀히 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신용사업부문에서는 현재 중앙회가 전국적으로 신용점포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들 신용점포가 지역농협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중앙회와 지역농협간의 경쟁으로 인해 지역농협 수익구조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농민들을 돕기위한 정부정책자금은 정부가 중앙회를 통해 지역농협에, 지역농협에서 농민으로 대출하는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데 중앙회는 중간 마진률을 지역농협에 받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지역농협 조합장의 비리가 곳곳에서 터져 농협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되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농협 조합장의 경우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데 일반적으로 지역 토호세력이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조합장의 경우 중앙회와 유기적 관계를 갖고 있어 조합원이 조합장의 비리를 관리·감독권이 있는 중앙회에 통보해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역농협의 인력구조조정에서도 간부의 인력감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지역농협의 경우 간부는 많고 직원은 적은 기형적 조직구성을 하고 있다.현재 농협이 종합금융회사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에 대해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의 방대한 조직구조와 내부통제시스템이 허술한 상황에서 외형만 키울 경우 자칫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경제사업부문에서는 중앙회와 지역농협간의 전산이 통합되어 있어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의 모든 통제와 관리가 중앙회에서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하나로마트에 납품되는 물품의 70~80% 정도가 중앙회를 통해 납품되고 있는데 중앙회는 납품물품 원가에 10% 마진율과 5%의 취급수수료를 붙여 다시 하나로마트에 넘기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더욱이 납품한 물품이 판매실적과는 상관없이 그달 결제일에 납품한 물품 가격 100%를 지역농협을 통해 회수해가고 있어 지역농협에 재고부담과 외상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현재 지역농협에서 하나로마트 납품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중앙회에 요청하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또한 중앙회가 운영하는 대형매장인 하나로클럽의 경우 지역농민들이 납품하기가 상당히 힘들어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는 “하나로클럽에 물품을 납품하기 위해 일반 기업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쉽지 않은 형편이다”면서 “현재 암암리에 물품을 납품하기 위해 해당 담당자에게 로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기업의 로비에 따라가지 못해 번번히 납품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특히 비료의 경우 정부가 환경오염방지를 위해 유기농을 권장하면서 비료 보조금이 순차적으로 감소하다가 올해 완전히 없어져 농민 부담이 큰 항목이다. 그러나 농협의 자회사인 남해화학은 보조금이 감소하면서부터 손실보전으로 비료값을 올려 받았는데 문제는 정확한 원가계산 없이 수익에만 치중해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남해화학은 지난해 6800억원의 수익을 냈었다.선 위원장은 “농협중앙회가 수익사업을 통해 수익이 나면 농민들에게 돌려 준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상해주는 액수는 많지 않다”면서 “중앙회가 매년 보조해주는 물품을 보면 단가가 크지 않은 계절 작물에만 보조를 해주고 보조금액이 큰 쌀이나 나락에 대해서는 전혀 보조해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또한 그는 “중앙회와 지역농협이 중복되는 수익사업에 중앙회가 지역농협에 돌려준다면 그 수익만으로도 현재 고령화 농촌에서 자녀수가 많지 않아 농민 자녀들의 교육을 대학교까지 무료로 할 수 있다”면서 “중앙회는 농협설립 목적에 맞는 본연의 사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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